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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헌법재판소 문턱 낮추면 국민 기본권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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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헌법재판소 문턱 낮추면 국민 기본권은 올라간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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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당사자가 기본권 침해된 상태에서 권리구제 수단 다 거친후에야 가능
예정된 침해도, 제3자도 가능케하면 사회적 낭비 방지에 규제개혁 효과까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전경.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캡처.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전경.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캡처.

헌법은 한 나라가 지향하는 이념적 좌표를 제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규범이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자유권, 재산권, 평등권 등의 기본권을 보장받으며, 국가의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에 기초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최고규범이기 때문에 하위에 있는 법령들은 모두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제정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만일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법률로 피해를 본 국민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혹은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해당 법률을 무효로 만들 수 있다.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강력한 통제 수단인 셈이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헌법정신 수호에 큰 역할을 해 왔다. 1998년 출범이래 최소 1만건 이상 법률에서 위헌소청이 제기되었으며, 이 중 약 850건 정도가 위헌결정을 받았다. 위헌결정을 받으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결코 적지 않은 수라 할 것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그럼에도 국민들이 느끼는 헌법재판소의 장벽은 매우 높은 편이다. 수많은 요건을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직접 자기가 관련된 사건이어야 하고, 기본권 침해도 현재 발생한 상태여야 한다. 만일 다른 권리 구제 수단이 있다면 이를 모두 거친 후에만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위헌이라는 확신이 있어도 헌법재판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난 정권에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약탈적 종부세는 뻔히 재산권 침해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부과처분이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미리 헌법재판을 통해 확인 받으면 될 일을 이 무슨 낭비인가. 당사자는 마치 혼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마냥 하루하루 불안감만 커질 수밖에 없다. 만일 세금 부과처분 이후에 위헌결정을 받기라도 하면 더 큰 문제다. 기존에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 세금 환급 문제 등 여러 가지 혼란만 늘어날테니 말이다.

이제 헌법재판의 문턱을 좀 낮춰보면 어떨까. 기본권 침해가 명확하게 예정되어 있다면 현재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받도록 해보는 것이다. 그럼 신속하게 법률의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으니 그만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도움이 된다. 또 무소불위의 국회 입법권 남용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충분한 검토없이 날치기식으로 국회를 통과하는 법률이 많았는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바로 받을 수 있다면 적어도 위헌성 있는 법률은 신속하게 거를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사건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제3자가 헌법재판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을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상장회사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는데, 오래 전부터 여러 전문가들이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 제소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제소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헌법재판을 제기하려면 결국 기업의 대주주인 소위 ‘회장님’이 직접 나서야 하는데, 노조나 시민단체 등의 눈치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만일 일정 요건 하에 관련 협회나 단체에서 헌법재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기존 법률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헌법재판의 문턱을 낮춘다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신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위헌성이 신속하게 해결되니 사회적 낭비 방지는 물론 불필요한 갈등도 줄일 수 있다. 규제개혁 효과는 덤이다. 적어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부나 국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민감한 규제도 법적 잣대로 당부를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9명에 불과한 헌법재판관들의 부담이 가중돼 단기적으로는 신속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남소 우려도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규모를 키우거나, 소위윈회 등을 통해 사전에 거른다든지 등의 기술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위헌법률이 줄어 오히려 헌법재판이 감소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장점이 더 많아 보인다. 국민의 기본권을 신속하게 지키는 것. 그것이 헌법을 수호하는 헌법재판소 본연의 역할아닌가. 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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