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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리커창 추모 정국을 두려워하는 중국의 미래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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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리커창 추모 정국을 두려워하는 중국의 미래는 뻔하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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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뚜렷한 업적도 없이 그저 쓴소리 몇번한 리커창이 두렵다니
신성 불가침 권력 향유하려는 시진핑이 반문명의 길로 인도
고(古) 리커창 전 중국 총리를 추모하는 중국인들 ⓒ연합뉴스
고(古) 리커창 전 중국 총리를 추모하는 중국인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10월 27일 갑자기 사망한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에 대한 대규모 추모를 막기 위해 강력한 통제에 나서는 모습에서 중국 자신과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깔려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중국 당국이 대규모 추모를 막는 것은 ‘제2의 텐안먼 사태’를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국제사회는 보고 있다. 그만큼 시진핑 1인 영도체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팽배해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사실 리커창 전 총리는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도 못했으며, 다만 몇 마디의 ‘쓴소리’로 올바른 지도자라는 이미지만을 남겼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추모 열기가 높은 것은, 중국인들이 시진핑 체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이 긴장하는 까닭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중국과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보는 것은 중국이 칼 포퍼가 말하는 ‘닫힌 사회’의 젼형이기 때문이다. 포퍼는 마술적 사회나 부족사회 혹은 집단적 사회는 닫힌 사회라 부르며, 개개인이 개인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는 열린 사회라고 정의했다. 그는, 닫힌 사회는 하나의 유기체에 그대로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사회를 유기체로 본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개인이 아니라 그 사회가 작동하기 위해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부품이라는 발상이다. 바로 전체주의 사회다.

포퍼에 따르면 전체주의의 시조는 플라톤이다. 포퍼는 플라톤의 정치강령의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첫째, 계급을 엄격히 구분한다. 둘째, 국가의 운명과 지배계급의 운명을 동일시한다. 셋째, 지배계급은 무기 휴대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서 독점권을 갖는다. 넷째, 지배계급의 모든 지적 행위에 대한 검열과 그들의 의견을 통일하기 위한 계속적인 선전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국가는 자급자족일 수 있어야 한다. 

포퍼는 이에 대해 “플라톤의 정치적 요구는 순전히 전체주의적이고 반인도주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확하게 지적했다. 포퍼가 보기에 플라톤의 정의에 대한 관념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플라톤은 ‘지배자는 지배하고, 노동자는 노동하고, 노예가 노예일 수 있다면, 국가는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포퍼의 이해다. 오늘날 우리가 이러한 플라톤의 생각에 동의할 수 있을까. 심지어 플라톤은 “현명한 자는 이끌고 통치해야 하며, 무지한 자는 그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동의할 수 있는가.

중국은 플라톤의 국가론에 따른 정의로운 국가와 흡사하다. 지배자는 지배하고, 노동자는 노동하며, 노예가 노예다운 국가, 바로 중국 아닌가. 북한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음은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시진핑이 종신집권의 기틀을 다지면서 중국 역시 절대군주제의 북한과 다를 바 없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비로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이긴 하지만 지난 40여 년 동안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로 이어져 오며 권력 교체의 전통을 세워 왔다. 하지만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그런 전통이 깨진 것이 분명하다. 시진핑은 비록 권력을 세습하지는 못하겠지만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절대로 권력을 후계자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리하여 절대적인 권력을 갖는 지배자의 자리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권부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자들은 시진핑에 대해 ‘영명하고 탁월한 영수’라는 찬양 일색으로 정치적 생명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생명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중국 사회주의가 마르크스주의의 순혈주의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와 유교문화의 접목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유교적 전통과 사회주의의 결합은 사실 마오쩌둥 당시 이미 수립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마오는 단순한 지배자가 아니라 황제에 버금가는 권위와 권력을 누렸다. 시진핑은 그런 마오보다 더 높은 권좌에 올라 있다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난 3월 대화하는 시진핑과 리커창 ⓒ연합뉴스
지난 3월 대화하는 시진핑과 리커창 ⓒ연합뉴스

닫힌 사회의 문제는 그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 상관없이 한 방향으로만 몰려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닫힌 사회인데, 이런 사회에서 영도자는 ‘무오류’의 절대적 존재다. 그 누구도 비판은 말할 것도 없고 절대자와 다른 생각을 갖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김일성 주체농법이 북한 주민들을 굶주림으로 몰아넣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농사의 최고 전문가라 할지라도 김일성의 현장 지도에서의 한 마디에 토를 달았다가는 그 즉시 황천길인데 어느 누가 감히 바른 소리를 하겠는가.

시진핑도 거의 그 정도 수준의 위치에 올라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마오는 대약진운동의 오류를 인정하여 국가주석직을 내려놓았지만 시진핑은 거의 무오류의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코로나 제로’라는, 자유세계에서는 상상조차 힘든 조치를 취하며 아파트 단지, 나아가 도시 전체를 봉쇄해버릴 수 있었다는 사실, 그런 가운데 누구도 그 부당함이나 불합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점, 이후 경제 불황을 타개해 나갈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고집으로 일관했다는 점 등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시진핑이 진시황 못지않은 황제로서의 권력을 다져놓았다는 점이다. 

시진핑이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누리는 한 중국 자신에게는 물론 세계에도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시진핑이 계속 중화주의라는 민족주의를 지배의 도구로 이용하며 패권을 추구할 경우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무오류의 지배자가 통치하는 나라가 패권국가에 이를 만큼 국력을 키우기는 어렵다. 그럴수록 군사력 증강으로 패권을 추구할 때는 재앙을 부를 것이다. 중국이 반문명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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