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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노란봉투법은 기업도 노동자도 함께 죽자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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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노란봉투법은 기업도 노동자도 함께 죽자는 법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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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하청 근로자들은 쫓겨날 것
통제된 닫힌 사회로 갈것인가 자유로운 열린 사회로 갈것인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역 부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역 부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노동자대회 및 민중총궐기’라는 이름의 대규모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쳤다. 이들의 목적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원내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한 입법 폭주로서 국회를 통과시킨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었다.

하청업체 근로자와 원청업체 간 교섭을 허용하고,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며, 회사의 손해배상 입증책임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를 개정한 것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인데 그간 ‘파업 조장법’이라는 비판을 들어 왔다. 하지만 이 법은 파업 조장을 훨씬 넘어서는 근원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게 그것이다.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반드시 의도하지 않은 문제가 터지기 마련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하청업체 근로자와 원청업체는 계약관계에 놓여 있지 않다. 그런 두 당사 간 교섭을 허용(강제)하는 건 하청업제 근로자들이 사실상 하청업체로서 원청업체와 근로조건이나 임금(노동의 가격) 등에 대해 협상을 벌일 수 있게 함으로써 하청업체는 졸지에 투명인간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이 경우 하청업체는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조건으로 원청업체와 원하지 않는 계약을 강제당할 수 있는데, 그럼 하청업체는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고, 그 역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결국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위한다는 법이 그들을 일자리에서 쫒아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자리는 다른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메울 것이며, 그런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좁히자는 것인데, 그럼 법의 원칙이 모호해지고 결국의 법치 질서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시장은 법치에 의해 굴러가는데 법치가 무너지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회사의 손해배상 입증 책임 강화도 말이 좋아 입증 책임 강화지 사실은 손해배상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 역시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원청회사가 하청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일자리에서 쫒겨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예상되는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려 하지 않으려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보다 먼저 국내 기업들의 해외 탈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럼 일자리가 줄어들고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민주당과 민노총이 노란봉투법과 같은 입법을 시도하거나 압박을 가하는 것은 다 국가 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띤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 위에서 가장 잘 작동된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집단적 사회는 닫힌 사회라 부르며, 개개인이 개인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는 열린 사회라고 정의했다. 그는, 닫힌 사회는 하나의 유기체에 그대로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사회가 유기체와 같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의지를 가진 존엄한 개인의 존재가 아니라 유기체가 작동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역할에 맞추어 기능하는 신체의 장기나 세포와 같은 존재라는 뜻이니 극단적인 전체주의를 이르는 말이다. 포퍼는 자유 사회를 열린 사회로 보았고, 사회주의나 집단주의자들은 그 적들로 보았다. 포퍼에 비추어 보면 민주당이나 민노총은 열린 사회의 적들이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방송3법 상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방송3법 상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연합뉴스

칼 포퍼가 말한 열린 사회는 자유의 대변자 하이에크의 말로 바꾸면 ‘확장된 질서’다. 하이에크는 소우주(소규모 무리의 집단 또는 우리의 가족)의 규칙들을 우리의 본능(원시시대 소집단에서 형성된)과 정서적 갈망이 원하는 대로 대우주에 적용했다면 대우주는 파괴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반대로 확장된 질서로서의 거대 사회의 행동규칙을 소우주에 적용시킨다면 역시 소우주는 파괴된다는 것이다.

하이에크가 말하는 대우주는 거대한 지구적 범위로 확장된 질서를 뜻한다. 그런 거대 사회는 소유, 계약, 거래 등의 행동 규칙에 의해 작동하고 유지된다. 그런 거대 사회에 소집단(소우주)의 본능적 요소인 연대와 이타심, 희생과 같은 행동 규칙을 강제하면 거대 사회의 확장된 질서는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대우주의 행동 규칙을 가족과 같은 소우주에 적용한다면 가족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자.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 수십억, 또는 수백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면 너무 가혹하다. 실제로 쌍용자동차 파업 노조원들이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고, 대우조선해양 하청 근로자들이 470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려 있기도 하다. 우리가 모두 가족이라면, 즉 하이에크가 말하는 소우주라면 그런 끔찍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리 없다. 만일 소송을 한다면 가족은 무너진다. 하지만 대우주에서는 그런 가족 본능적인 감성적 요소가 행동 규칙이 될 경우 무너진다. 시장질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전체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닫힌 사회로서의 전체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닫힌 사회로 갈 것인가, 국가의 통제와 간섭이 줄어 자유와 창의가 숨 쉴 수 있는 열린 사회로 갈 것인가의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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