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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몰염치의 시대' 잘못 드러날때 대처법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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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몰염치의 시대' 잘못 드러날때 대처법 매뉴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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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①제기된 사실 명백해도 무조건 부정하기
②자신의 잘못은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기
③이 모든 것이 상대방 음모라고 공격하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당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 된 뒤 지지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당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 된 뒤 지지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8월 11일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방역활동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횡령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이는 신천지의 연수원을 짓는 과정이나 지자체승인 없이 종교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혐의이다. 그러므로 온 국민이 함께 분노했던 방역 방해 혐의는 결국 무죄로 판결이 난 셈이다.

재판의 쟁점은 신천지 측이 정부의 요구로 교인명단을 제출하면서 교인 중 공무원, 교사, 전문직 등 공개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누락시켰는데 이것이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것이냐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정부가 신천지의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자료수집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역학자료가 아닌 일반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서 무죄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2020년 2월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신천지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에 대구시는 신천지를 상대로 1000억원 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한밤중에 열렬이만희 총회장을 체포하러갔다. 매스컴에 보도된 그 모습이 마치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 같아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그런데 더 기억에 남은 것은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90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엎드려 사죄의 절을 하는 모습이었다. 누구든 이렇게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못을 인정한 이만희 총회장에게 무죄판정이 난 것이다. 당시의 분노가 적정한 것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코로나 사태 중에 기억에 남는 기자회견이 하나 더 있었다. 당시 윤미향 정의기연연대 대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지내왔다. 그러나 정작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그동안 가려졌던 그녀의 각종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그 의혹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이었다. 의혹을 부정하는 해명을 힘들게 이어갔다. 그런데 회견시간 내내 얼굴에서 흘러내린 빗줄기 같은 땀은 해명의 진실성을 의심케 했다. 말이 부정하는 것을 몸이 부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횡령,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8개 혐의로 기소됐다. 땀을 흘린 윤미향 의원에게는 어떤 판결이 날지 궁금하다.

그래도 이만희, 윤미향, 이 두 사례는 좀 낫다. 이 두 사례를 빼면 모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잘못을 부정한다. 아무리 명명백백한 비리가 드러나도 인정하지 않는다. 엎드리지도 않고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즈음 정치인들은 남녀노소 구별 없이 몰염치의 시대를 맞은 것 같다. 잘못이 드러나면 인정하고 물러나는 시대는 거(去)했다.

이들은 잘못이 드러날 때 대처하는 매뉴얼을 공유하는 것 같다. 매뉴얼의 내용은, 일단 제기된 사실이 명백해도 무조건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자기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언급이 관심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공격한다. 궤변이어도 상관없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고 하지 않는가. 공격할 때는 사람들이 혹하기 쉽게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탄압받는 프레임을 만든다. 탄압받는 피해자 모습을 부각시켜서 열렬지지자들의 분노와 응원을 끌어낸다. 그래서 규모가 작든 크든 팬덤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교육부는 대학들에게 인성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잘하면 국민들도 그렇게 된다고 한다. 과목 몇 개를 개설하고 시험을 치른다고 해서 몰염치 시대를 사는 학생들의 인성을 높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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