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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중대재해처벌법 대처, 로펌보다 먼저 찾아야할 '의식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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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중대재해처벌법 대처, 로펌보다 먼저 찾아야할 '의식개혁'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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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작업자 몸에 밴 안전의식와 실행하고자 하는 경영자 리더십 필수
기업·기관, 학교·가정 관리범위 있는 모든 시설 안전수준 높여야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1월 27일부터 5인이상 50인 미만 기업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어 많은 기업들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과 건설업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가 해당된다. 물론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부처 홈페이지 자료실을 클릭해보면 수많은 정보들이 제공되고 있다.

해당기업들의 준비는 충분할까.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면 되는 걸까. 정부는 물론 모기업들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중소기업과 협력사들의 사고예방을 위해 안전진단과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과 뿌리산업들은 하루하루 버텨내기조차 버거운 곳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작업 중 사망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임원으로 있는 후배를 만나 걱정스런 말과 함께 잘 처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그런데 후배는 뜻밖에도 유명한 로펌과 잘 진행하고 있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법률적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증거 등을 잘 확보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물론 적법한 절차와 증거로 판단되고 해결되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 유사한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또한 또다른 잠재위험이 사고로 나타나지 않도록 올바르게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회사는 안전관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법적인 안전설비도 갖추고 교육훈련도 잘 했으니,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오직 상해를 입은 작업자의 과실이 크다는 식으로 마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작업현장은 여러 위험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다. 자칫 방심했다간 상해를 입는 사고들이 일어날 수 있다. 사고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으나 사고날 것 같은 상황이나 가슴 철렁한 경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차사고’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작업자들의 몸에 밴 안전의식과 행동, 그리고 안전을 중시하는 ‘안전문화’와 실행하고자 하는 경영자의 의지와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사고가 발생하면 언론과 뉴스 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해당 기업은 즉각적인 사고처리와 피해자 보상, 그리고 철저한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머리를 숙인다. 법적으로 사고의 원인과 피해정도에 따른 처벌을 감수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유사사고가 빈번하게 재발하고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정부 자료를 보면 2020년 한해에만 2062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돌이키기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헌법재판소는 2007년 8월 30일 ‘근로의 권리가 ’일 할 자리에 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바, 후자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대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자유권적 기본권의 성격도 갖고 있어 건강한 작업환경,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 합리적인 근로조건의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포함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위험, 위해요소가 없는 작업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안전경영은 ESG에서 말하는 ‘S’,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긴 이후, 기업들이 엄격한 관리와 감독을 받아들이며 경영활동을 하는 것은 그것이 기업의 책임이고 기업가정신을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기업도 많다. 특히 중소기업, 뿌리산업 규모는 회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거운 경우가 많다. 일시에 확 바뀌어 좋아지긴 어렵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안전이 곧 사람과 기업의 모두의 생명’이라고 여기며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무고한 시민 사상자가 나오는 시민재해까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사고로 시민들이 무고한 피해를 입었는가하면, 멀쩡했던 교량이 붕괴되거나 폭우로 지하차도가 잠겨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특히 이번 장마기간 집중 홍수로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은 물론 생명까지 잃었다. 그렇다면 집중호우로 인한 재해는 하늘만 탓할 일인가. 발생한 사고 중 알고도 미처 대비하지 못해 일어나거나 재발한 것도 다수일 것이다. 더군다나 기후변화에 의한 영향을 내밀며 ‘극한호우’라는 생경한 용어의 재난문자 발송으로 긴장감을 더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전의 사고 경험이나 점검을 통해 발견한 잠재위험이나 혹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통해 미리 대처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짙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대상으로 했다. 우리는 대부분 중대재해는 기업 즉 산업현장에서 발생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회 간접시설이나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중시설 등에서도 재해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산업재해 피해가 시민들로 확대되는 경우도 있다. 법에서 말하는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필자 제공
ⓒ필자 제공

시민재해와 관련, 중대재해처벌법에는 기업, 단체뿐만 아니라 행정관서에 대한 의무와 책임사항을 규정하고 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한다. 경영책임자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장이 포함된다.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한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위하여 재해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특히 도로나 교량, 하천시설, 옹벽, 절토사면 등 위험이 상존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전에도 시설물안전법, 건축물관리법, 하천법 등 여러 법률로 관리되고 있다. 관련 법률의 존재만이 사고를 막고 재난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심과 실행이 관건이다.

사실 기업이나 행정기관, 혹은 학교나 가정에서 조차 자신의 관리범위에 있는 모든 시설과 환경, 행위의 안전수준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실 완벽하다는 것이 있을까. 완전하게 안전한 상태를 추구하면서 불안전한 상황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노력일 수도 있다. 안전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인데 먼저 의식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 것에 앞서 어떤 것이 불안전한가를 먼저, 그리고 제대로 파악하려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적합한 행동을 신속히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관들의 솔선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시민재해, 사회적 참사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것은 경험의 덕 일까? 덜하고 싶은 경험, 안하고 싶은 경험이면 좋겠다. 법이란 것이 불법행위의 처벌만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안전을 강화하여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ESG의 ‘S(Social·사회)’의 개념엔 ‘책임감’이 포함되어 있다. 기업 뿐만 아니라 단체·기관들도 사회 구성요소로, 모두 관련성이 있기에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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