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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재명의 껍데기 성장담론 ... 바보야, 문제는 역동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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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재명의 껍데기 성장담론 ... 바보야, 문제는 역동성이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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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신경제비전' 뜯어보니 알맹이 없는 뜬구름 잡기
규제혁파·노동개혁으로 기업 뛰어놀 장 만들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선포식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블로그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선포식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블로그 캡처

이번 대선만큼 이상한 선거도 없다. 역대 대선 중 거대담론을 내세우지 않는 선거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올해 초까지 거대담론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미지 경쟁에만 골몰하는 양상이었다. 특히 성장 담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1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이재명 신(新)경제 비전’을 선포하며 비로소 처음으로 거대담론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 내용만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비전인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그것인지 알 수가 없다. 보수정당에서나 나올 법한 성장 담론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과학기술, 산업, 교육, 국토, 네 가지 영역의 대전환을 통해 종합국력 ‘세계 5강의 경제 대국’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연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성장 담론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일단 공약경쟁에서만큼은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질러 가는 모양새다. 윤 후보 캠프는 성장 담론을 포함하여 한국 경제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 후보의 ‘신경제 비전’을 뜯어보면 그것이 뜬구름 잡기이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이 후보는 ‘세계 5대 경제 강국’이라는 목표를 위해 4가지 영역의 대전환을 말했다. 첫째, 과학기술의 대전환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양자기술, 우주항공과 같은 10대 미래전략기술을 ‘대통령 빅(Big)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며 “연구개발 체제를 산업계와 연구자 중심의 개방형 체계로 완전하게 바꿔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냥 그렇게 하겠다는 거다. 과학기술의 문외한이 봐도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의 발달이 대전제인데, 그건 장기간에 걸친 교육과 연구가 요구되는 사안이어서 기초과학 측면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말의 성찬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둘째, 산업 대전환과 관련, 이 후보는 “디지털에 특화된 미래 인재를 100만 명 양성하겠다”고 했는데, 교육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학령인구마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재주로 디지털 특화 인재 100만 명을 길러내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또 “약 135조 원의 디지털 전환 투자로 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는데, 정부에서 돈을 쏟아붓기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듯하다. ‘반도체 굴기’를 기치로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지만 변변한 상품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한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 대한 이 후보의 설명은 역설적으로 이재명의 신경제 공약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이 후보는 “바람과 햇볕이 달리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며 “세계를 선도하는 그린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태양전지, 풍력발전, 에너지 저장장치, 그리고 이를 활용한 친환경 미래차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서둘러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뒤를 잇겠다는 선언과 같다. 풍부한 일조량도 거센 바람도 없는 나라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강조하면서 탈원전으로 방향을 트는 바람에 에너지 비용만 높여 놨을 뿐 애꿎게 원전산업의 생태계만 망가뜨리고 만 문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니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부터 앞선다.

이 후보는 산업 대전환과 관련, “기존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제조공정을 디지털로 혁신하겠다”며 “글로벌 보호주의 강화에 맞서서 제조업의 공급망을 자립하고 산업주권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취약한 소부장 산업을 더 확실하게 육성해서 글로벌 소부장 핵심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며 “우리 제조기업이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과감하게 지원하고 규제도 합리화해 내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한일간 외교갈등으로 인하여 일본이 불화수소 등 반도체 제조의 필수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선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산업주권’까지 내세운 것은 국수주의라는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 후보의 공약과는 엇박자로 가고 있다는 점도 이 후보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다.

같은 화학물질과 시설에 대해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 산업안전보건법 상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가 중복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거나 화관법 및 화평법 적용을 완화해 달라는 산업계의 요청에 민주당이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기대를 걸었던 반도체특별법 또한 규제 개선이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 업체들에의 지원에 아무 효과도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일례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소부장 중소기업들에 대한 주 52시간제 근무 완화 적용을 외면하는 건 이 후보의 공약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잘 보여준다. 인력공급을 제대로 못해 주면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용이라도 가능케 해 주어야 할 것 아닌가. 또 업무의 특성상 반도체 R&D 인력의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면제가 반도체특별법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도 업계를 크게 실망시켰다.

이 후보가 선제적으로 비전을 제시한 것은 일견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알맹이가 없다는 건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성장 담론을 주도해야 할 국민의힘이 비전 제시도 없고 담론의 맥락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성장 담론의 키워드는 ‘역동성의 회복’이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는 가운데 창의력이 우리 산업 전반에서 펄떡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빚을 내 돈을 풀어내는 것보다 몇천 배는 더 중요한 정부의 몫이다.

기업들이 정부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재정지원이 아니다. 돈 몇 푼 지원해 주면서 이것저것 간섭하지 말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의 혁파, 노동개혁 등으로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 점, 대선 후보들은 꼭 새기길 바란다. 선거공학 차원에서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 진정 한국 경제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절실한 것은 ‘역동성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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