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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손자의 손자에게 줄 미래를 위해 어르신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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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손자의 손자에게 줄 미래를 위해 어르신들이 나섰다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1.2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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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19) 60+ 기후행동

'어슬렁어슬렁' 현장시위와 '웅성웅성' 이슈 만들기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불교환경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유정길 ‘60+ 기후행동’ 창립준비위원은 "청년과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나섰다"고 말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손주들이 살아갈 지구 우리가 지킵시다!”

"민호, 성찬아 이 할아버지가 나설께"

“태경아, 도윤아! 할머니가 지킨다, 초록지구!”

“탑골공원 노년들 다시 태어났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19일, 서울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60플러(+) 기후행동’ 창립식이 열렸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회원 70여명은 손에손에 팻말들을 들고 광화문까지 행진을 했다. '우리가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는 플래카드가 강한 바람을 맞서면서 이들의 행진을 이끌어 나아갔다. 

ⓒ지난 19일
‘60+ 기후행동’ 회원들은 지난 19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창립식을 마친 뒤 소복히 쌓인 눈을 밟으며 광화문까지 행진을 했다.  ⓒ60+ 기후행동

창립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18일 서울 종로구 불교환경연대 사무실에서 ‘60+ 기후행동’ 유정길 창립준비위원을 만났다.

유 위원은 “지난해 9월 ‘60+ 기후행동’ 창립준비모임을 가진 이후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면서 “119 구급대가 필요한 지구를 떠올리게 하기 위해 1월 19일을 정식 창립일로 정했다”고 말했다.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인 유 위원을 비롯해 기독교 천주교 등 종교계와 환경·시민단체에서 수십 년 활동해온 15명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모임의 창립 소식을 알리고 회원을 모집하는 한편 기후위기 현장도 찾았다. 지난 해 11월 ‘기후위기 현장의 증인 되기’의 하나로 제주도의 군사기지와 구상나무 숲 등을 방문했다.

ⓒ60+기후위기행동
‘기후위기 현장의 증인 되기’의 하나로 지난해 11월 제주도의 동백동산 습지를 둘러본   ‘60+ 기후행동’ 창립준비위원들. ⓒ60+기후행동

유 위원은 “60 넘은 세대가 자연자원을 가장 많이 누리며 소비했기 때문에 미래세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면서 “퇴임 후 시간도 있고, 경제적 여유도 조금 있고, 사회적 영향력과 네트워크도 있는 60~80대 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존의 환경단체는 물론 청년층과 10대들까지도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60+ 기후행동’이 창립준비모임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주일 만에 700여명의 어르신들이 회원 가입을 했다. 그만큼 이 땅의 어른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후손들이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는 증거이다.

‘60+ 기후행동’이지만 열려 있는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이들은 회원자격으로 연령은 물론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있다. 유 위원은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 위기 앞에서 남녀노소, 보수와 진보, 종교와 인종 등을 구분하는 것은 이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0+ 기후행동'은 앞으로 회원들의 연륜을 바탕으로 ‘어슬렁어슬렁’ ‘웅성웅성’ 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유 위원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하는 우리는 그 현장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걸으면서 시위를 하고, 석탄발전소의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에게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편지와 이메일을 꾸준히 보내면서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토론도 하고 간담회도 하고, 현장을 찾은 젊은 시위대를 보호하는 일도 부모의 마음으로 할 작정이다. ‘60+ 기후행동’은 이러한 현장 활동을 위해서 ‘60+ 119 기후행동대’ 119명을 전국적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유 위원은 “우리부터 이제까지와는 좀 다르게 살기 위해 노년의 인생 전환을 위한 행동 지침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소비 줄이기, 이웃 소통으로 공동체 기반 다지기, 기후재난 현장 직접 찾기, 정부 등 공공기관과 기업체 감시 견제 및 의견 전달하기, 지나온 삶 기록하기 등이다.

유 위원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불, 가뭄, 이상고온과 저온 등 기후 위기는 '우리가 잘못 살고 있다'는 경고”라면서 “바른 삶으로 전환하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세워두었던 좋은 삶의 기준이 180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넓고 너 높게 집을 짓고, 더 빠르게 이동하는 게 좋은 삶이라는 생각을 버려한 한다는 것이다.

유 위원은 “개발과 성장만이 유일한 경로라고 믿어온 결과 지구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후손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의 1차 책임은 대기업과 국가에 있다"는 것을 전제한 유 위원은 “우리도 더 적게 쓰고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더 느리게 가는 등 생각과 생활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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