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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노란봉투법이라 쓰고 노조방탄법이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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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노란봉투법이라 쓰고 노조방탄법이라 읽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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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프랑스도 만들었다가 위헌 결정 폐기된 악법
왜 불법행위 저지른 노조만 보호해야 하나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쉽게 말해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묻지 말라는 법이다. 이 용어는 2014년 쌍용차 불법파업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를 돕기 위한 후원금을 노란봉투에 담아 보낸 사건에서 유래한다. 포장은 참 아름다우나, 법률 내용이 하도 황당해서 웬만하면 안 쓰려고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야당에서는 진심으로 올 하반기에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을. 그래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이다. 노란봉투법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노조권 보호를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법을 위반한 행위는 노조권이 아니라 그냥 불법행위일 뿐이다. 만일 같은 논리면 경영자가 불법행위를 하면 경영권 행사이고, 정치인이 폭력을 행사하면 정치행위인가. 우리 대법원도 “민사상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말미암은 손해에 국한되고,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며,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4.3.25. 선고 93다32828, 32834 판결 등)고 하여 이 점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김용춘 시사평론가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따라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피해자의 재산권, 평등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다. 프랑스에서도 노란봉투법과 같은 제도가 도입된 적이 있으나,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피해자의 권리, 법적 평등 및 공적 책임의 평등 면에서 헌법에 반한다고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둘째, 만일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조의 불법행위가 급증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산업현장은 투쟁적 노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5년간 언론에 보도된 것만 집계해도 생산손실액만 6조5000억원이 넘는다.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일본보다 200배나 많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집계한 한국의 노사협력순위는 141개국 중 130위로 최빈국인 베네수엘라(120위), 모잠비크(131)와 유사할 정도로 후진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에 면죄부까지 주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쩌면 대우조선해양 사태, 화물연대 파업 사태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셋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불법을 저지를 사람과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 중 법은 당연히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법이 스스로 불법으로 규정해 놓고 피해자의 권리행사를 제한하고 불법행위자를 보호하는 것은 법의 모순이자 우리 법의 수치다. 차라리 불법이라고 하지 말고 대놓고 합법이라고 선언하던가. 그러면 최소한 법 스스로 모순에 빠지진 않을테니까.

그리고 또 왜 불법행위를 저지른 노조만 보호해야 하는가? 노란봉투법과 같은 논리면 기업하다 부득이 배임죄를 범한 사람, 실수로 교통사고를 낸 사람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이들은 노조보다 불법성이 약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노조만 보호해야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넷째,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어긋난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어디에도 노조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나라는 없다. 영국의 경우 일부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두긴 하나, 영국은 노조가 불법점거라도 하려고 하면 바로 구속되는 나라다보니 실제 손해배상 청구까지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가 더 이상 이런 후진적 제도를 도입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면 결국 그 피해는 아무 죄 없는 기업,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 거래처, 자영업자 등이 떠안게 된다. 또한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오늘날 파업으로 한 기업이 마비되면 그 피해는 국가 경제 전반에 확산되는 경우도 많다. 또 이런 일이 잦으면 한국에 투자를 기피하게 되고 결국 경제 공동화(空洞化)가 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이미 19대, 20대 국회에서도 워낙 많은 비판이 있어 폐기됐던 사안이다. 문제많은 이런 법률을 안 그래도 고물가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무리에서 추진하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혹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노조에게 면죄부만 주는 ‘노조방탄법’, 죄없는 기업 등에 손해를 강요하는 ‘피해자 희생 강요법’을 부디 거둬주시길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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