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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교‘ 신자들은 CCTV의 역사하심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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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교‘ 신자들은 CCTV의 역사하심을 믿습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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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두 번이나 탄핵됐음에도 변호인들이 'CCTV' 안놓는 이유
’청렴팔이‘로 시장 재선ㆍ지사 당선ㆍ대선후보 된 이재명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진상 전 정무실장 변호인들의 변호 전략은 상식의 궤를 벗어났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3회 공판에서 이재명 변호인 측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이재명이 함께 참여한 호주 뉴질랜드 시찰과 관련해 “‘패키지여행 갔으니까 친하겠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공무를 위해 떠난 시찰 행위를 패키지 여행에 견주어서 변론을 한다는 것은 ‘살기 위해서’ 또 다른 도덕적 비난은 감수하겠다는 절박함으로도 읽히지만 증거로 제출된 사진에서 “마주 보는 장면도 없이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아는 사이라고 판단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정진상 변호인측이 고집하는 'CCTV 뇌물수수 불가론'도 딱한 수준이다. 정진상 측 변호인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심리로 열린 정진상 뇌물 수수 혐의 등의 재판에서 “정 씨가 성남시청 2층 시장 비서실에 있는 자기 자리에서 유 씨로부터 각각 1000만원씩 합계 3000만원 수수했다는 내용이 골자다”며 “하지만 성남시청 사무실은 구조상 뇌물 제공 자체가 불가한 장소다. 당시 성남시청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뇌물을 가져오는 사람을 막기 위해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설치했고, 다수 언론에서 보도됐다”고 했다.

이종근 시사푱론가
이종근 시사푱론가

변호인 측은 이 주장을 세 번째 되풀이하고 있다. 검찰은 "변호인의 CCTV 관련 주장은 이미 정 씨의 영장 심사와 구속 적부심에서 다 탄핵했고, 그 결과 정 씨가 구속됐다"며 "성남시청 비서실 안에 CCTV가 있다는데, 그 CCTV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이와 관련해 성남시 관계자를 통해 해당 CCTV는 시장과 정책실장 지시로 대부분 꺼놓은 사실상 보여주기식 설치였고 간간이 언론 취재할 때만 작동시켰으며 그나마 소리도 담지 못해 집무실 대화는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보도했다.

변호인 측이 ‘CCTV’를 이렇게까지 고집하는 것은 CCTV가 ‘이재명교’를 지키는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2011년 성남시장실에 CCTV를 설치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던 그 때 그의 브랜드는 ‘청렴’이었다. 이재명은 변호사 시절 두명의 전임 시장들의 ‘부정부패’를 집요하게 공격해서 끝내 징역형을 받게 했다. 그리고 이어 당선된 자신을 ‘청렴’의 화신으로 선전하는데 온힘을 기울인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시장실의 CCTV’다. 당시 언론은 수도권 기초단체장의 결단과 실천에 박수를 보냈다.

중앙일보 2011년 6월 14일자 ‘시장·군수, “권한 너무 커 유혹에 노출돼 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보자. “경기도 성남시장 집무실 천장에는 지난 3월 CCTV가 설치됐다. CCTV는 시장과 손님이 앉는 자리를 비추고 대화를 녹음한다. ‘시장실로 돈봉투를 들고 오는 사람이 많아 CCTV를 달았다’는 게 이재명 성남시장의 설명이다...(중략)...성남시의 CCTV 설치를 ‘쇼’로 봐선 곤란하다. 권한을 주체 못 하고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청렴의 의미를 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경남도민일보 2011년 6월 17일자 ‘부럽다, 성남시장 집무실 CCTV’ 제하의 칼럼은 더 노골적이다. “지난해 취임 후 구청장실에 CCTV를 달았던 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에 이어 '시장 3명 줄줄이 불명예 퇴진 고을'인 경기 성남시의 이재명 현 시장이 자기 집무실에 청탁 봉투 차단용 CCTV를 달아 화제의 '목민관'이 됐습니다...(중략)...이 성남시장이야말로 '청요+경의' 그 덕목을 참되고 실속 있도록 힘써 실행한 현대판 선비요 목민관으로 칭송을 받고도 남을 만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칭송에 고무된 이재명은 재임 기간내내 ‘청렴’을 기독교의 사랑과 불교의 자비처럼 종교의 언어로 환치한다. 그는 글을 쓸 때마다 진지하게 지옥, 천국, 영생, 마귀 등등을 서슴없이 사용했다. ‘부패지옥, 청렴천국’ ‘업자와 돈은 마귀’ 등등 그의 ‘설교’는 끝이 없이 이어졌다. 그는 2016년 7월 SNS에 ‘부패즉사, 청렴영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이재명 곁에선 고개 들면 즉시 저격이다"라며 "이재명 곁에서 살아남는 길은 ‘청렴’ 방어망에 숨는 것이다. 방어막을 벗어나 저격수의 눈을 속이고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바보다"라면서 "이재명 곁의 사람들은 부패즉사 청렴영생의 경구를 기억해야한다”라고 했다.

그의 ‘청렴팔이’는 시장 재선, 지사 당선을 넘어 대선 후보에까지 이르게 한 가장 큰 전략이었다. 청렴팔이의 출발은 CCTV다. 그의 유능함은 성남시 가짜 모라토리엄을 통해서 입증하려했듯 그의 청렴함은 껍데기 CCTV로 포장했다. 이제 그 CCTV가 언론홍보용에 불과하고 작동도 하지 않았다는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려고 한다. 정치와 종교의 차이는 정치는 ‘설득과 토론을 통해 믿게 하는 반면 종교는 일단 믿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설명하는데 있다. ’이재명교‘는 일단 CCTV의 역사하심을 믿고 시작한다. 이재명에게 있어 형량보다 CCTV가 더 중요한 이유다. 기적이 가짜임을 깨달은 신도들이 형량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성남시장 시절 박근혜 정부에 대항해서 성남시 예산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느닷없이 단식을 하던 이재명은 2016년 6월 27일 단식을 끝내고 시장실에 다시 출근해서 이렇게 말했다.

“도둑질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것이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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