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5-19 04:15 (일)
[이종근의 좌충우돌]28년전 독침에 피살된 두 사람의 죽음을 기억하라
상태바
[이종근의 좌충우돌]28년전 독침에 피살된 두 사람의 죽음을 기억하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5.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북 테러 정보 입수한 당국, 재외공관에 경보 2단계 격상
총선 끝나자마자 “친미 파쇼” 외치는 종북정당 배후는?
1996년 10월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아파트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다 피살된 최덕근 영사와 관련한 동아일보의 특종기사 캡처.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부천병 후보로 나온 하종대 당시 동아일보 기자의 특종이다.
1996년 10월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아파트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다 피살된 최덕근 영사와 관련한 동아일보의 특종기사 캡처.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부천병 후보로 나온 하종대 당시 동아일보 기자의 특종이다.

1996년 8월 16일 오후 5시 30분 연길시내의 기아훈련원 구내에서 괴한 2명이 기아자동차 훈련원장 박병현 씨의 옆구리에 독침을 꽂고 달아났다. 박 원장의 바로 옆에서 현장을 목격한 기자들에 따르면(함께 백두산 취재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현장에 있었음) 박 원장이 화단가에 서 있던 2명의 사내 곁을 스치듯 지나갈 무렵 그중 한명이 박 원장의 옆구리를 손으로 툭 치듯 건드리고 달아난 후 박 원장이 쓰러지며 “독침이다”라고 외쳤다.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통을 호소하던 박 원장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두었고 현장에서 발견된 볼펜 모양의 독침에는 주사 바늘이 달려있었다. 중국 공안은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고 원한에 의한 피살“이라며 수사를 종결했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현장에서 수거한 독침 볼펜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박 원장은 평소 남북이 혼재돼 있는 연변의 중요성을 평소에 강조해 왔으며 탈북자들의 도움 요청도 알게 모르게 많이 받아온 것으로 후일 알려졌다.

그로부터 2개월 후인 1996년 10월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아파트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최덕근 영사가 피살됐다. 최 영사는 둔기로 머리를 8차례 가격당했고 주사 바늘로 추정되는 흉기에 옆구리를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훗날 우리나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북한 공작원이 주로 사용하는 독극물인 ‘네오스티그민 브로마이드(neostigmine bromide)’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네오스티그민 브로마이드는 청산가리보다 5배나 독성이 강해 몸에 들어가면 바로 심장과 근육이 정지한다. 독침은 보통 볼펜 스타일이고, 단발 독총은 주로 만년필, 손전등처럼 만든 것은 3발 정도 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살해 현장에서는 북한산 담배꽁초 9개도 발견됐다. 그러나 러시아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강도 살인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3년 후 당시 남북평화회담에 명운을 걸었던 김대중 정부는 사건 규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에 힘입은 러시아 당국은 강력범의 소행으로 밀어붙이며 사건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정확히 46일의 간격으로 연길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잇달아 발생한 독침 사망사건은 아무 연관성이 없을까. 두 도시는 모두 북한의 외교관과 공작원, 파견된 노동자들이 음으로 양으로 활동하는 곳이다. 이 문제의 단서는 당시의 남북관계에 있다. 1996년은 북한이 김영삼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무장공비를 강릉으로 침투시켰다가 잠수함이 좌초됐고 육로를 통해 도주한 공비 13명을 소탕하였으나 아군 11명, 경찰·예비군 2명, 민간인 4명도 희생되었다. 북한은 6.25 전쟁 참전이 아닌 대남 공작 임무를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건물에 강릉 침투 임무를 기념하는 벽화까지 새겨서 붙여주는 등 선전의 도구로 삼았으며 대남 방송을 통해 “백배 천배 보복”을 외쳐댔다.

정부가 캄보디아, 선양, 라오스, 베트남, 블라디보스토크 등 해외 5개국 재외공관에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수준인 '경계'로 2단계 격상시켰다.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테러 경보 단계를 올린 건, 대테러센터가 출범한 지난 2016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고 또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한 단계 올린 적은 있었지만, 두 단계를 한 번에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지역의 공관원과 교민들에 대한 북한의 테러 위험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채널A의 단독기사에 따르면 28년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피살된 최 영사의 사망과 연관이 있는 북한측 인물이 동남아에서 암약하고 있는 것이 정보당국에 의해 포착됐다고 한다.

선거기간 동안 숨죽이며 국회 입성을 기다리던 진보당은 총선이 끝나고 3명의 당선자를 내자 기다렸다는 듯 ‘친미파쇼 윤석열 정권 끝장 내자’는 현수막을 거리 곳곳에 걸며 본색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권도 드러내놓고 하지 않았던 종북정당의 국회 입성을 앞장 서서 도와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기간 중국에 셰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미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북한의 김여정으로부터 삶은 소대가리라는 욕을 먹어도 그저 감사해 하는 대통령 밑에서 분통을 삭여야 했다. 우리나라 국민을 북한이 해상에서 불 질러서 살해했는데도 월북했으니 우리 국민이 아니라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분노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테러를 준비하고 있는 북한이다. 왜 종북정당이 그렇게 70년대식 구호를 버젓이 내걸었는지 알만하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