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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방방곡곡 누비며 지구를 구하는 '현대판 박물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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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방방곡곡 누비며 지구를 구하는 '현대판 박물장수'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9.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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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51) 다시채움
‘손쉽게 제로 웨이스트’ 국내 최초 이동형 리필숍
ⓒ다시채움
김보경 다시채움 대표는 지난 8일 이동형 리필숍을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채움

13일 경기도 구리시, 14일 충남 천안시, 19일 서울 신촌...

다시채움 김보경 대표는 밴 차량에 상품을 싣고는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8일 오전 경기 용인시 사무실에서 출동준비를 하고 있는 김 대표와 통화를 했다. 우선 차에 싣고 다니는 것을 물었다.

김 대표는 “친환경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샴푸바, 린스바, 얼굴비누, 몸비누, 베이킹 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천연 수세미, 대나무 칫솔, 소창행주 등을 싣고 소비자가 오라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고 말했다.

‘현대판 박물장수’ 같다고 하자 김 대표는 “맞다”면서 ‘하하’ 웃었다.

다시채움은 2021년 2월 ‘누구나 손쉽게 실천하는 제로 웨이스트’를 기업모토로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최초의 이동형 리필숍이다. 소비자가 온라인 예약을 통해 원하는 장소와 시각을 정하면 직접 찾아가 빈통에 원하는 만큼의 세제나 유연제를 채워주고 있다.

ⓒ다시채움
ⓒ다시채움

김 대표는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시 사용하고(재사용), 플라스틱 용기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고(새사용), 버려지는 티끌 플라스틱을 모아 작은 아이템으로 탄생(재활용)시키는 작은 행동들이 믿기 어렵겠지만, 지구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평범한 워킹맘이었던 김 대표가 이동형 리필숍을 통해 지구를 살리는 데 한몫하게 된 것은 딸 덕분이다.

“엄마! 커피 빨대 안돼요! 거북이 코 아파요” 유치원에서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교육받은 딸은 엄마의 일상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딸의 참견이 귀찮기도 했는데 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보는 동안 쓰면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88㎏으로 세계 3위, 플라스틱 용기의 수명은 고작 평균 6개월이지만 썩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고...

김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었지만 주변에 제로웨이스트숍이 없었다”면서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비용부담도 덜 수 있는 방법으로 움직이는 세제 리필카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사업모델이 없어 미국의 이동형 세제 리필카 '리필러리LA'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방 소비자들은 예약하면서도 “정말 이곳까지 오느냐”고 반신반의했지만 어디든 달려가는 김 대표의 열성으로 찾는 소비들이 늘고 있다. 지난한해 동안 1800명이 이용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600명이 다시채움을 찾았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세제류를 1톤가량 리필했고, 그 결과 대략 400㎏ 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김 대표는 “지역별로 거점을 마련하고, 세제 제조사들과 직접 연결해 소비자들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친환경세제를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직은 김 대표 혼자 전국을 누비고 있지만 10∼15㎞ 반경마다 지역별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오프라인 숍 운영비가 들지 않고 이익을 최소화해 지금도 제로웨이스트숍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지역별 거점이 형성되면 원가절감 효과가 더 커질 전망이다.

‘2022 녹색에너지 우수기업대상’을 수상한 가득채움은 지난 1일부터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쇼핑몰에도 진출, 소비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다시채움
김보경 대표가 경기도 고양시 강선초등학교에서 지난해 11월 펼친 세제 리필 체험활동에서 플라스틱 재사용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다시채움

지난해 3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10월 환경형 예비 사회적기업에 선정된 '다시채움'은 사회활동도 열심이다. 사업과 함께 시작한 ‘청소년 환경봉사 동아리’는 플라스틱 유해성 교육, 플로깅 등을 통해 청소년들을 환경지킴이로 키워나가고 있다. 경기 용인시 느티나무 도서관과 전국 곳곳의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의 ‘올바른 환경 습관’ 형성을 위한 교육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환경문제를 알기 쉽게 풀이한 동화 ‘고래가 배 터진 날’도 출간했다. 

김 대표가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환경사랑도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된다"면사 "제로웨이스트 등 환경을 위한 실천은 쉽지 않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채움은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을 돕기 위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오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1kg의 플라스틱을 수거해 온실가스 102㎏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없어져 헤어샴푸와 보디 샴푸 등도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면서 “10년 후에는 더 이상 다시채움의 활동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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