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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인류 정치사는 세금의 역사, 상속세 없애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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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인류 정치사는 세금의 역사, 상속세 없애야 나라가 산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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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난로세 강제하자 명예혁명 발발..홍콩의 발전은 탁월한 세금정책에 기인
부의 대물림 막으면 부의 축적 끊겨 기업 성장 저해, 상속세는 국가의 약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등 삼성일가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해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2021년부터 5년간 분할납부키로 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보고서가 지난 11일 발표됐다.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한경연 보고서의 메시지는 지나치게 높은 상속‧증여세 탓에 삼성전자와 같은 우리나라 우량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특히 대기업 경영권 승계에 따른 세금은 악명이 높았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좀 세게 말해 ‘국가의 약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경연 임동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만 최대 주주에게 획일적으로 할증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세법상 실질 과세 원칙에 위배된다”고 한 것(매일산업뉴스 11일자)은 그런 뜻으로 읽힌다. 할증 과세 적용 시 세율이 60%여서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약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인류 정치사는 사실 세금의 역사다. 그 과정에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영국인들은 1066년 노르만족의 침입 이전부터 난로세를 교회에 내고 있었다. 그런데 1662년 난로세가 법으로 강제됐다. 영국의 모든 집에는 난로가 있었기 때문에 손쉽게 재정을 확보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 이전까지는 직접세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까지 모두 부과 대상이 됐다. 건당 수수료를 받던 징수원들이 화덕, 난로, 벽난로를 찾으려 각 가정의 집안 곳곳을 뒤졌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영국인들의 불만이 높아갔고, 이는 1688년 명예혁명으로 이어졌다. 정치사의 이면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쫒겨난 제임스 2세의 맏딸 메리와 그의 남편 윌리엄이 공동으로 왕위를 물려받았는데, 이들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난로세를 없앴다. 그러자 왕실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 해결책은 또 다른 세금이었다. 주택·빛·창문에 대한 세금으로, 간단히 창문세라 한다. 징수원들은 이제 집안을 뒤질 필요가 없어졌다. 창문은 밖에서 다 보이니 굳이 집안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 프라이버시 침해도 없었고, 납부자와 다툴 일도, 자진신고도 필요 없었다. 탈세도 당연히 불가능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세금을 내는 대신 창문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세금 징수액이 줄어들었다. 정부는 세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창문을 없앴다. 아예 집을 지을 때 창문 자리를 벽돌로 메워 버렸다. 나중에 세금이 없어지면 벽돌을 헐어내고 유리창을 만들 심산이었다. 이렇듯 창문이 없어지니 햇볕과 신선한 공기가 차단됐고, 그건 참으로 엄청난 대가였다. 거기다가 1746년 조지 2세가 유리세까지 도입했다. 말하자면 햇볕에 매기는 세금이었던 셈이다. 이런 사례는 국민으로부터 돈을 빼앗으려는 국가와 이를 회피하려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보여준다.

홍콩은 결코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이 아니었다. 단지 하나, 대륙과 해양을 잇는 천혜의 항구라는 입지 조건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 도시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은 탁월한 세금 정책 덕분이다. 자유무역항으로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관세가 없었고, 수출입이 왕성해지면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건 1961년 홍콩 재무장관에 오른 존 제임스 카우퍼스웨이트의 정책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는 경제학에 정통한 애덤 스미스 사상 추종자였다. 그는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민간에 맡겨두면 모든 게 잘 돌아간다는 점을 주지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홍콩의 번영이었다.

카우퍼스웨이트는 긍정적 불개입이라는 이론을 구상하고 있었다. 개방경제하에서 정부의 간섭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그의 확신이었다. 그는 관료들보다, 잘못하면 손해를 몽땅 감수해야 하는 사람만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정부는 간섭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관료들의 서투른 개입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에 맡기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었다. 참으로 현명한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실천적으로 정책에 있어서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실행에 옮겼으니 말이다.

모국인 영국과는 달리 홍콩의 세금 정책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민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관세, 판매세, 부가가치세, 양도소득세, 이자소득세, 해외소득세도 없었다. 단지 토지세만 있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조세부담률은 국민총생산(GDP)의 14%를 넘지 않았다. 홍콩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지금은 중국으로 반환되어 더 이상 개인의 자유와 온전한 사유재산 보호, 시장의 원리가 지켜질지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전체주의 중국으로의 반환 이전까지의 홍콩은 자유시장경제의 표본이나 다름없었다.

홍콩의 예에서 보듯 세금은 없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려면 재정이 필수 조건이어서 세금을 걷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럼 조세제도는 어떤 게 가장 이상적일까. 원칙적으로 세금은 복잡하지 않아야 하고, 과세도 최소한으로 그치는 게 가장 좋다. 세율도 단일세율(flat tax)로 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 조세는 세무 공무원조차 세무법전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복잡하다. 그 덕분에 세무사들이 먹고살긴 하지만 개인이나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세무 관료들의 부패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게 우리나라 세무 현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세금 부과는 단순하여 누구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이상적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세금의 종류도 많고 경우의 수도 많아 복잡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이 지면에서 수많은 종류의 세금을 다 검토하기는 어렵고, 부자 감세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인세와 상속세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기로 한다.

법인세는 거두어서는 안 되는 세금이다. 법인(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은 주주의 배당과 임직원의 급여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고 난 뒤 다시 가공의 사람인 법인에게 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니 명백하게 이중과세다. 당연히 없애야 한다. 법인세를 없애면 투자가 유발되어 경제 전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상속‧증여세도 없애는 게 맞다. 이 세금은 사실 타인의 ‘물려받는 부’가 배 아파 매기는 세금으로 악질적이다. 모든 사람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의롭지 않으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삶에서 공정한 출발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자본주의는 물론 사회주의에서조차도 삶의 공정한 출발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애써 논증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상속세는 부작용이 너무 많다.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막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부의 축적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부의 축적이 어려워지면 기업의 성장이 어려워진다. 예컨대 중소기업 하나를 후손이 물려받았다 하자. 상속세는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할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국가 수입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남짓이어서 상속세로 부의 평등을 이룰 수도 없으면서 부의 축적을 통한 기업 성장의 기회만 날려버린다. 결과는 경제발전의 저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속세를 정의로운 세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데 결코 그렇지 않다. 국가의 약탈일 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겠다. 암튼 상속세는 없애야 한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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