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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지금 눈 앞에 펼쳐질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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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지금 눈 앞에 펼쳐질 풍경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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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 받는 네타냐후와 포퓰리스트 끝판왕 트럼프
홍위병들을 동원해 사법부 무력화와 민주주의 절차 파괴 명약관화
무사히 구출된 아내를 위로하는 네타냐후 총리(왼쪽))와 네타냐후 총리 부인의 미용실 앞을 호위하는 이스라엘 경찰(오른쪽). 왼쪽사진은 네타냐휴 총리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무사히 구출된 아내를 위로하는 네타냐후 총리(왼쪽 사진은 네타냐후 총리 트위터 캡처)와 네타냐후 총리 부인의 미용실 앞을 호위하는 이스라엘 경찰. ⓒ연합뉴스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일어날 것으로 가정해서 그것을 전제로 추론하는 것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정치인들이다. 정치인들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마치 가정을 전제로 하는 어떤 질문도 논리적으로 오류인 것처럼 말하면서 피해간다. 얼핏 들으면 정치인들의 말대로 질문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논리학에서도 가정 자체가 무조건 오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답변하는 것은 단지 그 주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거나 그간 보여왔던 태도의 일관성이 결여됐음을 들키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자 보여주는 막가파식 언행을 보며 그가 제왕적 권력이 주어진다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을 전제로 추론하지 말아야한다는 정치인들의 항변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못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야만 할 일들이 거짓말처럼 ‘일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제목에 명기한 가정이 불편하다면 지금 이 글에서 떠날 것을 권유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벌어질 일들은 불행하게도 지금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고 어떤 일들은 이미 벌어졌다. 먼저 사법부 무너뜨리기다. 이재명은 자신의 범죄 혐의로 인해 생겨난 사법적 절차를 부정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특권 내려놓기’는 자신이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되자 저잣거리에서나 쓰일 천박한 용어와 해괴한 논리로 번복했다. 그에게는 공당의 대표로서 또는 전 대통령 후보로서 솔선수범해야 하는 공공성과 공익성은 벗어던지고 오로지 자신을 지키고자 발악하는 저급한 범죄인의 모습만 남아있다.

총리로 다시 선출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주고 있다.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는 총리가 되자마자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의회에 사법부를 무력화시킬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법을 만들어 밀어붙였다. 개정안에는 대법원이 내린 위헌 결정을 의회의 단순과반 의결 즉 120표 중 61표만으로 뒤집게 하는 내용과, 대법관을 임명하는 위원회에서 의회 의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비중을 늘리는 조항과, 의회의 폭정을 견제해온 대법원의 사법심사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사법부를 말살하고 ‘의회 마음대로’의 세상을 만들었다.

네타냐후 측은 “선거로 뽑히지 않은 자들인 법관들이 행사해 온 권한을 선거로 뽑힌 공직자들에게 되돌려 주려 한다”라며 “이번 개혁안은 사법 제도를 강화하고 대중의 믿음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강욱 김용민 등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며 주장한 논리와 똑같다. 자신이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사법부를 손 보겠다는 심사는 이재명 말처럼 깡패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시민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수도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연립 정부가 주도하는 사법제도 개정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시민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수도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연립 정부가 주도하는 사법제도 개정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스로의 범죄를 덮기 위해 사법부를 말살하거나 축소하거나 길들이려는 폭정은 불행하게도 세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법과정의당을 통해 법원이 해온 판사에 대한 인사권을 전국사법평의회라는 기구가 행사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기구의 위원들을 의회에서 결정하게 함으로써 의회가 사법부를 좌지우지하게 만든 것이다. 새 법률안에는 의원들에게 자신들이 해롭다고 보는 판사들을 해임하거나, 벌금부과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했다.

이왕 가정한 김에 하나만 더 상상해보자. 만약 이재명에게 검찰의 예상대로 최소 11년 이상의 형이 확정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것 역시 이미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 존재한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패한 트럼프는 대선 결과를 확정하기 위해 진행됐던 제117차 상·하 양원 합동회의를 저지하라고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이에 흥분한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트럼프는 의회에서 도보 30분 거리에 운집한 시위대를 향해 “2020년의 선거가 도난당했다”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지옥같이 싸우라”고 분노와 증오를 부추겼다. 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인질로 잡기 위해 의회 건물 곳곳을 휘젓고 다녔고 일부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에 들어가 약탈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동영상을 통해 이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로 추켜세웠다.

개딸들은 자신들이 숭배하는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감히’ 가결하거나 기권하거나 무효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색출하기 위해 문자 폭탄을 보내고 살생부를 만들어 옥죄고 수박깨기 퍼포먼스를 벌이는등 ‘난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재명은 뒤늦게 개딸 등을 향해 자제를 ‘권유’했다. 트럼프도 시위대들을 한층 흥분시켜놓고 한참 후에야 귀가를 ‘권유’했다. 이재명이나 트럼프나 대통령을 깡패라 부르고 사법 체계를 부인하며 연일 저주의 말을 쏟아내 지지자들을 선동해놓고 모든 난동이 끝나갈 무렵 그만하라고 말리는 척 했다. 이재명이 옥중 공천을 감행해서 치른 총선 결과 민주당이 참패한다면 개딸들은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발표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흥분해 깽판을 치고 있는 것과 똑같이 총선에서의 결과도 승복할 수 없다며 선관위와 국회의사당을 점거할지도 모른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벌어졌을 일들은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하지만 더 공포스러운 것은 이러한 상상이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아직도 얼마든지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은 늘 악몽의 연속이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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