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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대전의 성지 빵집' 빵맛도 좋지만 지구 사랑도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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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대전의 성지 빵집' 빵맛도 좋지만 지구 사랑도 엄지척!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11.2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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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61) 대전 빵집 '성심당'

2년간 91만2000개 우유갑 모아 재활용
성심당 김미진 이사는 지난 17일 매일산업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디든 자신들이 속한 곳에서 잔소리를 해가며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에코 오지라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성심당의 대표메뉴 중 하나인 ‘판타롱부추빵을 든 채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김 이사. ⓒ성심당
성심당 김미진 이사는 지난 17일 매일산업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디든 자신들이 속한 곳에서 잔소리를 해가며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에코 오지라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성심당의 대표메뉴 중 하나인 ‘판타롱부추빵을 든 채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김 이사. ⓒ성심당

[매일산업뉴스]빵집 ‘성심당’은 대전의 ‘핫플(핫플레이스)’로 꼽힌다. 대전을 찾는 사람들이 신도심이 아니라 구도심까지 가는 이유가 바로 성심당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성심당은 핫플을 넘어 ‘성지(聖地)’다. 성심당의 ‘보문산 메아리’ ‘먹물방망이’ ‘명란바게트’ 정도는 먹어봤어야 ‘빵순이’ ‘ 빵돌이’ 자격이 있다.  

최근 ‘핫플?’ ‘빵?’ 이런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이들이 성심당을 찾고 있다. 바로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성심당의 지구 사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우유갑의 처리방법이다.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7일 성심당 김미진 이사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김 이사는 “한달이면 1000㎖짜리 우유 3만 8000여개를 쓴다”면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주방식구들이 쉬는 시간을 쪼개 팩을 씻고 가위로 잘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성심당은 지난 2년간 91만 2000개의 우유갑을 모아 재활용하도록 했다.

고급펄프를 쓰는 우유갑에서 비닐을 제거하면 휴지를 만들 수 있는 원료가 된다. 1000㎖짜리 우유갑 36개 정도면 50m 길이 두루마리 휴지 3개를 너끈히 만들 수 있다, 성심당이 그동안 모은 우유갑은 7만 6000여개의 두루마리 휴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성심당의 지구사랑이 우유갑 재활용에 그칠 리 없다. 
김 이사는 “사내에 ‘에코혁신팀’과 ‘에코오지랖팀’을 운영해 각 매장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는 않는지, 분리수거는 잘하는지 등을 살펴 에코점수를 매긴다”고 말했다. 빵을 얼마나 많이 파는지가 아니라 지구사랑을 제대로 실천하는지 챙기는 빵집이라니 재미있다. 

주1회 발행되는 사내 신문 ‘한가족신문’에 직원들의 에코 실천 내용들을 공유하고 서로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는 시간도 가지고 있단다. 월 1회 ‘그린데이’를 열어 직원들이 집에서 쓰지 않는 것들을 모아 나누고 있다.  

김 이사는 “직원들뿐 아니라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고 자랑했다. 

다회용기를 갖고 와 빵을 포장해가면 할인해주고,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선물도 주는 ‘용기내서 용기내’ 이벤트는 고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매장 안에 쓰지 않는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플라스틱정류장’을 설치해 고객들의 동참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환경, 지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베이킹,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김 이사는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 내 환경적인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논의,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구 사랑과 실천에 이렇게까지 진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김 이사는 “2019년 여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예언적 경제( Prophetic  Economy) 대회에 참석한 뒤 가난과 기후위기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1956년 대전역 앞에 자리를 잡은 성심당은  예수의 성심(聖心)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빵집이었다. 창업주인 고(故) 임길순씨는 밀가루 두 포대로 빵집을 시작한 이후 배고픈 이들과 찐빵을 나누었다. 지금도 성심당은 70여곳의 복지단체에 정을 나누고 있다. 김 이사는 창업주의 며느리로 창업정신과 신앙심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실천하고 있다.

에코챔피언 포스터. ⓒ성심당
에코챔피언 포스터. ⓒ성심당
어린이들에게 지구사랑을 심어주기 위해 성심당이 펼치고 있는 '에코 워크숍'. ⓒ 성심당
어린이들에게 지구사랑을 심어주기 위해 성심당이 펼치고 있는 '에코 워크숍'. ⓒ 성심당

창립초기부터 가난을 외면하지 않았던 성심당은 2019년 이후 ‘에코 성심’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기후위기극복을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김 이사 부부는 700여 직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냈고, 한마음이 된 그들은 그 오지랖을 이웃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직원들은 본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 성당에 우유갑 분리수거를 실천하도록 이끌었다.

김 이사는 “대전 시내 제과점 두 곳에서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운동이 연대를 맺는다면 더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 이사는 “환경에 대처하고 준비하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도록 온힘을 다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제과점내 플라스틱 사용을 크게 줄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성심당은 산학협력 중인 대학의 에코피아팀들과 플라스틱 케이크 칼을 대신할 삼베실칼을 개발, 실용화단계 있다.

‘불편해도 힘들어도 지구사랑’을 외치는 김 이사는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문가가 아니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큰 물줄기를 잡아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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