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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법을 지키지 않는 법학도들과 고무신 작가를 죽게 만든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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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법을 지키지 않는 법학도들과 고무신 작가를 죽게 만든 법원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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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없어
작가의 권리 방관하는 법원과 로스쿨 교재 복제하며 판검사 된다는 학생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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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지식재산권은 기존의 유형재산에 대한 권리를 넘어서 무형 지식에 대한 권리를 의미한다. 즉, 연구, 기술, 문화 등의 분야에서 사람이 창조한 모든 콘텐츠에 대한 재산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지식재산권으로 사람들의 창의성을 보호함으로써 적극적인 창작활동을 이끌어내고 결과적으로 그 성과물이 우리 사회를 더 풍요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철저한 국가는 미국이다. 기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고 또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엄벌에 처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과도해 보일지 몰라도 이렇게 지식재산권을 지켜주기 때문에 전 세계의 창의적인 천재들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들의 성과물이 미국을 발전시키고 강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미국에 대비되는 국가는 중국이다. 기술유출 혐의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거리에는 유럽의 짝퉁명품들이 넘쳐난다. 한한령을 내리고 우리 문화에 대해서 반달리즘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방송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본떠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기드라마를 불법으로 다운로드를 받아서 즐기기도 한다. 지식재산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를 않는 것이다. 중국의 창의적 인재들까지 미국을 찾는 이유이다.

그런데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은 경제발전의 단계와 함께 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과거 우리나라도 일본 제품을 모방하고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일본문화를 즐긴 경험이 있다. 또 대학에서는 미국원서를 무단복사해서 교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의 중국 모습이 과거의 우리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경제발전의 단계는 아직 지식재산권을 인정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재산권이 인정되고 개인의 창의적 활동이 보장되고 있는가. 이를 보장해야 할 최후의 보루는 법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 법원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은 너무 낮은 수준이다. 지난 3월에 인기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의 별세소식이 전해졌다. 불공정한 계약으로 출판사가 저작권을 가져간 후 작가는 출판사의 고소로 피고인이 됐다. 자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곧 범죄가 되는 황당한 상황이 된 것이다. 더 이상 그림은 그리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막노동 일까지 했다고 한다. 4년째 계속되는 기나 긴 소송에 지쳐서 결국에는 자신의 목숨으로 억울한 상황을 세상에 알린 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법원은 이우영 작가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저작권에 대한 법원의 인식수준을 방증한 것이다.

한 달이 지난 4월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부족을 하소연하는 출판사의 애절한 사연이 보도됐다. 법학전공 서적을 출간하는 출판사 대표가 로스쿨 학생 50명을 고소한 것이다. 책 소비자인 학생들을 출판사가 고소한 것이 이례적이다. 이 출판사는 10년 넘게 전국 로스쿨에 교재를 납품했는데 최근에 매출 급감으로 직원들을 감원했다. 또한 관련 전공 서적의 출판사도 20곳에서 3곳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교재를 불법으로 복제하고 PDF파일로 공유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신학기 법학 교재 70만원어치가 단돈 5000원에 공유되고 있는 것을 보고 고소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부를 마치고 로스쿨을 졸업한 후 판검사, 변호사가 될 예비법조인이다. 이렇게 저작권을 가벼이 생각하는 학생들이 법조인이 되면 검정고무신을 지켜줄 수 있을까.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선 한 학기에 수십만 원의 책값이 부담스럽다고 볼멘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들에게 미국 대학교 구내서점에 가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 권에 수십만 원 하는 전공교재들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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