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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의 소통화통]언어 폭력은 가장 질나쁜 범죄 ... 고마움 알아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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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의 소통화통]언어 폭력은 가장 질나쁜 범죄 ... 고마움 알아야 사람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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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내면도 함께 조화롭게 성장한 어른이 되어야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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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국가수사본부 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폭(학교폭력)논란에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결국 하루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자녀 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부모 찬스’까지 사용해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많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 학폭위(학교 폭력 대책심의 위원회) 조사과정에서 정군의 반성 없는 태도와 성의 없는 사과문 작성도 학폭 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런데 학폭위 처분이 억울하다며 정군의 모친은 강원도 학생 징계조정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부친인 정변호사는 정군의 법정 대리인을, 정변호사 연수원 동기가 소송 대리인을 맡아 피해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했다는 것이 더 큰 논란이 됐다. 1심, 2심, 대법원까지 항소했고 모두 기각됐다. 결국 시간끌기에 성공해 정군은 전학해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피해자는 학폭 후유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지금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정순신 국가수사 본부 장에 대한 임명을 25일 전격 취소했다.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언폭(언어폭력)은 정말 죄질이 나쁜 최악의 범죄다. 물리적 범죄를 교묘히 피해 언어적 고통을 줌으로써 상대방에게 심리적 정신적 물질적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자녀 혹은 아이돌 스타들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돼 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보도되지 않은 수많은 학폭 사건을 감안한다면 지금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들이나 동조자들이 자신의 가족과 지인의 부와 권력을 이용해 피해자를 신고하지도 못하게 더 고립시키고 괴롭히는데 있다. 윤대통령이 정 변호사 임명취소로 일단락은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비교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비단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사회에서 언폭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양육강식의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바뀌어야 한다. 누구나 따뜻한 세상, 사람살기 좋은 세상을 원하면서 정작 남들이 해 주길 바란다면 이 사회가 변할 수 있겠는가?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내 자신을 지키고 내 가정을 지키면 그것 자체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 몸만 크고 정작 자신의 내면은 돌보지 못한 사람들이 어찌 성숙된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내면도 함께 조화롭게 성장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 매일매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지혜 중 하나가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언어로 연결됐을 때 진짜 건강한 인간관계가 시작된다. 긍정의 말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험난한 세상,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순수 우리 고유의 언어 중 ‘고맙다’라는 말이 있다. 고맙다의 뜻을 알게 되면 이 말이 얼마나 귀한 말인지 깨닫게 된다. ‘고마’의 어근은 ‘곰’이고, 여기에 ‘아’라는 접미사가 붙은 것이라고 한다. ‘고맙다’와 ‘감사하다’라는 말은 같은 의미로 쓰이는데 ‘감’이라는 말이 ‘신(神)의 뜻을 지니고 있어 ‘곰’과 ‘감(神)’은 같은 말로 여겨진다. 옛 고대인들에게 공경과 존귀의 대상이 신(神)이었다고 한다. 해서 ‘고맙다’의 어원은 ‘내게 신이 왔습니다, 내가 신과 하나가 되었습니다’라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대방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도 좋아지게 된다. 이 말 앞에 어떤 말을 넣는냐에 따라 그 가치는 더욱더 달라진다. 우리에게 힘이 되는 말은 화려하고 특별한데 있지 않다. 나를 배려해주는 누군가에게 고마워할 줄 알고 감사해할 줄 알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함부로 쓰지 않게 된다. 눈과 귀는 두개인데 입이 하나만 있는 이유는 조물주가 한쪽으로만 보고 듣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특히 말조심하라고 입을 한 개만 만든 것은 아닐까 싶다. 진짜 신이 있다면, 남을 괴롭히고 피해를 주는 사람과 가까이 하고 싶을까? 신이 보고 있는데 감히 누가 누굴 괴롭힐 수 있을까? 한낱 인간주제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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