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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 이재용 제치고 1등한 김범수, '존경' 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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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 이재용 제치고 1등한 김범수, '존경' 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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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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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포브스 부자 순위 1위 올랐지만 존경할 만한 부자 순위 10위 밖
물적 분할로 거대자금을 쉽게 끌어 모으는 화수분처럼 이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삼성전자, 카카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삼성전자, 카카오

올 상반기에 한국 부자와 관련해서 두 개의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다. 먼저 4월에는 포브스가 발표한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가 보도됐다. 당연히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1위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중앙일보는 ‘이재용 제치고 첫 1위 오른 인물’이라고 제목을 뽑아 관심을 한층 끌어 올렸다. 기사에 들어가 보니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재산이 96억 달러(11조9000억원)로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92억 달러로 2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77억 달러로 3위에 올랐다. 4위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올랐고, 익숙한 이름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6, 7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부자 지형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코로나 사태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고 본다. 코로나와 관련한 백신과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셀트리온은 대표적인 BT기업이다. 그리고 카카오는 코로나가 언택트 시대를 앞당겨 그 가치가 더욱 커진 대표적인 IT기업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부자순위의 변화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한국 최고 부자라고 하는 사실이 다소 의외이기는 하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그런데 6월에는 머니투데이가 우리나라의 부자들에 대해서 대국민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2004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이 조사의 결과는 ‘존경할 만한 부자’의 순위로 발표된다. 이 순위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고인들도 포함된다. 2021년에서 이건희 회장, 정주영 회장이 1, 2위에 이어 3위에 이재용 부회장이 올랐다. 그런데 다음 해인 2022년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으로 1위에 랭크되면서 이건희 회장과 정주영 회장을 넘어섰다.

이 역시 다소 의외였다. 왜냐하면 이재용 부회장은 알다시피 전 정권의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지목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5년 내내 재판받고 교도소를 오간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존경할 만한 부자 1위에 오른 것이다. 아마도 그동안 그가 보인 겸손함과 진정성 있는 반성, 그리고 삼성그룹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언, 무보수 경영 등 굳은 결심이 국민들의 마음을 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존경할 만한 부자 순위에서 김범수 창업자의 변동이 눈길을 끈다. 그는 2021년 순위에서 7위에 올라있었다. 젊은 창업자라는 점에서 호감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이듬해인 2022년 순위에서는 10위권에서 사라졌다. 즉, 포브스의 부자 순위에서는 1위로 올랐지만 존경할 만한 부자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존경할 만한 부자 순위에서의 탈락을 보니 최근 카카오가 몰두하고 있는 물적 분할이 떠오른다. 물적 분할은 부실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 도입됐지만 최근 우리 증시에서 보면 거대자금을 쉽게 끌어 모으는 화수분처럼 이용된 측면이 있다. 많은 회사들이 유망한 사업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로 상장시켰기 때문이다. 대주주는 이러한 과정에서 돈을 쓸어 담지만 모회사는 껍데기만 남고 주가가 폭락하여 기존 주주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 등 될 성 싶은 사업이면 모두 떼어 상장시켜서 물적 분할의 정점에 섰다. 그 결과 카카오 주가는 반 토막 아래로 떨어져 소액주주들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먹튀, 골목상권 침해까지 더해지니 사람들은 김범수 대표를 더 이상 존경할 만한 부자로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적 분할은 그가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는 데에 큰 공신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포브스가 한국 증시의 부진으로 부자들 자산가치가 줄었다고 지적했는데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부자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물적 분할로 재산은 늘렸지만 존경을 잃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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