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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3년전엔 “일본과 공존” 지금은 “굴욕” 이재명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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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3년전엔 “일본과 공존” 지금은 “굴욕” 이재명의 두얼굴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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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도쿄신문엔 “난 일본에 적대적 아니야, 강제징용 해법 있을 것”
개인 위기 닥치자 “굴욕, 국치, 삼전도, 계묘늑약...” 막말 남발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 20여년전 성남시에서 정치인을 꿈꾸던 야인 시절로 되돌아갔다. 당시 이재명은 민주당의 성골들, 화려한 학생운동 경력을 자랑하는 586 운동권이나 호남에 뿌리내린 토호 정치세력과는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로서 오로지 믿을 것은 본인의 동물적인 공격성, 무엇을 물어야 ‘가성비’가 높은 이슈일지 빨리 파악해서 남보다 먹잇감을 먼저 물고 한번 물면 살점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놓지 않는 근성, 누구든 자신을 공격하면 본인도 피를 흘릴 거라고 눈을 부아리는 엄포 능력 뿐이었다. 그런 기술들이 타고난 폭력성과 어우러져 공격력을 배가시켜 마침내 그가 그토록 꿈꿔왔던 주류 정치에 진입해 품격을 생각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성남 시절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2020년 1월 6일 당시 경기도 지사였던 이재명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재명은 튀는 존재인데 최근 그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성남시장 때는...저한테 주어진 역할 자체가 과감하게 발언해야 하고, 저항 측면에서 투쟁적이고 선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일하기 위한 충분한 권한과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의제를 던져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보다 성과를 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뭘 자꾸 던져 배를 흔드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정치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도구이고 머슴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유용한 도구를 적정한 곳에 쓰고 싶어 한다. 그게 결국은 '민도'라고 할 수 있다”며 “제가 그 정도는 되기 때문에 실력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초단체장은 과감하게 발언해서 배를 흔들어야하는 자리라는 그의 말은 '관종'이 돼야 '체급'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것뿐이다. 

‘그 정도는 된다’던 이재명은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당대표가 된 이후 사이다 발언을 자제하다가 끝내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되자 포장을 걷어내고 야성의 이빨을 다시 드러내며 배를 흔들고 있다. 한일간 꼬여있던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에 대한 그의 발언들은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이재명의 성남시절을 상기시켰다. “정부의 해법은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치욕이다”(6일 확대간부회의), “국가의 자존심을 짓밟고 피해자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계묘늑약’과 진배없다”(7일 평화·안보 대책위원회 전체회의) “윤석열 정부를 ‘친일 매국 정권’이라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8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정부여당은 ‘호구 정권’이라는 국민의 비난과 분노에 반응해야 한다”(10일 더불어민주당 경기 현장 최고위원회의) 등등... ‘이재명’을 그리워하던 개딸들의 레트로 감성을 만족시켜줄 만한 표현들로 가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동편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동편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변방의 ‘아싸’일 때 가성비 높은 이슈라고 찍은 것이 ‘반일감정 부추기기’다. 그가 항일운동 애국지사처럼 팔을 흔들 때마다 강성 지지층은 그에게 열광했다. 스스로 고백했듯 수도권 기초단체장에게 중앙 언론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그로서는 성남시장 시절 반일감정이야말로 북 치고 장구 칠 수 있는 호재였다. 그가 ‘사이다 이재명’이라 불리게 된 효시도 ‘반일’이었다. 2015년 9월 5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친일 독재 부패를 작살내지 않으면, 힘이나 돈 있는 사람이 정의가 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지지자들은 “사이다”를 연호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듯 화두를 꺼낼 때도 구호는 “친일 독재 부패의 기득권 구조 청산”이었다. 그해 2016년 10월에는 “대한민국이 구한말 외세 침략 상황과 같다”며 “친일 독재 부패의 기득권 구조를 청산하고 새로운 체제로 새 출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매 자리마다 친일 독재 부패를 언급하면서 대중의 분노와 증오의 불길에 부채질하는 것은 그의 체급을 기초단체장에서 대선 후보급으로 키우는데 있어 유용한 수단이 돼주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그의 일본에 대한 민족 감정도, 외교 문제에 대한 해법도 그때 그때 달랐다. 2020년 11월 일본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국내에서 보여준 반일투사 이미지와는 달리 ‘공존’을 강조하는 ‘합리주의자’로 갑작스럽게 변신을 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은 "공존공영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일본에 적대적이라고 하는 시각이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한일은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서로 무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선 "사람이 만든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의 길이 있을 것"이라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에 대고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용기 있게 내놓은 결단에는 '묻지마 죽창가, 묻지마 장외투쟁'으로 대응하는 것은 그가 말하는 ‘해결의 길’이 그냥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는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 모 씨의 발인식이 엄수된 날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 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 대회에 참석해 반일감정 부추기기를 계속했다. 개딸들은 사이다로 돌아온 그가 반가웠는지 "이재명"을 더 크게 연호했다.

그는 유명을 달리한 옛 비서실장의 “정치를 내려놓으라”는 유언을 광장에 나서기 전날 장례식장에서 딱 7시간만 지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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