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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쓰레기 박사의 텀블러 예찬 "의식이 시스템 바꾸는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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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쓰레기 박사의 텀블러 예찬 "의식이 시스템 바꾸는 동력"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12.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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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62)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블로그 운영, 재활용 위한 분리수거 방법 알리기 총력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시민의식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쓰레기 박사’로 불리는 것을 노여워하기는커녕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이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홍 소장은 “쓰레기 같은 박사는 아니고 쓰레기에 대해서 알려주는 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하하 웃었다.

홍 소장이 쓰레기 박사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2019년 8월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 유튜브를 하면서부터다.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지만 홍 소장이 쓰레기길(?)로 들어선 것은 오래 전 일이다. 환경대학원에서 폐기물을 주제로 논문을 쓴 이후 쭉 쓰레기와 함께 해왔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현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10년 동안 활동가로 일했고, 2014년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를 세웠다.

홍 소장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로 가는 자원순환시스템 구축을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 블로그에 ‘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 방법을 알리는 일이라면 어디든 간다.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공저)’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등 책도 여러 권 썼다

홍 박사는 ‘자원의 소비량을 줄이면서 재생 자원의 양을 늘려나가는 순환경제는 지구를 살리는 길과도 이어져 있다“고 말했다.

기온을 높여 지구를 위협하는 이산화탄소는 물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순환경제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고 지구온도 상승도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흔히들 텀블러나 들고 다니는 개인적 차원의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 극복을 할 수 없다고들 얘기한다. 쓰레기 박사 홍소장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텀블러! 들고 다녀야 한다”이다.

홍 소장은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홍 소장은 “탄소 중립 실현의 필수조건인 시스템 전환을 이뤄내는 힘이 그 텀블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홍수열 소장과 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진행 중인 유튜브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 캡처. 

 

탄소를 뿜어내는 기존의 산업과 소비방식을 바꾸기 위해선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갈등들이 부딪치게 마련이다. 그 소용돌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시스템 전환에 대한 시민들의 동의라는 것이 홍소장의 생각이다. 그는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식이 담긴 행동”이라면서 “바로 이 의식이 시스템을 바꾸는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회용컵보다 조금 더 불편한 텀블러를 기꺼이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시민사회 성숙을 측정하는 바로미터와도 같지 않을까? 최근 전면실시에서 일부지역 시범실시로 전환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경우 이 사회에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이들이 많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홍 소장은 “우리 시민사회가 성숙됐다면 ‘컵 보증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정부와 프랜차이즈 본사를 압박했을 것”이라면서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들을 설득했을 테고 정부도 후퇴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아쉬워했다.

컵보증금 제도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 실시하는 제도였다. 홍 소장은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으로 진입한 한국의 위상을 잘 보여줄 기회였는데 놓쳤다”면서 안타까워했다.

홍 소장은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선진국인데 왜 자꾸 다른 선진국 사례를 묻는지 답답하다”면서 “몸은 선진국인데 정신은 아직 개도국 수준에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쓰레기 박사는 일침을 날렸다. 홍 소장은 “기후위기는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보수는 물론 진보 정부도 정치 쟁점화한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을 꼽았다. 그는 “원전을 확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라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우리 국가 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이 소비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한다는 ‘RE100’을 외면하면 ‘관세 폭탄’을 피하기 어렵고 글로벌 시장에서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쓰레기 박사를 만났으니 쓰레기 잘 버리는 방법, 즉 분리수거에 대해 물었다.

홍 소장은 “지금의 환경문제와 기후위기는 인간의 과도한 생산과 소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소비량을 줄이는 게 최선”이라면서 분리배출은 그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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