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5-10 13:05 (금)
[김용춘의 Re:Think]산불 피해 강릉 관광객 손가락질 말고 박수쳐 줄 일이다
상태바
[김용춘의 Re:Think]산불 피해 강릉 관광객 손가락질 말고 박수쳐 줄 일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4.2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예약했던 숙박, 식당, 회의장, 행사 등 줄 취소로 지역 상권 울상
슬픔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더 많이 찾아가서 시장 살려야
지난 16일 강원 강릉시 경포호 인근 자전거 대여점의 주인이 손님이 끊겨 남아 있는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강원 강릉시 경포호 인근 자전거 대여점의 주인이 손님이 끊겨 남아 있는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강릉에서 대규모 산불이 났다. 당시 강풍에 나무가 부러지면서 근처에 있는 전깃줄을 건드렸는데, 끊어진 전깃줄에서 불꽃이 튀면서 큰 산불로 번지게 됐다고 한다. 누구의 잘못도 없는 천재(天災)다. 혹자는 진즉에 전깃줄을 땅속에 묻었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겠냐고 반문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굽이굽이 드넓은 산속에 있는 전깃줄을 모두 지하화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예산과 시간만도 가늠하기 어렵다. 여튼 당시 상황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자연재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산불의 특징은 도심형 산불이라는 점에 있다.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다. 일반적인 산불은 산에 있는 임야를 태우는 것이 보통이나 이번 강릉 산불은 강풍에 불길이 번지면서 일부 주거지까지 덮치는 통에 적지 않은 수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너무 안타깝게도 인명피해도 있었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그나마 다행인 건 이재민분들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릉으로 지원 활동을 직접 가보니,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자원봉사자분들, 여기저기서 모여든 지원물품들, 각종 성금 등이 계속 들어왔다. 비록 이재민 분들의 상심을 모두 메워드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따스한 손길에 이재민분들께 적지 않은 위로는 될 것 같다.

재난에 대처하는 시스템도 칭찬하고 싶다. 재해 발생 직후 신속하게 강릉 아레나 체육관에 이재민을 위한 임시거처가 마련되고, 밥차, 세탁차, 목욕, 심리상담, 의료지원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각 지원단체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안 보였다. 경제뿐만 아니라 이제 재난에 대처하는 사회적 시스템도 선진국 수준이라고 자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계자 분들, 지역주민 분들과 얘기하다보니 강릉 지역경제가 엉망이 되어 걱정이 많다고 한다. 예약했던 숙박, 식당, 회의장,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는 통에 지역 상권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강릉의 주력 산업이 관광인데, 봄철 성수기에 이런 재난을 맞다보니 지역 주민 전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물론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은 이유는 충분히 이해된다. 많은 분들이 슬픔과 실의에 빠져 있는데, 사실 그 곳으로 놀러간다는 것은 여간 찜찜한 일이 아닐 것이다. 괜시리 그 분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죄책감도 들 수 있다. 설사 용기내어 강릉으로 여행을 간다 하더라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사 기자들도 있는데 행여 구설수에라도 오른다면 이미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강릉주민들의 고통을 더 가중시킬 뿐이다. 오죽하면 강원도가 나서서 “동해안(강릉) 관광이 최고의 자원봉사”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겠는가. 이제 더 이상 이재민들의 슬픔만을 생각한 채 관광객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지 말자. 그러한 따가운 시선은 지역주민들의 고충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지금은 강릉지역으로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힘이 되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저명인사가 강릉에서 워케이션이라도 한번 하면 어떨까. 그럼 강릉으로 가는 국민들의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 질 듯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