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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공짜로 일자리 30만개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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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공짜로 일자리 30만개 만드는 방법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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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WEF 기준 우리나라 규제 부담 141개국 중 87위 하위권
규제개혁은 기득권 혁파, 정부 강력한 의지와 원칙 있어야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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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든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요즘같이 비오는 날 밤에 택시잡는 일입니다. 길거리에 택시가 아예 없습니다.”

2020년 당시 무려 1만명이 넘는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면서 법제화된 ‘타다금지법’이 만든 참상이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은 모빌리티 혁신을 촉진하는 타다활성화법이라고 강변했지만, 혁신은 커녕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 피해자로 전락했다.

이처럼 일자리를 날려버린 규제는 ‘타다금지법’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정부에서 정보통신기술 분야 1호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은 기업도 사업을 포기할 정도다. ‘뉴코애드윈드’라는 회사는 오토바이 배달통에 디지털 광고판을 설치하는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었다. 현행법상 오토바이 등 교통수단에 디지털 광고물 부착이 금지되어 있는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허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허용 지역과 운행 대수 제한 등 덕지덕지 붙은 조건 탓에 수십억원의 손실만 보고 결국 해외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 디지털 산업의 모범사례라며 추켜세웠던 1호 회사가 이 정도 일진대, 다른 사업들은 어떨지 불 보듯 뻔하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이처럼 규제가 우리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규제 부담은 141개국 중 87위로 하위권이다. 베트남, 터키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임을 감안해 본다면 규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얼마나 잡고 있는 것인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규제 문제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십 년간 반복되는 만성질환이라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늘상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에는 공염불에 그치기 일쑤였다.

반면 규제를 풀어 일자리가 늘어난 성공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테리어 산업이다. 2005년 건축법 개정으로 발코니 확장 공사가 합법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했다. 그 이전에는 인테리어라는 개념도 희박했으나, 발코니 확장으로 마루가 넓어지고 공간의 활용이 커지게 되면서 본격적인 인테리어 시장이 열리게 되었다. 덕분에 2020년에는 인테리어 산업이 40조원을 넘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덩달아 일자리도 크게 증가함은 물론 소비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도 높아졌다. 요즘 한국의 아파트 인테리어를 보면 세계의 유명 호텔과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같은 성공사례를 늘리는 것이 혁신이며 일자리 창출의 가장 기본적인 해법이다. 규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개선하면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창출될 것이라고 하니 어찌 이를 마다하겠는가. 더구나 공짜다.

다행히 현 정부가 규제개혁에 사활을 걸었다. 각 정부 부처에서도 규제개혁 과제를 달라고 분주한 것을 보니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규제와 직접 이해관계 있는 사람들이 수많은 반대를 할 것이다. 규제개혁은 기득권 혁파와 같은 말이다. 기득권을 깨기 위해선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해외에서는 가능한 사업이라면 한국에서도 허용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부디 이번에는 규제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일자리 선진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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