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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불법파업의 합법화, 이제 무슨 이유든 원없이 파업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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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불법파업의 합법화, 이제 무슨 이유든 원없이 파업하겠다고?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3.02.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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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야당 단독 법안심사소위 통과 기업들 전전긍긍
협력사 많은 제조업, 조선, 건설 등엔 더더욱 파업 빈발 우려
돈없는 노조원 앞세우면 공장 멈춰도 손해배상 청구 못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노조법 2ㆍ3조' 개정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노조법 2ㆍ3조' 개정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산업뉴스]"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노조보고 그냥 마음껏 파업하라는 법입니다. 돈없는 노조원 앞세워서 직장점거하면 피해배상 하나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A기업 관계자)

"우리 협력업체만도 수백개인데 원청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다 관리하라는 법이잖아요. 현실적으로 언제 어디서 갑자기 파업이 벌어질지 불안합니다." (B기업 관계자)

"정리해고, 구조조정 같은건 물론 공장이전이나 인사조치 같은 경영권 행사도 얼마든지 파업으로 저지할 수 있게 될텐데 경영권 박탈 수준입니다.” (C기업 관계자)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이 지난 15일 야당단독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자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기업들은 기존의 노란봉투법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현행 노조법에 비해 독소조항이 한층 가중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들간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이 없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는 원칙적으로 파업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함으로써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파업할 수 있고, 울산공장 생산라인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제2, 제3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물론 협력사가 많은 제조업, 조선, 건설 등의 경우에는 파업이 빈발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대 노총이 전략적으로 협력업체끼리 돌아가면서 파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으로도 합법파업은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에 기업들로써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파업할 수 있는 사유도 사실상 무제한이다. 예를들어 해고자 복직요구, 인사배치 등은 물론 사소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까지 트집을 잡아 파업하자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A사 관계자는 "파업이란게 한번 벌어지면 기업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천문학적 손실을 입는데, 이런 사소한 것까지 파업을 허용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며 ”마치 파리 잡는데 칼을 써도 된다는 격“이라며 걱정을 토로했다.

기업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사실상 제한했다. 현행법은 이미 합법적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파업 참가자에게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기업이 입증해서 그 범위에서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그럴싸해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금지시킨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행위를 했는데 일일이 그 사람의 잘못과 기여도를 입증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노조가 이 조항을 남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노조가 전략적으로 자산이 없는 노조원을 앞세워 파괴와 폭력, 직장 점거 등의 불법행위를 하면 기업들로써는 이로인해 공장가동이 멈췄어도 손해를 배상받을 길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은 참여한 노조와 모든 노조원들에게 손해 배상 전액을 한꺼번에 청구할 수 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이 법은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규정한 현행법의 태도를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보호하려는 법"이라며 "대화와 협력 대신 파업을 권장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즉시 입법 추진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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