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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정부 보조금 거부" MZ노조에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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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정부 보조금 거부" MZ노조에 희망이 보인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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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노조의 독립성 지키고 더 약자에게 돌아가야"
정부 아닌 노조원의 대리인이라는 점 분명하게 밝힌 것
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오전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회계서류 비치·보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노동조합에 대한 현장 조사를 위해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 들어서려 하자 이를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오전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회계서류 비치·보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노동조합에 대한 현장 조사를 위해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 들어서려 하자 이를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MZ세대 노조들이 결성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그동안 왜곡되어 온 대리관계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였다. 즉, 고용노동부가 노조들에게 정부보조금을 신청하라는 안내문을 보낸 데 대해서 이를 신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밝힌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이유를 보니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노조를 설립한 지 얼마 안 되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둘째, 정부보조금을 받으면 노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 셋째, 정부보조금이 MZ세대 노조원들보다 여건이 더 열악한 노동약자들에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MZ세대의 이와 같이 성숙된 모습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주도해온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의 행태와 매우 대비된다. 그동안 양대 노총은 파업과 시위를 반복하면서 국민경제를 힘들게 한 면이 있다. 그러면서 노조집행부는 비리와 불법행위로 잇속을 챙기거나 정계로 진출하였다. 귀족노조의 기득권은 강화하면서 비노조원에 대한 겁박도 행해졌다. 무엇보다도 주한미군철수, 파병과 FTA반대 등 노동운동과는 무관한 이슈로 목청을 높여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노조원과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수십억 원의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사용내역에 대한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얼마 전에는 북한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그들의 지령을 수행한 혐의로 노조 간부들이 국정원에 간첩혐의로 검거됐다. 이태원 사고를 즈음한 거리집회에서 사용했던, 윤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도 북한이 만들어 준 것이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제는 양대 노총을 약한 노동자를 위한 대리인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들 노조가 노동자의 대리인에서 이렇게 변질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시민단체를 정부 정책에 참여시킨다면서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노조 집행부는 노조원이 내는 회비로 위임자(주인)인 노조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대리인인데 수십억 원에 이르는 큰돈을 지속적으로 정부에서 받다보니 이제는 돈 잘 주는 정부의 대리인이 된 것이다. 강성 노조는 국민들과 경제에는 큰 부담이지만 정치인의 정권창출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돈으로 얽힌 관계는 이익카르텔로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쉽게 뽑히지 않는다. 새 정부가 요구하는 보조금 사용내역의 공개에 불응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MZ세대 노조가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뉴스에 접하고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고 보면 MZ세대 노조에 대해 희망을 본 시점은 지난해 말 지하철파업에서였다. 2022년 11월 말에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민노총 중심으로 총파업을 예고하고 돌입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돌입 하루 만에 파업을 철회하였다. 철회하게 된 이유는 노조원 1만5천명 중 1900명으로 13%에 불과한 소수 인원이지만 MZ세대의 ‘올바른노조’가 파업에 불참하면서 파업의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민노총이 주도하는 정치적 투쟁에 염증을 느낀다며 MZ세대 노조로 소속을 옮기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MZ노조들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제시한 것은 신선하고 획기적이다. 자신들은 정부가 아닌 노조원의 대리인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본래 대리관계가 이랬어야 했는데 표만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금전적으로 개입해서 이 관계를 왜곡시켜 놓은 것이다. 새로 고친다는 이름처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원칙에 충실하면서 정치색을 벗으려는 시도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위임자의 이익에 충실한 선한 대리인으로 자리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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