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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6가지...성균관, 명절 차례상 간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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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6가지...성균관, 명절 차례상 간소하게!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9.07 0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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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9가지, 전 없어도 되고 치킨 피자도 OK...안 지내는 것보다 간단하게라도 지내도록
명절 가사노동 스트레스, 여성이 남성의 7배...가짓수 줄이는 것보다 같이 일하는 게 바람직

[매일산업뉴스] 6가지. 올해 추석 차례상에는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만 올려도 될 것 같습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습니다. 성균관은 지난해 2월 위원회를 구성한 뒤 9차례의 회의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표준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표준안에 따르면 6가지 음식 이외에 육류, 생선, 떡을 더 놓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명절음식 준비 중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전이 빠졌네요.

위원회는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 ‘콕’ 집어 얘기했습니다.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전은 안 올려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올려선 안 되는 음식이었나봅니다.

상차림도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柿)의 예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붉은 과일은 동쪽에 놓고 흰 과일은 서쪽에 놓고,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음식을 놓으라는 것도 옛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위원회는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면서 음식 가짓수나 상차림을 가족과 합의해 정하라고 했습니다.

김혜림 국장급 대기자
김혜림 국장급 대기자

위원회는 이번에 설문조사를 유림 700명과 20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상 '간소화'를 들었습니다.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할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도 물어봤습니다. 일반 국민은 49.8%가 5∼10개, 24.7%가 11∼15개를 적당하다고 답했습니다. 유림은 35.0%가 11∼15개, 26.6%가 5∼10개를 꼽았습니다.

'현재 몇 대 조상까지 차례를 지내느냐'는 질문에는 국민(32.7%)과 유림(39.8%) 모두 조부모(2대 봉사)라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적당한 차례 비용으로는 국민은 10만원대(37.1%), 유림은 20만원대(41.0%)를 많이 들었습니다.

최영갑 위원장은 “명절만 되면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라는 말이 나오고 명절 후 ‘이혼율 증가’ 현상까지 유교 때문이라는 죄를 뒤집어써야 했다”고 되돌아봤습니다. 이어 “늦었지만 이번 표준안을 통해 국민들이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경제적 부담과 남녀갈등, 세대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음식 가짓수가 줄어들면 경제적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남녀갈등도 사라질까요? 이 땅의 며느리들은 오랫동안 명절을 ‘노동절’로 불러왔습니다.

2001년 출범한 여성가족부(당시 여성부)는 그해 추석을 앞두고 ‘명절연휴, 아내도 쉴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평등부부가 함께하는 새로운 명절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10여년간 비슷한 캠페인을 펼쳐왔지만 명절 연휴의 별명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추석맞이가 즐겁지 않은 이유로 '가사부담'을 꼽은 남성은 3%인 데 반해 여성은  21%나 됐습니다. 명절연휴에 가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은 남성의 무려 7배나 됩니다.

다만 갤럽에 따르면 여성의 명절 가사 부담이 2001년 49%, 2006년 36%로 줄었고, 2016년 이후로는 20% 내외로 줄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20%면 5명 중 1명이 명절의 가사노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적은 숫자는 아니지요.

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하에 피자나 치킨을 올리는 것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로 “후손들이 제사를 모시지 않는 것보다는 간소화해서라도 제사를 모시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후손들이 계속 제사를 지내는 것을 바라신다면 최 위원장님! 남편과 아들, 사위. 손자에게 앞치마를 두르라고 하시는 것이 더 효과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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