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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주4일 근무제 도입, 근로시간 유연화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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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주4일 근무제 도입, 근로시간 유연화가 해법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0.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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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생산성이 노동시간에 비례하는 시대 지나 창의성이 중요
경직적인 근로시간 탓에 유연한 근로시간 설계에 한계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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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연속 주4일 근무다. 그래서인지 요새 직장인들 표정이 더 밝아 보인다. 여기저기서 여행계획, 친지방문 이야기가 들린다. 주4일씩 근무해보니 확실히 내 시간이 늘어나면서 일과 가정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연이어 주4일 근무를 해보니 최근 논의되고 있는 주4일 근무제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만 같은 느낌이 자연스럽게 든다.

사실 주4일 근무제는 시기의 문제일 뿐 대세의 흐름이다. 벨기에는 올해 초 주4일제를 정식으로 도입했으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기업들도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듀윌, 휴넷, 카페24, 금성출판사 밀리의서재, 카카오 등이 주4일제 혹은 주4.5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5일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이 주4일제로 넘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주4일제 도입을 위한 여건도 많이 조성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생산성이 노동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기술력에 비례하는 산업이 점점 커지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근무 방식이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점점 더 많은 근로자가 주4일제를 원하고, 기업들의 인식도 우호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니, 주4일제는 점점 확산되어 나갈 것임이 분명하다.

주4일제는 분명 장점을 갖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충분한 휴식의 보장, 근로자의 자기계발, 근무 집중도 향상, 출퇴근 시간의 낭비 감소는 물론 휴일의 증가로 관련 서비스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도 있다. 쉬는 날이 하루 늘면 국내 관광 지출액이 400억원이 늘고, 소비지출이 2조원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당장 임금삭감없는 무조건적인 주4일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직도 제조업, 건설업, 화학, 조선업 등의 우리의 주력 산업은 근로시간이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근로시간이 20% 줄어들면 생산성도 20% 하락할 것이고, 지불능력없는 사업주는 파산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OECD 38개국 중 30위로 하위권인데 무리하게 주4일제를 강제했다가는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4일제를 도입하려면 제도적으로 이를 강제하기보다 점진적으로 도입을 유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여력이 충분한 회사야 알아서 주4일제를 도입하면 된다. 문제는 여력이 부족한 회사들인데, 이들에게는 각자의 사정에 맞게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매일 10시간씩 주4일 근무를 하거나, 일이 많거나 근로자 컨디션이 좋을 때 몰아서 업무를 하고 주3일에서 4일을 푹 쉬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또는 보다 장기의 설계에 따라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추후 육아나 학업, 장기여행을 위한 장기 휴가를 부여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실제 독일이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직적인 근로시간 탓에 유연한 근로시간 설계에 한계가 있다. 안 그래도 기업인 처벌 규정이 많은 분야가 노동법인데, 괜히 남들과 다르게 운영했다가 트집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제재만 받을 수 있기에 그냥 관행적으로 주5일제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 정부가 이런 장애물들을 치워줘야 한다. 노사간 진정한 합의가 있다면 노사가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도 보다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단순히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용어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주4일제 확산과 이를 통한 장시간 근로의 탈피, 근로자의 여가시간 증대 등의 장점이 있음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그래야 정책 추진 동력이 생기고, 주4일제를 이뤄낸 성공적인 정부가 되지 않겠는가.

적어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9시, 그리고 저녁 6시 출퇴근 버스·지하철에 콩나물시루처럼 내 몸을 맡기는 근로자라면 근로시간 유연화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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