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산업뉴스]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동결해 연 3.5%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이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은 2021년 8월 금리인상 행진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소비자물가가ㅏ 4%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이 기준금리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조정없이 동결했다. 2021년 8월 이후 지난 1월가지 이어진 금리인상 레이스가 최근 두 차례 동결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한은이 기준 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는 최근 다소 안정된 물가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될 것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상승률이 2월(4.8%)보다 0.6%p 떨어졌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다만 연내 최종 기준금리가 3.5% 수준으로 유지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반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000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물가·고용 상황 등을 고려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에 한번 더 베이비 스템(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Fed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74~5%로 결정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5%포인트로 벌어졌다. 5월 이후엔 역대 최대 수준인 1.7%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국제결제·금융거래의 중심이 되는 화폐)라는 점에서 미국과 기준금리가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는 떨어지는 (환율은 상승)위험이 있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입가격을 비롯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고조된 금융위기 가능성도 한은의 추가 인상을 억제한 요인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