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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재명과 그의 주술에 홀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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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재명과 그의 주술에 홀린 사람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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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옳고 그름보다 진영의 유불리로 묻지마 지지하는 종교집단
온라인플랫폼은 주술에 홀린 사람들의 배설 처리장 만들기
사진은 지난 1일 YTN 뉴스라이브 영상 캡처.
사진은 지난 1일 YTN 뉴스라이브 영상 캡처.

“나라가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게 엮는다. 검찰, 경찰의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해서 ‘언론과 검찰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있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냐. 참 어처구니없다. 나는 염력도 없고 주술도 할 줄 모르고 장풍도 쏠 줄 모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 모 씨가 사망한 것에 대해 지난달 30일 지지자들 앞에서 한 발언이다. 지지자들에게는 통쾌한 ‘사이다 발언’으로 들렸을 법한 명언(?)이다.

그는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다. 자기에게 절대 불리한 상황을 아주 쉽게 반전시켜 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다른 사람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말을 표정 한 번 흔들림 없이 아주 천연덕스럽게 할 줄 안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이 왜 그와 관련이 없나. 그러면 김혜경 씨는 왜 사과 기자회견을 했나. 그가 경기도지사가 아니었다면 부인 김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할 수 있었겠나. 경찰 수사는 없던 일을 만들어서 하는 정치적 탄압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보통 사람들 같으면 관련 참고인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 얼굴을 들기 어려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은 당당했다.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다고 강변하면서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주술 논란을 소환함으로써 일거에 수세국면에서 공세국면으로 반전시켰다. 지지자들은 열광하며 쾌재를 불렀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에게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도, 그와 관련된 죽음의 미스터리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그는 자신이 염력도 없고 주술도 할 줄 모른다고 했지만 주술이나 염력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사건과 의혹이 너무 많다. 또 그런 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개딸들(개혁의 딸들)’과 같은 팬덤이 형성되는 것도 다른 무엇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재명 지지자들의 극렬 지지는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

주술에 걸린 사람들은 극렬 지지자들뿐 아니다. 지난 대선 결과가 말해주듯 대장동 사건과 뗄 수 없는 관련이 있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당선자와 0.7% 차이라는 초박빙의 승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주술의 효과가 아닌가 한다. 그 자신은 대장동 사건을 두고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조직적 범죄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몰아준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임이 분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은 여전히 당당하고 지지자들도 그런 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재명 지지자들에게는 사실(fact)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대장동 범죄로 구속 수사를 받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재명과 긴밀한 사이이거나 최소한 무관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관련자 여럿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들에게는 또 옳고 그름은 판단의 잣대가 아니다. 좋고 싫음이 중요하다. 거기다가 ‘우리 편을 욕할 수는 없잖아’라는 고질적인 진영의식이 덧입혀져 사리분별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술이 대중에 먹혀들자 이재명은 더욱 용감해진다.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주장이 그의 입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주술 효과와 그에 따른 자신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fact)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인 그의 사고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은 비뚤어진 선민의식에 토대를 둔, 저학력·저소득층에 대한 모독이다. 저학력·저소득층은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 자신의 이해관계 등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고가 그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왜곡된 인식은 확증편향으로 굳어진다.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저학력·저소득층에 대한 모욕에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이재명은 언론 탓을 했다. 그에 적대적인 언론이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왜곡해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대선에서 월소득 200만원 미만 유권자 10명 중 6명이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소개하며 “안타깝지만 현실은 이렇다”고 다시 한번 처음 주장을 반복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언론은 그의 발언을 제대로 전한 셈이다. 그는 이처럼 논리의 모순을 범하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확증편향과 주술에 대한 자신감은 마침내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해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을 해보고자 한다”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가히 막장 정치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그의 제안은 주술에 홀린 사람들의 배설 처리장을 만들자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여 그 어떤 의원도 감히 그에게 고개를 쳐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게 아닌가 한다. 이재명 주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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