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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42]'영끌'해서 망했다고?세상에 그냥 버는 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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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42]'영끌'해서 망했다고?세상에 그냥 버는 돈은 없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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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금광 열풍, 튜립버블에서 기상화폐까지 '큰 바보'의 역사
남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면 실패 가능성을 떠안은 프리미엄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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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역마차. 서부개척시대엔 이 밴드웨건이 금광의 발견 소식을 알렸고 사람들을 몰고 갔다. 축제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처럼 주변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따라 뛰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호기심, 때론 일확천금의 기대감이 깔려있다. 유행에 휩쓸려 목적지도 모르고 편승했던 부화뇌동의 후유증이 요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식과 가상화폐, 아파트까지 ‘빚투’로 ‘영끌’했던 결과가 참담하다. 안타깝지만 가치와 가격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단지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입할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고 투자한 건 각자의 책임이다. 낙관적 기대에 매몰되어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바보는 더 큰 바보가 나타나서 그걸 살 거라고 믿는다. 시장에서 종종 열풍처럼 나타나는 이 이상 현상을 케인즈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으로 표현한다.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에 대한 투기로 역사적인 참사를 불러왔던 ‘튤립버블’도 더 큰 바보를 기대했던 밴드웨건의 결과였다. 당시 귀족과 부자들뿐 아니라 서민들 간에도 튤립을 사려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이 한 달 만에 수십배씩 뛰는 일까지 벌어졌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게 어려울 거라는 인식이 점차 늘었고, 튤립의 시장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이 꽃의 가격은 순식간에 폭락했다. 막대한 손해를 본 건 뒤늦게 튤립을 사들인 유럽의 투자자들이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영끌’ 투자는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인터넷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1990년대엔 세계적인 IT 투자의 붐에서도 나타났다. 벤처기업들의 치솟던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했던 ‘닷컴 버블’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도 알고 보면, 클린턴 정부가 ‘내집 갖기’ 선심정책으로 기준에 미달한 사람들에게 담보대출을 허용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덕분에 서민들이 너도나도 주택 구매에 나섰던 결과다. 인플레를 우려한 정부가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가계대출의 파산이 속출하자 금융시장에서 부풀었던 거품이 연이어 터졌다.

승승장구하던 비트코인과 가상화폐들이 최근 급락했다. 12년 전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세상에 나올 때부터 실체 없는 이 자산의 가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다. 손쉬운 초과이윤에 대한 기대로 뒤늦게 ‘영끌’했던 투자자들이 지금 쓴맛을 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주가 하락의 충격도 따지고 보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주식시장이 발행사의 기업가치에 기반해 움직인다는 투자의 기본원리에 소홀한 결과다. 코로나19의 위기에서 각국의 돈 풀기로 풍부해진 시중 자금이 투자할 증권의 가치를 따져볼 새 없이 그곳으로 몰렸던 밴드웨건의 후유증이 지금 세계 증시마다 나타난 것이다.

투자는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시장의 작동원리에 충실해야 하고, 가격은 늘 가치와는 다르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애덤 스미스도 초기 경제이론에서 ‘가치’와 ‘가격’을 분명히 했다. 가치는 재화의 ‘사용가치’로, 가격은 ‘교환가치’로 구별했다. 그러나 생존에 절대적인 물의 사용가치에 비해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높은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을 놓고 교환가치가 무엇으로 결정되는지를 설명하긴 어렵다. 재화의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는 사실만이 분명하다. 가치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철학의 탐구영역일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그 결정의 과정과 결과가 명쾌하다. 미래 가치를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자산의 증거만으로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일, 이 밸류에이션 작업은 애널리스트들의 영역이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평가하고 적정 주가를 추정하는 일은 지식과 정보를 융합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불확실성은 그러나 감수해야 한다.

저평가된 대상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의 모험정신처럼 여기엔 막대한 초과이윤이 따라온다. 밴드웨건을 뒤늦게 따라가는 사람보다 금광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더 대박을 터뜨리는 것처럼 수익률과 위험은 비례적 관계다. 큰돈을 벌려면 그만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남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면 그건 실패의 가능성을 떠안아서 얻어진 프리미엄이다. 남보다 더 많은 돈을 벌려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어디에다 ‘영끌’ 하더라도 변함없는 원리다. 그냥 오는 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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