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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뜨거운 지구를 시원하게' 세계 최초 자동차 시트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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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뜨거운 지구를 시원하게' 세계 최초 자동차 시트 가방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11.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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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9) 모어댄

“2015년 창업 후 지금까지 총 65만t 물 절감, 폐기물 370t 재활용”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모어댄 최이현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양화로 본사 앞에서 자동차 시트를 재활용해 만든 '콘티뉴' 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MAKE THE EARTH COOL(지구를 시원하게 만든다).'

프리미엄 업사이클링 패션 컴퍼니 ‘모어댄’의 브랜드 ‘콘티뉴’. '지속가능한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이 브랜드의 가방, 지갑, 신발, 사무용품, 액세서리 등  전 제품에 들어 있는 설명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온난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요즘 지구를 시원하게 만드는 제품이라니! 그런데 어떻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를 지난 12일 만났다. 서울 양화로 3길 ‘가방이 된 자동차' '콘티뉴’라는 안내판이 서 있는 이 회사의 본사 쇼룸 앞에는 앙증맞은 자동차가 한 대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선반에 줄지어 앉아 있는 가방들. “가죽시트, 에어백 등 자동차에서 나온 부자재를 재활용해 만들었다”는 최 대표의 설명이 없었다면 유명 브랜드들 가방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특히 폐천막을 활용한 세계적인 가방 브랜드 제품보다 디자인이나 견고성, 편리성 등에서 훨씬 뛰어나 보였다.

최 대표는 “자동차 시트는 마찰 습도 온도에 강한 최고의 소가죽이지만 접착제가 붙지 않아 제품화가 매우 어렵다”면서 “모어댄이 자동차 시트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든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업체”라고 소개했다. 최 대표도 방법을 찾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2015년 창업한 뒤 꼬박 2년이나 걸려 콘티뉴를 론칭할 수 있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모어댄 '생태공장'의  물재생 처리 시설. 모어댄 제공
경기도 파주에 있는 모어댄 '생태공장'의 물재생 처리 시설. ⓒ모어댄

폐기물로 처리되는 자동차 시트는 세계적으로 연간 400만t 이상이나 된다. 현재 모어댄에서 재활용하는 가죽은 그것의 1%도 채 안 된다. 그 정도만으로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까? 최 대표는 “제품 제작 전 과정이 모두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모어댄 제품의 생산 공장은 생태공장이다. 18개월의 연구 및 공사기간 끝에 완성한 이 공장은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로 100% 충당한다. 가죽 세척에 사용되는 물도 빗물을 받아 사용하고, 사용한 물을 처리해 재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상품을 포장하는 박스, 쇼핑백 등도 모두 100% 재생 용지와 친환경 잉크를 사용한다. 제품 포장박스는 신문지를 압축한 것이고, 제품설명서는 원당을 추출하고 버려진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들었다.

최 대표는 “모어댄은 2015년 창업 후 지금까지 총 65만t의 물을 절감했고 폐기물 370t을 재활용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절감효과는 무려 1만t을 넘는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158만 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 효과다. 모어댄은 올해 안에 공장에서 필요한 전력의 50%를 초과 생산해 친환경 전력 공급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최 대표는 “양화로 쇼룸도 자재의 90% 이상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바닥은 폐교에서 가져온 교실 바닥 나무와 폐타이어로 완성했고, 벽면은 버려진 벽돌을 활용했고, 선반은 톱밥으로 만들었다. 매장의 샹들리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제작했다.

폐그물을 활용해 제작한 콘티뉴 백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폐그물을 활용해 제작한 백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최근에는 재활용 원자재의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제주 바다를 오염시키는 폐그물, 원단공장에서 쓰고 남은 자투리천 등을 활용한 제품도 선보여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최 회장은 “창업 초기 SK이노베이션이 지원해준 1억원이 큰 힘이 됐다”면서 홍보에도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지속가능발전포럼'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발표를 하면서 모어댄의 콘티뉴 백팩을 소개해 유명세를 탔다.

사회적기업으로 경력단절여성, 정년퇴직자 등을 고용하고 있는 모어댄은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ESG 사업 모델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최 대표는 “현재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회사 설립 당시 우리가 개발한 소재를 경쟁사에 납품하겠다는 꿈도 실현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모어댄 원단으로 올 가을 신제품을 제작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선보였다.

친환경 경영은 세계적인 추세다. 에르메스, 샤넬 등이 '모어댄의 업사이클링 원단을 쓰고 싶다'고 연락해온다면? 최 대표는 “물론 OK"라면서 ”접착제를 쓰지 않고 제작할 수 있는 노하우를 기꺼이 전수하겠다“면서 하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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