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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디자인하다' 폐어망으로 백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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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디자인하다' 폐어망으로 백만들기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11.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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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59) 컷더트래쉬
2019년부터 약 500㎏ 폐그물 재활용 .. .2024년까지 총 4톤 목표
'컷더트래쉬' 임소현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기 부천시 춘의테크노파크 사무실에서 폐그물로 만든 1호 가방 '마리너백'을 소개하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거나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컷더트래쉬’ 임소현 대표는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울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다. 

지난달 27일 경기 부천시 춘의테크노파크2차 202동 컷더트래쉬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가 내놓은 답은 업사이클링이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예술고교에 진학했다”는 임 대표는 “배우면 배울수록 패션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도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해야 할까?” 이런 고민 끝에 중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가게 된 임 대표는 우연히 ‘환경 다큐’를 보면서 어머니의 고향인 제주 바다를 떠올렸고, 그곳을 더럽히는 해양쓰레기를 생각하게 됐다. 

임 대표는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디자인하다’라는 소셜 미션을 내걸고 2019년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시작했다. 2021년 법인을 설립하고 예비사회적기업도 됐다.

폐어망 새활용이라는 미개척 분야에 도전한 임 대표가 처음 맞닥뜨린 어려움은 폐어망을 찾는 일이었다. 국내에서만 해마다 4만 4000톤의 그물이 바다에 버려진다는데 모두 바다 깊숙한 곳에서 잠자고 있는지 눈에 띄지 않았다. 

“포구 50여곳을 헤맸습니다. ‘폐어망을 구한다’고 하자 어부들께선 기자인줄 알고 퉁명스럽게 ‘모른다’고 했습니다.”

임 대표는 폐자원센터에서 겨우 폐어망을 찾아내 ‘마리너백’을 만들 수 있었다. 폐어망과 자투리 천으로 만든 이 백은 ‘2020 물사랑 업사이클링 작품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거머쥐면서 컷더트래쉬를 알리기 시작했다.

폐어망 앞에서 가방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는 임소현 대표 ⓒ컷더트래쉬

요즘은 마리너백 덕분에(?)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안정적으로 폐그물을 공급받고 있다.

폐그물은 재단-세척-가공-디자인-제작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가방으로 다시 태어난다. 임 대표는 “일반 원단과 달리 봉제가 까다로워 봉제법과 패턴 개발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컷더트래쉬는 2019년부터 지난 9월 말까지 약 500㎏의 폐어망을 재활용했다. 이를 통해  탄소 3000㎏의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2024년까지 4톤을 재활용해 1만 2000㎏의 탄소절감효과를 지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임 대표는 “그렇게 되기 위해선 세계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처럼 잘 팔려야겠죠”라면서 호호 웃었다. 

현재 컷더트래쉬는 일반 소비자보다는 기업이나 공기관의 '러브콜'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임대표는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캠페인 브랜드가 아닌 디자이너 브랜드로도 인정받고 싶어 서브 브랜드 ‘트래시즘’을 론칭했다”고 밝혔다.

임소현 대표가 캠페인성보다는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론칭한 '트래시즘'의 두번째 백. 다섯가지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컷더트래쉬 제공

트래시즘의 첫 제품 ‘브라이드 4웨이 리사이클백’은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에서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선주문을 받았다. 페트병을 새활용한 고급 원단으로 만든 이 가방은 튼튼하고 가볍다는 점과 4가지로 변신한다는 특성을 내세워 목표액의 842%를 달성했다. 1호보다 업그레이드돼 5가지로 모양새를 바꾸는 두 번째 백은 지난달 20일 펀딩을 시작했다. 7일 현재 목표액의 5배를 넘어섰다.   

‘해양쓰레기로 생기는 문제들을 디자인으로 알리고 싶다’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컷더트래쉬는 캠페인 펀딩을 통해 멸종위기 해애양동물을 알리는 ‘상괭이를 그려줘 캠페인’ 등을 펼쳤다. 여기서 얻은 수익금 일부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 돌핀스’에 기부하고 있다. 

임 대표는 “앞으로 생분해원단, 천연섬유, 종이원단 등 보다 더 지속가능한 소재를 연구해 제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라면서 “내년에는 아웃도어 의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시작한 임 대표는 환경에 관한한 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적지 않았다. 그는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해 단호하고 빠른 환경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면서 “최근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 지역이 전국에서 일부 지역으로 변경된 건 정말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업사이클링에 자문을 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업사이클링 자원순환관련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정부에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기업과 정부를 바꾸는 당사자들임을 명심할 것을 주문했다. 

“개개인의 힘은 작습니다. 하지만 행동하는 소비자들이 모이면 기업과 정부를 바꿀 수있습니다. ‘지구가 망하기 전까지 흥청망청 살겠다’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극복해 지구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환경사랑을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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