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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시총 2조 날린 KT 대표 인선 개입 尹 대통령 공약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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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시총 2조 날린 KT 대표 인선 개입 尹 대통령 공약 실종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3.03.07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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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7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 선정 ... "예정대로 진행"
정치권에 흔들리면 20년 KT 민영화 노력 증발
후보시절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공언 지켜야
윤석열 대통령과 KT로고.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KT로고. ⓒ연합뉴스

[매일산업뉴스]“기업의 성장과 과실이 국민들께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윈윈'하는 선진 주식시장을 만들겠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개인투자자 보호 공약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의 공약이 공염불이 될 위기에 놓였다.

KT 차기 대표 인선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등 정치권의 외압이 거세지면서 KT소액주주들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집단움직임을 예고하고 나섰다. CEO리스크로 KT의 기업가치가 하락해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논란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구현모 경영진’에 대한 수사까지 요구하면서 본격화됐다. 여기에 대통령실까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고 거들며 불을 지폈다.

여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 있던 윤진식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친여 후보들이 탈락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KT출신만을 후보로 선정한 것에 대해 곱찮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KT를  잘 모르고 거는 딴죽이다. 디지털 플랫폼 사업으로의 전환을 이끌어야 할 이번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전문성이 필요하다.

KT 최종 대표 후보 선정이 임박해지자 각종 추측은 극에 달했다. 압축 후보 4인의 동반사퇴와 재공모설, 이로인한 사상초유의 ‘KT 경영공백설’까지 온갖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KT는 침묵을 지키며 예정대로 7일 최종 차기 대표를 선정하고,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주주종회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날 오전부터 후보들의 심층면접을 시작해 최종 후보자 발표는 오후 늦게 발표될 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권의 맹공에 최종 대표 후보 1인이 확정되더라도 대표직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KT 차기 대표 후보 선임 절차는 지난해 구현모 대표가 연임의사를 밝힌 후부터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노골적인 반대가 이어지면서 계속 차질을 빚어왔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주인없는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권 행사)'를 주문하면서 가속도를 붙였다.  

이런 잡음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10조원을 넘었던 KT 시가총액은 6일 종가 기준 7조9639억원으로, 2조원 이상 증발한 상태다. 이에 KT 소액주주들이 주주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모든 불이익에 대해 행동으로 맞서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KT 안팎에서는 “현 정권의 관치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정치권에 흔들리면 20년 민영화 노력이 사라진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와 포스코는 과거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주인없는 기업’이란 특수성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문제로 혹독한 시련을 겪어왔다. 황창규 전 KT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수없이 받아야만 했다. 정치권의 트집잡기로 국회도 불려나갔다.

황 전 회장은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KT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두고 대표이사를 선정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구 대표는 이 절차에 의해 선임된 최초의 KT 최고경영자이다. KT는 이번 차기 대표 후보 선정 방식도 그 절차대로 진행했다.

공수가 바뀐 탓일까. 이번엔 보수 여당에서 공정성 시비를 붙었고, KT는 아예 공개경쟁방식으로 바꿨다. 선정 과정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에 맡겼다. 그런데도 여당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기어코 자신들의 진영에서 대표직이 나와야 조용해질 태세인가 보다. 대선 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던 윤 대통령께 묻고 싶다.

“대통령님, 지금도 그 약속 변함 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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