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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세수 부족 걱정? 세수 낭비 부추기는 지방 교부제가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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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세수 부족 걱정? 세수 낭비 부추기는 지방 교부제가 더 걱정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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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세수규모 넘어 재정지출 일상화 예산절감에 무감각
중앙에서 돈 받아 명품 구매 돈잔치하는 지자체
김제시청 ⓒ연합뉴스
김제시청 ⓒ연합뉴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문재인 정부가 겪게 해 준 것 중의 하나는 재정적자 100조원, 국가부채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긴축재정을 기조로 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재정적자 폭을 58조원으로 줄이는 예산을 편성했다. 작은 정부와 민간 부문의 효율성에 더 무게를 두는 관점에서 보면 그 방향성은 옳다고 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새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가 더해져서 재정적자폭이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내년 총선도 복병이다. 총선을 염두에 둔 지출확대로 추경예산이 편성되면 정부의 결심과 달리 100조원의 재정적자가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세수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데 세수감소보다 더 걱정해야 할 일은 고질화된 예산낭비 구조이다. 그동안 세수규모를 넘어서 재정지출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서인지 예산절감에 무감각해진 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세금폭탄으로 힘들어했다. 그런 만큼 정부의 세수증대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연일 기사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 100조, 국가부채 1,000조원이라니 그 동안 재정지출의 방만함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중앙정부의 이러한 분위기가 지방정부에도 그대로 전파되었을 것이다. 지난 3월에 보도된 전북 김제시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김제시는 재정자립도가 10%에 불과해 전국 평균 45%보다 한참 아래로, 226곳 중 177위이다. 그런데 작년 추석에 ‘일상회복지원금’으로 시민 8만1000명에게 100만원씩 810억원을 나눠줬다고 한다. 김제시의 지방세 수입이 869억원이니 자체수입 대부분을 주민들에게 뿌린 것이다. 김제시 한 해 예산이 8624억원이니 869억원을 뺀 7755억원(90%)은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국세와 연동해서 자동적으로 교부세와 교부금을 지급하는 법은 각각 1962년, 1972년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다. 계속 큰 돈이 들어오면서 용도제한은 없으니 지방정부로서는 굳이 아껴 쓸 유인이 없는 구조이다. 한편, 지방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김제시도 2011년에 9만5000명이었던 인구가 이제는 8만1000명이다. 그동안 15%가 감소한 것이다. 이렇게 인구는 줄어드는데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규모는 2011년 67조원에서 지난해 153조원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진정한 자치는 경제적 독립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지자체 예산의 10%만 내 돈으로 쓰고 90%를 중앙정부 돈으로 쓰면서 이를 자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나마 그 10%도 지자체장의 포퓰리즘에 써 치웠으니 결과적으로 100% 남의 돈으로 살림을 하는 셈이다. ‘내돈내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예산절감의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금낭비가 일상이 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대놓고 돈을 뿌리는 것도 종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도 쓸 돈은 2배가 되는, 50~60년이나 방치해놓고 있는 지방교부제도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지방공무원의 세금유용 의혹이 짙은 뉴스까지 뒤를 이었다. 지방도청 공무원들이 페라가모 실크넥타이, 몽블랑 가죽지갑, 샘소나이트 블랙라벨 더플백 등 고가 사치품과 더불어 개인 물품을 사들였다고 한다. 내돈내산이면 문제될 리가 없다. 내 돈이 아닌 부서의 법인카드로 사들였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더구나 카드전표에는 구입처가 구내매점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도청 노조가 20%에 가까운 수수료를 받고 구매대행을 해주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단순한 세금낭비 수준을 넘어서는 행태이기에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내는 세금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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