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9 20:15 (월)
[이종근의 좌충우돌]황수경의 눈물, 강신욱의 웃음, 문재인의 철면피
상태바
[이종근의 좌충우돌]황수경의 눈물, 강신욱의 웃음, 문재인의 철면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9.1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문 정권의 통계 조작은 황수경 통계청장 경질 때부터 드러나
경실련의 조사 촉구도 한몫 국제 사회 망신 책임자 엄벌해야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문재인·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 격차 감소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임금 불평등 대폭 축소, 노동분배율 대폭 개선, 장시간 노동 및 실노동시간 대폭 단축, 산재 사고 사망자 대폭 감소, 노동조합 조직원 수와 조직률 크게 증가, 파업 발생 건수와 근로 손실 일수 안정,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뭐가 잘못 됐냐는 듯 반박했다.

문재인이 언급한 5년 동안의 경제 정책 성적표는 이미 그가 속한 정당이 부끄러워했고 반성했으며 그 결과로 지워졌다. 민주당은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강령을 개정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주도성장의 환경을 마련한다’ ‘실수요자 중심의 1가구 1주택 원칙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보장한다’ 등의 문재인 정권 대표 브랜드를 담은 표현을 삭제했다. 또 지난 4월 18일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소득주도성장‧징벌적 세금 통한 부동산 통제 등 기존 민주당 경제 정책에 대해 앞으로 집권을 하기 위해 꼼꼼하게 반성점을 정리해 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18일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는 "대선 패배 원인을 민주당 정부의 실패로 규정한다"면서 '최저임금만 올리면 안 됐고, 보완책을 함께 추진하지 못한 게 실책'이라는 등 '소주성'에 대해 비판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5년 정권 내내 통계 조작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는데 자신이 속한 집권 여당도 잘못했다고 시인한 정책의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딴소리를 한다. 김일성 일가 못지않게 무오류론의 무한 반복이자 나르시시즘과 후안무치의 극치다. 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감사원이 감사위원회를 열지 않았다느니 고발을 하지 않고 수사 의뢰를 했다느니 하며 감사원이 밝힌 조작의 사실 여부에 대한 반증은 회피한 채 정치공세로 논점을 흐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통계 조작은 집권초부터 시작됐다. 소주성이나 부동산 정책의 결과가 참혹하게 나오자 황수경 통계청장을 압박해 ‘원하는’ 결과를 나오게 하려했는데 황 청장이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고분고분하지 않자 청와대는 ‘통계 조작 공작’을 시전한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통계청은 당시 외부 유출이 금지된 비공개 통계자료가 손쉽게 다른 기관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은 철저히 배제됐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렇게 ‘은밀하게’ 만들어진 예외 조항으로 가구의 식별정보까지 포함된 마이크로데이터를 통계청에서 빼내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건넸고 통계청 비공개 자료를 넘겨받은 강신욱 위원은 즉각 ‘통계 재가공’에 착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실직자는 제외하고 새로운 수치를 만들어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자랑했다.

그로부터 3개월후 ‘통계 조작에 고분고분하지 않던’ 황수경 청장은 13개월만에 잘리고 그 후임으로 ‘입맛에 맞는 통계로 가공해준’ 강신욱 연구원이 임명됐다. 황 청장은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울먹였고 강 신임 청장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문재인 정권의 통계청장 교체는 통계 조작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 감사원에 통계청 감사를 촉구한 것도 국민의힘이 아니라 경실련이었다. 문재인 정권하인 2020년 6월 30일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의 통계는 모두 조작이라고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값, 공시가격, 시세반영률까지 수치가 모두 제각각인 것은 부동산 통계를 밀실에서 조작하고 있는 반증”이라고 비판했다.

통계를 조작한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그리스다. 지난 2000년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 대비 6%라고 공표했다. 당시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을 위해 발표치의 두배 수준인 12.5%인 재정적자 규모를 낮춰 발표했다. 9년후 통계 조작을 발견한 EU는 제대로 된 수치를 가져오라고 호통을 쳤고 결국 통계 조작으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그리스는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조건으로 EU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었다. 국가 통계는 유엔 등에 그대로 보고된다. 통계를 손대는 국가는 신용을 잃게 되고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없다.

국제 사회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길은 통계 조작에 나선 모든 책임자를 엄벌에 처해 이를 공표하는 것이며 다시는 이러한 국기문란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경계로 삼는 것밖에 없다. 철면피로 면피할 수 없음을 알게 해야 한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