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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 사장 애도기간중 고가 와인 모임 '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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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 사장 애도기간중 고가 와인 모임 '구설'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2.11.1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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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정식집서 벤처캐피탈 관계자와 수백만원대 와인
삼성, 참사직후 "과도한 술자리나 회식 자제" 권고
사진은 한국바이오협회 홈페이지 캡처.
사진은 한국바이오협회 홈페이지 캡처.

[매일산업뉴스]156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중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최고경영자(CEO)가 서울시내 최고급 식당에서 수천만원어치 최고가와인을 마시며 저녁모임을 가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CEO는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으로 이날 동석자가 투자관련 이해관계에 있는 벤처캐피탈 관계자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59·미국명 크리스토퍼 한승 고)이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효자동 인근 최고급 한식당에서 벤처캐피탈 관계자 등 3명과 함께 한 저녁 자리에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대에 달하는 최고급 와인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식당은 3년 연속 미쉐린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곳으로 예약없이는 식사가 불가능하다. 고 사장은 현재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고 사장 일행은 이날 1인당 22만원짜리 한정식 풀코스와 화이트와인 1병, 레드와인 2병 등 총 3병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한화로 환산할 경우 모두 수천만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마신 와인은 ‘도멘 르플레이브 바타르 몽라쉐’라는 화이트와인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최고등급으로 손꼽히는 그랑크루 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평균 소매가격이 약 1350달러(약 191만7000원)이다. 레드와인은 ‘샤토 마고’와 ‘샤토 라피트 로트쉴드’로, 이 역시 프랑스 보르도 5대 그랑크루 1등급으로 해외 평균 소매가격이 각각 735달러와 965달러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들여올 경우 주류세 60%가 포함되는데, 여기에서 2~3배 가격이 높게 책정돼 시중에 판매되고, 고급 음식점에서 판매될 경우에는 가격이 더 올라간다”며 “이날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화이트와인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최소 700만원에서 1000만원 가량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매일산업뉴스와의 통화에서 “벤처캐피탈 업계 분들과 미리 예정돼 있던 저녁자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날 마신 와인은 고 사장과 저녁을 함께했던 분들이 갖고 온 것으로, 코르키지 계산만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민간기업 최고경영자가 사업상 저녁자리에서 상대방이 가져온 고가와인을 마셨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협회 회장과 벤처캐피탈 관계자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 사장이 와인값을 직접 결제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자세는 적절치 않다”면서 “협회 회장과 벤처캐피탈 관계자와의 만남이라면 투자관련 대화도 충분히 오고 갈 수 있는 자리인만큼 자칫 접대성으로도 비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이 시기는 국가애도기간인 만큼 서로가 보다 더 신중한 자세를 취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경우,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직후 국가애도기간 중 회식 자제 등 과도한 술자리나 모임 등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직후인 지난달 31일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국가애도기간 중 회식은 물론 과도한 음주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53주년 창립기념행사도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했다. 삼성은 지난 3일 사회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해 50억원을 기부하면서도 공시로 그치는 등 보도자료를 내는 것 조차도 애도기간 중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정된 행사를 축소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에서 국가애도기간을 보냈다.

재계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제계 관계자이긴 하지만 국가애도기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경제계 리더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인 고 사장은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국 UC버클리대를 졸업했다. 고 사장은 1963년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프로스펙트 하이스쿨을 졸업하고 UC버클리대에서 생화학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유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바이오업계에서 일하다 2000년 바이오 벤처기업 다이액스에서 부사장을 맡으며 다이액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데 기여했다.

삼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삼성종합기술원 바이오연구 기술자문 상무로 영입되면서부터다. 이후 2004년 삼성종합기술원 바이오&헬스 랩장을 지냈다.

고 사장은 2007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신사업팀(전무)을 맡았다. 신사업팀은 당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먹거리 개발을 지시해 만든 팀으로, 3년간의 고심 끝에 2010년 바이오를 포함한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다. 이후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됐고, 고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를 맡았다. 이후 11년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끌면서 최장수 CEO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1월엔 한국바이오협회 7대 회장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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