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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19]사이버대학 지원율 증가, 이유는 바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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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19]사이버대학 지원율 증가, 이유는 바로 '서비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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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지방대학 문닫는데 올 1학기 사이버대 신입생·편입생 7000명 증가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콘텐츠와 방법을 혁신하고 경쟁해야
ⓒ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이건 서비스입니다.” 흔히 듣는 이 말에선 공짜로 주는 서비스가 상거래에 따라붙는 부산물이다. 

“서비스산업은 경제의 성장 동력이다.” 이 말에선 서비스 자체가 가치를 지닌 상품이다.

서비스라는 용어만큼 널리 쓰이면서도 개념이 모호한 경우도 드물다. 서비스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거나 호의를 베푸는 행위, 무료 제공이나 봉사 등의 단순하고 선의적인 뜻이 담겨있다. 서비스(service)란 용어도 본래 예속, 종속을 의미하는 라틴어 ‘SURVUS’, 영어로는 ‘servitude’와 주인을 섬기는 ‘servant’의 합성어로 유래했다. 서비스는 무형의 상품이다. 공짜라는 인식은 물적 상품만을 다루었던 산업사회 초기부터 이어온 사회적 편견과 오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선진경제일수록 서비스는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한다. 돈을 받고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경제적 행위. 경제학에서는 이를 물질적 재화와 구별해 용역이라고 한다. 서비스산업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길 가면서 눈에 띄는 간판 대부분이 서비스업종이고, 일상에선 늘 서비스가 거래된다. 교통‧통신‧전기‧상하수도는 사회기반 서비스이고, 유통업‧숙박‧음식점‧자판기는 유통분배 서비스이며, 은행‧보험‧리스는 금융서비스다. 컨설팅‧세무‧회계‧광고는 비즈니스 서비스이고, 의료‧건강‧레스토랑처럼 인적 요소가 많은 개인 서비스가 있다. 교육‧국민건강‧교통인프라‧사법‧소방‧공중안전·복지·국방은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정부 서비스다. 세금으로 고용된 공무원도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공복(公仆, public servant)이다. 서비스산업은 1차, 2차 산업을 합한 규모를 훨씬 앞선다. 선진국일수록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GDP의 70%를 넘고, 우리나라도 서비스산업은 GDP의 약 60%, 고용의 70%를 차지한다.

경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산업. 4차 산업혁명이 집중되는 곳도 서비스업종이다. 세상이 바뀌는 디지털 전환기에 무풍지대도 있다.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문과 창작의 영역, 인간의 감성이 절대적인 분야들이다. 연구로 생산된 지식을 교육으로 제공하는 대학은 혁신보다는 학문의 전통적 가치가 우선되는 영역이다.

그러면 대학은 변화의 바람에서 빗겨날 수 있을까. 진리의 탐구, 인간과 자유, 인류문화와 인간의 존엄, 창조와 구국, 평화 등의 이념으로 존재의 가치를 지켜온 대학. 고객의 선택으로 사는 산업계와 달리 브랜드만으로 존립이 가능했던 대학.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이 오히려 공급자에게 순응하는 ‘갑을’관계로 온실 속에 안주해 온 대학이 지금 거대한 변화의 조류를 맞이하고 있다.

모든 대학이 현실에 안주했던 건 아니다. 한쪽에선 구각(舊刻)을 깨는 혁신도 있다. 캠퍼스 없는 사이버대학들이다. 2014년 미국에서 등장한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 이 대학은 낮은 등록금으로 새로운 인재상을 정립하고 신개념 교육을 시작했다. 각국에서 인재들이 몰리자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전 세계 대학들이 주목하고 소비자의 달라진 요구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대학교육의 낡은 프레임을 어떻게 깰 것인가.

학령인구의 감소까지 더해진 우리나라는 지방대학이 먼저 존립의 위기에 빠져들었고, 입학 철마다 벚꽃 따라 북상하는 신입생 미달의 위기감이 이제는 수도권까지 근접했다. 코로나19의 학습효과가 여기에 충격을 더한다. 어색하던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대학의 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작년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사이버대학들이 교육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공유하자고 했을 때 제안에 응한 대학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올해 1학기 사이버대학의 신입생과 편입생들은 오히려 7000명 가까이 늘었다. 직장인 약 70%로 구성된 대학생들이 전문지식 취득과 이직, 창업과 은퇴 후 설계 등을 위해 온라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21개 사이버대학의 2학기 모집이 끝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똑똑해진 소비자들. 그들은 대학 간판보다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이동 중이다. 교육 서비스로 먹고사는 대학에 공짜란 없다.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콘텐츠와 방법을 혁신하고 경쟁해야 한다. 그 생존의 조건은 소비자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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