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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22] 건보료 인상의 딜레마, 국민들이 원하는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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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22] 건보료 인상의 딜레마, 국민들이 원하는 해법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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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문재인 케어’ 시장원리 간과한 결과 의료수요 급증 초래
경증환자 등의 자기부담금 늘여 필요한 곳에 서비스 집중해야
ⓒ Image by Sasin Tipchai from Pixabay
ⓒ Image by Sasin Tipchai from Pixabay

서비스란 어느 한쪽이 다른 상대방에게 소유권의 변동 없이 제공해 주는 무형의 행위나 활동이다.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주관적‧심리적 효용인 만족감이나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로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낸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대부분 시간 단위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고객은 대가를 지불하고 인력, 기술, 시설과 장비, 시스템 등으로 원하는 가치를 경험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세상에서 가장 큰 산업인 서비스의 영역 중에는 의료서비스가 있다. 정부와 공적 기관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와 소비자의 개인적 요구에 의한 개인서비스의 양면을 지니는 게 의료서비스다. 코로나19처럼 공중보건을 위한 방역이나 소외계층의 의료돌봄은 공공의 영역이지만 성형과 미용, 건강증진을 위한 의료서비스는 개인의 영역이다.

내년도 건강보험료(‘건보료’) 인상을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다. 매년 6월이면 다음 연도의 건보료 인상률이 정해지는 게 보통이지만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회에선 이 결정을 연기했다. 늘어나는 건보재정의 적자를 생각하면 많이 올려야 하지만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더 올리는 게 최적일까.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해명이지만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다.

문제는 2018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다. 이 정책의 골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비급여 진료 항목을 적용대상에 추가해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가 낮아지면서 의료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뇌·뇌혈관 MRI 촬영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투입은 예상보다 1.7배 넘게 초과했다. 정부는 서둘러 환자의 부담 비율을 30~60% 수준에서 80%로 다시 올렸다.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원리를 간과한 결과다.

건보료는 지난 4년간 12.1%나 올랐다. 현재 6.86%인 건보료율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지만, 재정수지는 새로운 건보 시행 이듬해부터 곤두박질해 2018년부터 수 천억원씩 적자로 전환되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병원 찾는 수요가 급감한 작년엔 3500억원대로 적자가 줄었다. 건보재정의 투입은 ‘문재인 케어’ 시행 첫해 3조8000억원에서 10년 후인 2027년에는 12조1000억원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속 가능성이 문제다. 이전 정부들이 쌓았던 20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20년 말 현재 17조원대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만큼 정책목표는 달성했을까.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 부담 비율인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8년 63.8%에서 2019년 64.2%를 기록해 거의 제자리 수준이다. 문 대통령인 약속한 2022년 70% 달성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늘어나는 지출만큼 건보재정을 늘여도 더 많이 늘어나는 의료수요로 달성하기 힘든 난제를 어떻게 풀까. 지난달 경총이 내놓은 ‘건보 현안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 다수는 현재의 의료서비스에 대체로 만족하는 걸 주목해야 한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보장성을 더 늘여 대상을 전면 확대하기보단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중증 위주로 확대하고 보험료율은 지금 수준 또는 인하하는 게 좋다고 응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서비스의 수혜자이자 부담자인 국민 다수가 대통령 공약의 명분보다 실리를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재정부담을 줄이고 공공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건보료 인상의 프레임부터 깨야 한다. 적정한 부담을 위해선 먼저 적정한 지출수준을 정해 재정을 효율화하는 게 우선이다. 경증환자와 다빈도 이용자의 자기부담금을 늘여 의료서비스의 과다한 이용을 줄이고 늘어난 재정을 꼭 필요한 곳에 서비스를 집중해야 한다는 걸 건보료를 부담하는 소비자들은 잘 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건보료 올리는 고민보다 국민에겐 먼저다.

서비스란 본래 이질적이다. 똑같은 서비스라도 개인마다 효용이 다르다는 걸 모르면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제공자의 기대는 빗나간다.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건강이 모두 망라된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제1조)을 모두 달성할 수 없는 현실에서는 법‧제도의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을 질병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지속하기 위한 제도다. 인기 있는 정책이라도 내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갈 때는 누구나 신중해진다. 건보료와 의료서비스 확대의 딜레마. 복잡한 문제일수록 원점에서 원칙에 충실하면 고민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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