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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킨세일보다 앞선 탈탄소 공동체 전환마을의 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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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킨세일보다 앞선 탈탄소 공동체 전환마을의 효시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11.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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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11) 성미산마을

마을운동이야말로 기후위기 대응운동의 손발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마을카페 '작은나무'에서 지난 25일 성미산마을 지도를 들어보이고 있는 강다운씨(왼쪽)와 박수진씨.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나지막한 성미산. 이 산자락에 터를 잡고 사는 2000여 가구는 행정구역명이랑 상관없이 ‘성미산마을’로 불린다.  이 마을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영상과 책도 여럿 나왔을 만큼 유명하다. 마을을 둘러보고 질의응답을 하는 마을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마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다.

도심에서 마을공동체를 구성해 살아가고 있는 성미산마을이 지난 4월 ‘전환마을’을 선언했다. 전환마을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탈탄소 사회를 준비하고,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을 만들어가는 마을운동이다.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마을회관에서 지난 25일 이 별난 마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성미산마을 사람들을 만났다. 건네받은 명함부터 별났다. 이름 옆에 별명들이 있었다.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서로 별명을 부른다고 했다.

ⓒ성미산마을
ⓒ성미산마을

마포마을활력소 박수진(별명 오솔길) 마을사업팀장은 “성미산마을은 오래 전부터 친환경적인 생활을 해왔고,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펼쳐왔다”면서 “좀 더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전환마을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성미산마을은 전환마을의 모태로 꼽히는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 킨세일보다 먼저 전환마을의 이념을 실천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킨세일의 시작이 2005년인데 비해 성미산마을은 1994년 씨앗이 뿌려졌다. 당시 서울에서 아이 키우기가 힘들었던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공동육아를 위해 성미산 기슭에 터를 잡았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지역과의 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을 설립했고(2000년),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모임'(2001년)을 결성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을 열었고(2002년),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 12년제 대안학교 성미산학교도 개교(2004년)했다. 마포공동체 라디오 방송국(2005년) 등 협동조합 방식의 작은 가게들을 중심으로 살림과 순환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강다운(별명 뮁) 청년사업팀장은 “우리 마을에선  되살림가게, 유기농 카페 '작은나무', 생협환경위원회  등 70여개의 크고 작은 모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미산마을은 모임 중심의 마을운동이 그 어떤 전환마을보다 활성화돼 있다.  강 팀장에게 별명(뮁)이 특이해서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특별한  뜻은 없고 처음에 떠오른 단어였다고 했다. 

ⓒ성미산마을
ⓒ성미산마을

성미산마을 초창기부터 운영되고 있는 되살림가게는 특히 이곳의 자랑거리다. ‘자원을 되살리고, 환경을 되살리고, 관계를 되살리는 곳’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되살림가게는 2007년 오픈했다. 자원활동가들이 꾸려가고 있는 이곳에선 재사용 가능한 물품을 수집, 판매하고 있다.  또 마을사람들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강 팀장은 “마을 주민 스스로 꾸리는 작은 모임들은 더 많다”면서 ‘화목일 프로젝트’가 요즘 활발하다고 했다. 평소 재활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마을사람 몇몇이 동네사람들과 함을 합쳐 우유 두유팩 등 종이팩을 모아 깨끗이 씻고 말린 뒤 동사무소에서 휴지로 바꿔 ‘마포희망나눔'에 기부하고 있다.

전환마을을 선언한 뒤 재활용에 대한 열기가 부쩍뜨거워졌다고 두 팀장은 입을 모았다. 마을 곳곳에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모으는 순환거점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마을사람들도 즐겨 이용한다고  했다. 

박 팀장은 “우리 ‘뮁’을 보면 환경 교육도 어려서부터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 “흉내도 내기 어려울 만큼 철저하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성미산학교 졸업생이다.

박 팀장의 칭찬에 손을 내젓던 강 팀장은 “학교에서 환경교육을 다양하게 받았다”면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채식을 하고 있고, 요즘엔 샴푸를 쓰지 않는 ‘노푸’를 실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성미산학교는 ‘생태’를 공부하다 에너지,먹을거리를 자급하고 호혜적인 관계망을 만들어 살아가는 전환마을 알게 된 이후 그 실천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탈핵, 피크오일, 에너지자립마을 등 5개 주제를 기반으로 연령별 교육콘텐츠를 제작해 에너지교육을 하고 있다.

박 팀장은 “내년에는 의료와 복지, 돌봄, 지역경제 등 전환의 영역을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면서 “은평전환마을의 기후농부활동을 옥상텃밭으로 실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은평구보다 땅값이 비싼 데다 공터를 찾기 힘든 마포구에선 텃밭을 일굴 땅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전환마을 운동을 시작한 이들에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를 물어봤다. 강 팀장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겪게 된 원인을 알려주는 책을 읽거나 다큐멘터리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기후위기 극복도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기후위기 대응운동의 손발이 될 수 있는 마을운동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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