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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정책은 포퓰리즘, 정치는 부정부패...비상구 실종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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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정책은 포퓰리즘, 정치는 부정부패...비상구 실종된 민주당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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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③

'돈봉투' 당 입장 묻자 대놓고 물타기 하는 당대표의 옹색함
당헌과 강령을 보면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수준

원내 제1야당이자 압도적인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궤멸 상태로 몰렸다. 이재명 대표의 숱한 비리 의혹에 더해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혐의로 민주당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정당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 호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무능하다는 낙인이 찍힌 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총체적 난맥상이다.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한국 정치의 현실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리셉션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리셉션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의 역할은 대략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정치인의 배출이고, 다른 하나는 정책의 창출이다. 정치인의 배출은 단순히 인물을 찾아 내세우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의 필터링, 곧 ‘걸러냄’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정책의 창출은 그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현실정치에서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정당의 존재 이유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정당의 역할이나 존재 의미의 측면에서 큰 난관에 봉착해 있다.

주지하듯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지금의 위기에 몰린 까닭은 걸러냄의 과정이 민주적 절차에 있어서의 정당성을 결여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국회의원 공천에서뿐 아니라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의 선출 역시 민의가 올바르게 반영되어야 하며 걸러냄이 제대로 기능해야 하는데 돈 봉투 살포는 걸러냄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돈 살포 의혹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보다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 십상인데 사안의 중대성은 결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못지 않다. 그런데 불행히도 민주당 지도부와 많은 의원들이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살포 의혹 사태에 따른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부터 괴이하다. 송 전 대표의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개딸’들이 “송영길은 청렴하다”느니 “믿는다. 송영길”이라느니 하며 그를 응원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당 지도부가 아무 입장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민주당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대표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불법과 비리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뭐라 할 말이 있겠는가. 결국 이 대표의 당 대표 유지 자체가 ‘걸러냄’이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서 다른 ‘걸러냄’도 작동 불능이 되어버린 꼴이다. 그러기에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도 출당 등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가 민주당이나 이 대표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생뚱맞게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모르는가”,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고 반문한 것은 그가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에 몰려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름으로는 프레임 바꾸기식으로 화제를 돌리려는 것이었겠지만 그 옹색함이 처량하기 그지없어 보였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관련해서도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중국과 러시아를 계속 자극해서 경제엔 타격이, 안보엔 위기가 오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며 “외교라는 것은 매우 예민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고 짐짓 진지한 듯 말했지만 그 얄팍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던 사실과 대비되는 윤 대통령의 외교를 깎아내리며 폄훼하기 위한 목적보다도 자신과 민주당에 쏠린 시선을 돌리기 위한 속셈 아닌가. 이렇듯 민주당은 이미 정상적인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 도덕성이 바닥에 떨어진 채 ‘내로남불’과 이중잣대의 언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에 비상구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이 안고 있는 정당으로서의 또 다른 문제는 정책 노선이 자유시장경제와 계속 멀어져 가며 대중인기 영합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그렇고 ‘노란 봉투법’이 또한 그렇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3법의 폐해가 지금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략적인 포퓰리즘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이 정당이 도대체 나라를 얼마나 더 말아먹으려는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관련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관련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또한 민주당 못지않은 걸러냄의 부재, 또는 오작동의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확고한 철학과 투철한 신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걸러냄의 오작동이나 부재 탓이다. 사실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당헌과 강령을 보면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것 같다. 그러니 걸러냄이 작동할 리 없다. 걸러냄의 준거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으니 당연한 결과다.

철학의 부재는 정책 창출의 불임으로 이어진다. 사실 국민의힘이 어떤 정책 대안을 갖고 어떤 법안을 만들어내려 하는지 국민은 모른다. 쟁점을 만들고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다. 이를테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라는 민주당의 시대착오적인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상관없이 어떻게 농업과 농민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며 대안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의 포퓰리즘 정책 법안을 반대하는 것이 국민의힘 하는 일의 전부인 듯 보이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구현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또한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가장 덜 나쁜 제도임은 분명하다. 결국 민주주의를 온전히 유지하는 길은 헌법이 정하고 있지 않지만 암묵적인 합의로서의 규범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지키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자면 기본적으로 도덕성과 철학을 지키며 유지하는 걸러냄의 기능이 잘 작동해야 하고, 정당이 정책 창출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헤쳐모여’식 정계 개편이 최선의 해법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진정한 의미의 가치중심 정당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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