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7 22:05 (토)
[지구를 위한 첫걸음] 딸아이 그림에서 얻은 영감으로 새세상 일구다
상태바
[지구를 위한 첫걸음] 딸아이 그림에서 얻은 영감으로 새세상 일구다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9.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50) 오운유(OWNU)
자투리 가죽과 원단 활용한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2015년 프랑스부터 2019년 중국까지 해외시장 개척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업사이클링 가방 브랜드 ‘오운유(OWNU)’ 안지혜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퇴계로 사무실에서 아이들의 그림을 모티브로 제작한 가방과 보온병 케이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뒤의 그림은 오운유의 심볼로, 안 대표의 딸이 그렸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상상력이 빛나는 아이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엄마는 새로운 세상을 일구었다. 업사이클링 가방 브랜드 ‘오운유(OWNU)’ 안지혜 대표와 그의 딸 온유양의 이야기다.

지난달 30일 서울 퇴계로 오운유 갤러리에서 만난 안 대표. 그가 건넨 명함이 매우 독특했다. 푸른색 크레파스로 바탕을 거칠게 칠한 위에 피카소가 그린 듯한 얼굴이 프린트돼 있었다.

안 대표는 “딸아이가 어렸을 때 낙서하듯 그린 그림인데 마음에 들어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했다.

안 대표는 딸이 세 살 때 그린 그림을 보고 이를 모티브로 지갑 샘플을 만들었다. 주변 반응이 좋아서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인 자신만의 가방 브랜드 론칭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단다. 샘플을 먼저 만든 뒤 브랜드 이름을 짓고, 회사를 만들었다. 2015년의 일이다. 브랜드명은 ‘나만의’를 뜻하는 Own과 ‘너’를 뜻하는 You의 합성어로, '나만의 소중한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운유
오운유의 첫제품인 지갑과 지갑의모티브가 된 딸의 그림. ⓒ오운유

오운유를 시작하면서 안 대표는 또 한 가지 특별한 차별화를 꾀했다. 바로 자투리가죽과 원단을 활용하기로 한 것.

“대기업 다닐 때 완성된 옷의 재고도 많았지만 리오더를 예상하고 발주한 엄청난 원단들도 그대로 버려지는 것을 봐왔던 터라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았습니다.”

안 대표는 10여년 동안 쌈지, 코오롱, 키플링, 패션하우스 등에서 가방과 패션소품을 디자인해 왔다.

초기에는 가방이나 소파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제각각인 두께를 맞추는 일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또 같은 디자인의 제품이라도 자투리로 만들다보니 컬러를 맞추는 작업과 촬영을 일일이 다시 해야 했다.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투리 가죽과 원단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남겨주기 위해서 한 뼘의 작은 가죽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오운유가 자투리 가죽과 원단을 이용해서 제작한 가방은 3만7639개나 된다. 이로 인한 탄소절감 효과는 30년생 나무 258 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다.

ⓒ오운유
2015년 프랑스에서 열린 '메종&오브제 파리'에 참가한 오운유의 부스. 이 전시회에서 오운유 제품들은 '독특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오운유

오운유의 작업이 소문나면서 가죽이나 특수원단 등을 제공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소방복 원단 제작 회사가 소재를 제공해와 튼튼한 기능성 소재의 가방을 10월 출시할 예정이다.

딸아이의 그림에서 시작된 오운유는 지금까지 어린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안 대표는 “때 묻지 않은 그림이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들 작품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오운유
소파 가죽으로 만든 오운유의 메신저백. ⓒ오운유

오운유는 2017년에는 함소아한의원, 2018년에는 네이버 해피빈과 함께 공모전을 진행해 어린이 아티스트를 선발했다. 2019년에는 ’다문화가정 그림 공모전‘을 펼쳤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최민준군 등 특수학급 어린이들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안 대표는 “민준이 그림으로 책을 만들어 자립할 수 있도록 후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운유에서는 자원순환의 필요성과 환경문제를 알리기 위해 업사이클링 가죽과 원단을 이용한 교육 및 체험용 키트도 판매하고 있다.

제품력을 인정받은 오운유는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KB금융지주 등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아 협업을 진행했다. 또 글로벌 브랜드 ‘갭’과 데님 업사이클 클로스백을 만들기도 했다.

오운유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열심이다. 안 대표는 “유럽에서 오운유의 독특함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본격적인 해외진출이 더뎌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운유는 2015년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메종 & 오브제 파리’에 나가 호평을 받은 이후 해마다 해외 전시장을 찾아 이름을 알려 왔다. 2016에는 중국의 ‘쉭 상하이’, 2017년에는 이탈리아의 ‘호미 라이프스타일 페어 트레이드 밀라노’, 2018년에는 일본의 ‘토쿄 인터내셔널 기프트 쇼’, 2019년 중국의 ‘칸톤 페어 광저우’와 문화체육부가 독일에서 주죄한 ‘디자이너즈 오픈 라이프치히’ 등에 참가했다.

안 대표는 “업사이클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디자인이 훨씬 더 뛰어나야 한다”면서 “오운유는 일반제품을 뛰어넘는 제품력으로 해외시장에 본격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