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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회장 취임한 이재용에 거는 국민 기대 '강력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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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회장 취임한 이재용에 거는 국민 기대 '강력한 리더십'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2.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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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기술 초격차 벌리기 위한 대규모 M&A ②신사업발굴
③핵심인재 육성 및 영입 ④경직된 조직문화 쇄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협력회사 방문에 앞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았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협력회사 방문에 앞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았다. ⓒ삼성전자

[매일산업뉴스]“제 어깨가 많이 무겁습니다.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승진 직후 밝힌 각오다.  회장으로 승진한 이날 예정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휴정 중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1등 글로벌기업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3고(高)의 복합위기 속에서 회장 승진을 계기로 선제적으로 투자해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한국경제에 활력소가 돼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유는 삼성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작년 총 매출은 약 41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6.9%(280조원)로 그룹내 15개 계열사 중 가장 많다. 특히 반도체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산업으로, 전체 수출에서 20%가량을 차지한다. 삼성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회장이 승진한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충격에 빠졌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1.39%나 줄었다. 수십년간 세계 1등을 달리던 TV제품은 더 이상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사업으로 전락했다. TV·가전 수익방어선인 3000억원을 지켜내지 못하고, 3분기 영업이익이 2500억원밖에 거두지 못했다. 반도체는 글로벌시장의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부친 고(故) 이건희 회장이 “5년 후, 10년 후엔 삼성의 1등 제품이 모두 사라질수도 있다”고 위기감을 예견한 것이 현실이 됐다. 이 회장이 “어깨가 무겁다”고 밝힌 이유를 짐작케 한다.

이 회장은 승진에 따른 별도의 취임행사나 메시지는 없었다. 대신 지난 25일 부친의 2주기 추모식 후 사장단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를 사내 게시판에 공유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현재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미국 인텔 등의 도전을 받고 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는 세계 1위인 대만 TSMC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반도체 '칩4'(팹4) 실무회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맞서 중국은 시진핑 집권 3기를 맞아 어떤 견제장치를 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이 지난 2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이 지난 2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삼성은 지난 6년간 뜻하지 않은 사법리스크로 경영시계 제로 상태였다. 이 회장도 취임사를 갈음한 사내 메시지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성찰했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 회장의 승진을 결의한 것도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라는게 삼성 안팎의 중론이다. 글로벌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기술격차가 점점 벌어지기라도 하면 결국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도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재용의 뉴삼성’시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삼성호(號)의 방향타가 돼서 미래를 향한 질주본능을 깨워야 한다. 그동안 국내외 사업장을 돌아보고, 절치부심하며 삼성의 미래와 사업보국을 위해 구상한 이재용만의 새로운 삼성을 그려보았을 것이다.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8.15특별복권으로 사법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이제는 자신있게 '이재용만의 뉴삼성' 청사진을 펼쳐보이고, 강력한 실행력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삼성을 뛰어넘는 초일류 삼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 회장은 취임사를 갈음한 메시지에서 “창업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승어부승어조(勝於父勝於)'하겠다는 경영의지를 내비쳤다. 승어부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는 뜻으로, 이 회장은 지난해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에서 밝혔듯이 선대 회장들의 경영 성과를 계승하되 더 나은 초일류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를위해 이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술’이다.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역설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지난 30년간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이 나노 단위로 초미세화되며 물리적 한계에 도달해 발전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경쟁사의 거센 추격도 받는 상황이다. 초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려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연구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하고, 기흥 R&D 단지는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로 삼겠다는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 초격차를 벌리기 위한 대규모 M&A도 숙제다. 2017년 미국 하만을 9조원대에 인수한 이후 이렇다할 대규모 M&A가 없었다. 삼성은 올해 초부터 M&A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방한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 회장의 만남에서 영국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와의 전략적 협력방안에 대해 관심이 쏠렸으나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IT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다.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삼성전자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삼성전자
지난 8월 19일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둘째, 신사업발굴도 나서야 한다. 현재 삼성은 선대 회장 시절 투자했던 반도체, 스마트폰, TV에 매출과 영업이익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바이오와 배터리(2차 전지) 사업이 있다. 이는 부친이 2010년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발표한 5대 신수종사업(의료기기·LED·바이오· 배터리(2차전지)·태양광) 중 2개 분야로, 2020년까지 삼성의 미래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추진된 사업들이다. 이후 새로운 사업분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혹자들은 이 대목에서 이 회장에게 아직 강력한 리더십이 보이질 않는다며 냉혹한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와병중인 부친의 그늘과 뜻하지 않은 사법리스크로 마음껏 경영에 전념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보고, 배우고, 겪어본 것 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이 회장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0년 만에, 부친이 별세한지 2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1991년 삼성에 입사한지는 31년 만이다. 초고속 승진으로 그룹수장이 된 다른 3세, 4세들하곤 다르다. 그만큼 경영수업을 탄탄하게 쌓았다. 뜻하지 않게 사법리스크로 고초를 겪기는 했지만 이로인해 인내도 배웠다. 여기에 위기 때마나 움츠러들기 보다는 과감한 투자로 돌파했던 선대 회장들의 남다른 경영DNA도 이식받았다. 이를 토대로 강한 것은 더욱 경쟁력있게 초격차를 벌이고, 경쟁력이 약화됐던 것은 과감히 사업을 재편하거나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미래먹거리창출에 힘써야 한다.

셋째, 인재경영에 힘써야 한다. 이 회장은 취임사를 대신한 메시지에서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명의 천재가 10만명, 20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했던 부친의 인재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핵심인재를 과감히 발탁하고 육성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재임시절 계열사 사장단 회의가 열릴때마다 ‘핵심인재를 얼마나 챙겼는지’를 살폈다고 한다. 2002년 5월 그룹의 전자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이 회장은 “S급 인재 10명을 확보하면 회사 1개보다 낫다. 이게 안되면 일류기업은 불가능하다”며 사장단 인사평가시 30%를 핵심인력 유치와 양성에 배정했다고 한다. 또 여성인재를 과감히 발탁하고, 성과와 능력을 구별해 같은 직급일지라도 연봉이 4배까지 차이가 나는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정착시켰다. 이것이 오늘의 글로벌삼성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인재영입에도 힘써야 한다. 삼성은 2018년 AI(인공지능)분야 최고 석학으로 알려진 승현준 삼성리서치소장(사장)을 영입한 이후 이렇다할 인재영입 소식을 듣지 못했다. ‘100년 기업’ 삼성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모셔와야 할 인재가 있다면 충분한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 외부 영입인재와 내부의 인재들, 그리고 MZ세대들이 적절히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연라고 창조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서 사이버보안 종목 수상자들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서 사이버보안 종목 수상자들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넷째, 조직문화도 과감히 쇄신해야 한다. ‘이재용의 뉴삼성’시대에 걸맞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MZ세대들은 앞으로의 삼성을 이끌어갈 삼성의 미래다. 이들에게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로열티를 기대해선 안된다. 삼성은 역시 뭔가 다르다는 인식을 다시한번 심어줘야 한다.

언제부턴가 사업부간 형평성을 따지다보니, 대한민국 1등 기업다운 최고대우를 받고 있다는 자부심은 실종됐고, 대신 그 자리에 자괴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리더십 공백기에 스며든 관료화된 조직문화는 조직을 경직시켰다. 사업지원TF로 대표되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적기에 이뤄져야 할 투자는 미뤄지기 일쑤였다. 또한 능력이나 성과보다 직급이나 나이를 따져 임원을 퇴직시키다 보니, 열심히 일하면 보상이 뒤따른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윗사람 눈치보기가 일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60세 룰’이 대표적이다. 작년 12월 조직개편때 없애기는 했지만, 수년간 이 제도가 남긴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삼성맨’들이 다시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으로 만들면 안된다. MZ세대들과 경험있는 인재들이 어우러져 마음껏 뛰놀 수 있어야 한다. 선대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일한만큼의 충분한 보상은 필수다. 이러한 것들이 바탕이 됐을때 이 회장이 밝힌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이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 ⓒ삼성전자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이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삼성엔지니어링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삼성엔지니어링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1월 1일 창립 53주년을 맞는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취임사를 겸한 뉴삼성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1938년 3월 자본금 3만원으로 설립한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그룹은 올해 창립 84주년이 됐다. 삼성전자는 7년 후엔 환갑을 맞이하고, 16년 후에는 삼성그룹 100주년이 된다. 이재용 시대에 삼성은 100주년을 맞이한다. 삼성은 초일류기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성장이 멈출 것인가.  ‘100년 기업 삼성’의 운명은 이재용의 손에 달려있다.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어 나갑시다.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

이 회장이 부친의 추모식 후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각오다. ‘뉴삼성호(號)의 선장이 된 이 회장이 삼성을 ‘100년을 뛰어넘는 초일류 기업’으로 계승·발전시킬때 진정한 ‘승어부승어조(勝於父勝於)'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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