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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MZ노조에 대한 믿음의 배경은 ... '회계는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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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MZ노조에 대한 믿음의 배경은 ... '회계는 상식'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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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회계는 기업활동을 화폐단위로 기록하고 외부에 그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 "단 1원도 공시하고 애매한건 개인돈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근로자의날인 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스타벅스 경동1960점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임원진과 만나 서울시 노동정책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대화하면서 함께 화이팅을 하고 있다. 서울시제공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근로자의날인 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스타벅스 경동1960점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임원진과 만나 서울시 노동정책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대화하면서 함께 화이팅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제공 ⓒ연합뉴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는 현재 미국 재무부 장관직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의 남편이다. 그는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면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음을 보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 정보경제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보비대칭이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정보를 잘 모르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을 말한다. 이러한 정보비대칭은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 딜러와 일반 구매자 사이에서 특히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는 중고차 시장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것이다.

이달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국판 레몬법이 2019년부터 시행되어 4년 넘게 지났는데도 자동차의 불량으로 교환 및 환불은 13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레몬법 명칭이 애컬로프가 분석한 중고차 또는 불량차의 영문명(lemon car)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는 자동차 품질에 대한 보증(warrant)으로 정보비대칭을 제거하고 시장실패를 막을 수 있음을 보였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품질 불량에 대한 거증책임을 소비자가 지고 있고, 관련 내용도 공지하지 않아서 법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못하기 때문에 반토막 레몬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정보비대칭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정보비대칭 문제는 이렇게 중고차 시장을 분석하면서 널리 알려졌지만 이미 이해관계가 충돌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어왔다. 대표적으로 기업은 주주, 경영자, 채권자, 노동자, 정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만큼 정보비대칭의 문제가 일찍부터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기업활동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 해결책이 바로 회계(accounting)인 것이다. 회계는 기업활동을 화폐단위로 기록하고 그 결과를 재무제표로 공시하여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이다. 즉, 회계는 공시(disclosure)를 통해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만약 기업마다 제각기 다른 회계처리방식을 적용한다면 똑같은 사업성과를 낸 기업인데도 서로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또 전년도와 똑같은 성과를 냈는데도 올해 성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모든 기업은 회계기준을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GAAP: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GAAP은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다. 이렇게 기업들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 공시함으로써 기업 간, 기간 간 비교가능성을 높여 정보비대칭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조직도 기업의 회계만큼만 공시 체제를 갖춘다면 부정, 비리, 갈등이 크게 해소될 수 있다. 그 이유는 가장 오랜 동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으면서 이들이 모두 받아들이는 회계기준을 적용해서 투명한 정보를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서 그 정보의 적정성을 공인회계사가 외부감사인으로서 감사의견을 내기 때문에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 대해서 회계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자가 주주의 돈으로 사업을 하듯이 이들 집행부는 정부와 시민의 돈으로 사업을 한다. 따라서 이들 집행부는 마땅히 돈을 제공한 측에 자신들의 사업비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27곳의 노조 중 120곳만 회계자료를 제출하고 나머지 207곳(전체의 63%)은 제출에 불응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 오랜 동안 남의 돈을 회계절차 없이 쓰는 행태에 익숙해진 것 아닌가 싶다.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MZ노조로 대표되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한 칼럼에서 “단 1원도 틀림없이 모두 공시하고 조합활동을 하다가 생긴 애매한 비용은 개인 돈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회계에 대한 전문성과 무관하게 믿음이 간다. 회계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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