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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LG-SK 배터리 소송합의금 상반된 회계처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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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LG-SK 배터리 소송합의금 상반된 회계처리 왜?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1.09.10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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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투자자 입장 기업의 수익성 잘못 이해할 수도
IFRS 적용과 해석 범위 감독기관서 구체화해야
SK빌딩(왼쪽)과 LG트윈타워 전경. ⓒ각
SK빌딩(왼쪽)과 LG트윈타워 전경. ⓒ각사

[매일산업뉴스] 최근 LG와 SK가 배터리 소송합의금에 대한 상반된 회계처리로 인해 ‘회계기준에 대한 해석범위’가 또다시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여의도 금융가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IPO(기업공개)를 준비중이던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근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감리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GM 볼트 리콜비용 충당금, SK 합의금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감리가 어떤 성격의 감리인지는 파악되고 있지 않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소송 합의금으로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두 회사는 지난 2분기 경영실적에 이를 반영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으로, SK이노베이션은 영업 외 손실로 각각 달리 처리했다. 두 회사의 회계법인은 한영회계법인으로 동일하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소송합의금을 영업비밀 사용 대가로 인식해 영업이익으로 회계 처리했다”고 밝혔다. ‘애플-삼성전자’, ‘LG전자-아르첼리크’ 등 특허침해 소송에서 영업이익으로 처리한 사례를 들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소송합의금을 일회성 비용으로 보고 영업 외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LG-SK와 마찬가지로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치렀던 ‘포스코-신일본제철’, ’코오롱인더스트리-듀폰‘ 등도 모두 영업 외 비용으로 처리했다"면서 "‘삼성전자-애플’, ‘LG전자-아르첼리크’ 등이 합의금이나 로열티를 영업이익으로 처리한 것은 페이턴트(patent·특허기술료)에 관한 소송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계전문가들도 해석이 분분하다.

회계사 출신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송합의금은 영업 외 실적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배터리 사업은 본업이지만, 이와 관련된 소송합의금은 매년 정상적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수익이 아닌 단발성 이익(또는 손실)이기 때문에 본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1년 도입한 IFRS가 느슨한 면이 있다. LG측이 이러한 면을 이용한 것 같다”면서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 이전 회계기준상으로는 이렇게 처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동일회계법인의 상반된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회계처리방식에 있어서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분기 사업보고서는 회계감사를 받지 않지만 연말 감사보고서는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아야 한다. 소송합의금을 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영업이익으로 처리했더라도 연말 감사보고서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회계법인도 이를 모를리 없을텐데...”라며 의아해했다.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재무학회 회장)는 “IFRS의 큰 특징은 ‘원칙중심’으로 가자는 것이고, 보다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경영진의 자율성에 맡기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다보니 법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A기업과 B기업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회계처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LG-SK간 합의금 처리문제도 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이 미래에도 동일한 이익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도 회계기준 해석에 대해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IFRS 도입 취지처럼 기업의 자율성이 확대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상황에 따라 뒤늦게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나아가 법적 시비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도 회계기준을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다는게 문제”라며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업의 수익성을 잘못 이해하는 등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매일산업뉴스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매일산업뉴스DB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논란이다. 삼바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전인 2011년 제일모직 자회사로 설립됐다. 적자회사였던 삼바가 2015년 말 투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자회사(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이 발단이 됐다. 적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 9000억원 흑자전환 한 것이 뒤늦게 ‘국정농단 사태’와 얽히면서 화근이 됐다.

에피스는 삼바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삼바는 당시 현물투자로 85% 지분을, 바이오젠은 15% 지분을 각각 보유했다. 바이오젠은 불확실성을 고려해 향후 ‘향후 50%-1주’까지 지분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그런데 2015년 11월 류마티스관절염 신약개발로 대박이 나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커지게 됐다. 경영권 위협을 느낀 삼바는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그러자 에피스에 대한 시장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삼바의 기업가치는 16배 넘게 뛰었다.

당시 삼성은 삼정, 안진, 삼일 등 국내 3대 회계법인의 적정의견을 받아 회계처리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부당이익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문제가 없다는 감리결과를 냈다.

실제로 바이오젠은 2018년 5월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행사의지를 밝혔고, 한달 뒤 행사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판단이 옳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지만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은 다르게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삼바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사실을 2012~2014년 공시에서 ‘고의’로 누락하고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데도 자산가치를 늘리기 위해 임의로 회계기준을 바꿨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배성호 경북대 경영학부(회계학) 교수는 “IFRS 하에서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여러 가지 회계처리가 가능한데 이를 삼바와 같이 ‘옳다’, ‘그르다’식의 이분법적 잣대를 적용한다면 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처리한 것이 나중에 분식회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제2의 삼바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IFRS의 적용과 해석의 범위를 기업들이 예측가능하도록 감독기관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원 서울시립대 교수도 “삼바의 경우, IFRS 도입 취지나 규정에 비춰보면 큰 문제가 없다”면서 “감독당국이 나서 잘잘못을 다시한번 따지고 규제하기에 앞서 충분한 정보공시가 이뤄졌는지 등 자율적인 규제가 보다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업환경이 과거에 비해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경영진의 자율적인 판단이 매우 중요해졌다”면서 “해석에 대한 견해는 달라질 수 있지만,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보고서나 주석 등을 통해 공시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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