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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중국엔 맞을 짓한 것이고 미국은 양키 고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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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중국엔 맞을 짓한 것이고 미국은 양키 고 홈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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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문재인 방중 때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 때는 “맞을 짓 했다”
뿌리 깊은 친중 사대주의에다 미국은 제국주의라 선동하는 좌파들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 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중식당이 28일 오전 전광판에 의혹을 부인하는 글을 띄웠다. ⓒ연합뉴스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 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 잠실 중식당 '동방명주'가 지난해 12월 28일 전광판에 의혹을 부인하는 글을 띄운 모습.  ⓒ연합뉴스

2017년 12월 14일 오전 11시경, 중국 정부로부터 국빈 방문 초청을 받아 이틀째 일정을 소화하던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청와대 순방 기자단이 통상의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주관하는 한-중국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하는 것이었다. 타징 행사까지 마친 문 전 대통령이 식장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순방기자단에게 문명국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공안의 지휘를 받는 경호원들이 문 전 대통령을 따라 취재를 하려는 한국측 기자들을 막아서고는 이에 항의하는 한국일보 기자의 멱살을 잡고서 뒤로 강하게 넘어뜨렸고, 함께 있던 연합뉴스 기자가 항의하자 중국 경호원들은 이 기자의 사진기를 빼앗고는 던져버리려 했다. 한국 기자들에 대한 집단 폭행은 그후에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국내 기업 부스로 이동하던 중 이를 취재하던 또 다른 한국 기자들의 출입을 다시 중국 경호원들이 막아섰고, 한국 측 기자들이 정당하게 출입비표를 제시했음에도 이들이 계속 막아서자 매일경제 기자가 다시 항의했고 그러자 주변에 있던 중국 경호원 10여명이 갑자기 몰려들어 그 기자를 복도로 끌고나간 뒤 마구잡이로 때려 눕히고 발로 짓밟았다. 해당 기자는 중상을 입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 사건과 관련한 국내 반응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기사와 함께 '기레기들이 문재인 정부 외교를 망치려고 과장하는 것 같다', '기자들이 폭행당했는데 또 문 대통령 탓하겠네', '문 대통령 방중 기사는 거의 나오지 않다가 기자가 폭행당했다니 기사가 막 쏟아진다' 등의 내용이 담긴 글들이 올라왔다.

당시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을 취재한 기사를 보면 '중국이 문 대통령을 홀대한다고 했는데 잘 안되니까 어떻게든 찬물을 끼얹기 위해 폭행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비롯해서 '기레기들이 얼마나 규정을 무시하고 움직였으면 맞았을까',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하다가 맞은 것 같다' '나라 망신 다 시킨다'는 반응에다가 심지어 출입기자단과 해외순방 수행기자단을 해체하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당시 경찰인권센터장이었던 장신중이라는 자는 페이스북에 "중국에서 물의를 빚은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는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대중국 외교에 막대한 지장을 야기한 해당 기자를 징계하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그 나라에서 정하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상식"이라며 "국내에서 안하무인격으로 하던 행태를 중국에서도 그대로 하려다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일보의 ‘취재진 보호 못한 청와대 대응도 도마 위에’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어느 나라가 해외 대통령 행사에서 취재진을 경호하냐”며 “경호원이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인지 기자인지 어떻게 구분하겠나.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게 경호원의 정당방위 아닌가”라며 경호원의 일방적 폭력을 정당방위라고 옹호했다.

당시 문빠들의 이러한 집단광기를 부추긴 것은 역시 시대의 무당 김어준이었다.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건의 주요한 요인을 행사장이 협소하여 근접 비표와 원경 비표를 가진 그룹과 일반인까지 섞여 있었던 점, 대통령이 아모레 부스에 방문할 때 사진 경쟁이 있었는데 촬영 후 대통령이 이동할 때 중국 보안요원이 대통령의 동선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기자단의 움직임을 제지한 점 등이라고 당시 보안요원들의 ‘고충’을 헤아려주었다. 또 우리나라 기자들이 비표를 소지했는데도 이동을 저지한 보안요원들의 태도에 대하여 반감을 가져서 충돌이 발생했다는 식으로 이 폭행이 피해자인 기자들의 경호원들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고 사실을 호도하며 문빠들을 선동했다.

중국 정부의 대변지 환구시보는 한국의 일부 누리꾼들의 댓글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 내에서조차 폭행당한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이 취재규정을 어긴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며 한국 기자들이 고위급 순방에서 비슷한 사례가 여러차례 있었다고 거론함으로써 사건의 책임이 해당 기자들에게 있다는 논리를 폈다. 환구시보는 이어 "문제의 원인은 한국 측에서 고용한 사람이지 중국 공안이 아니다" 라는 등 한국 누리꾼들의 댓글을 선택적으로 인용하면서 문 대통령 주변에는 한국 측 경호원들이 경호를 맡았고, 외곽에는 중국 경호원들이 상황을 통제했다"면서 "이들이 중국 공안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적반하장의 주장을 폈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사진기자 두 명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초유의 사건에 대해 “중국 공안이 밤 9시가 넘어서 새벽까지 조사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 상황”이라며 밤 늦게 조사를 해준 중국 정부의 ‘노력’을 부각했다. 만약 문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을 취재하려는데 미국 경호원들이 중국 경호원들이 했던만큼 우리나라 취재진을 집단으로 때려눕히고 발로 걷어차며 폭행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광화문 네거리는 촛불로 뒤덮여지고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양키 고 홈”의 구호가 대합창으로 울려퍼졌을 것이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미국에서 유출된 기밀문서에서 도감청의 의혹이 드러났다고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취소해야한다고 주장하고 관련기사에 “미군부대 옆으로 뛰어들어갔는데 도청하는 줄 몰랐다니” “이건 그냥 속국이구만” “1년도 안되어서 나라의 국권을 상실했네” “이런 것들이 무슨 외교를 하겠냐” “미국 대사 당장 쫓아내라”라는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리는 것을 보면서 지난번 우리나라를 포함, 서방국가에서 중국식당 등으로 위장해서 온갖 비밀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 경찰 의혹에 대해 항의 한번 제대로 안한 민주당의 행태가 다시 떠올랐다.

중국이 때리면 우리가 맞을 짓을 한 것이고 중국의 비밀경찰이 우리나라에서 암약해도 다 눈감아야 하고 미국이 첩보활동을 하면 양키 고 홈인가.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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