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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에 21조 투자... 美 투자 앞서 먼저 발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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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에 21조 투자... 美 투자 앞서 먼저 발표 왜?
  • 문미희 기자
  • 승인 2022.05.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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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설비ㆍR&Dㆍ인프라ㆍ연관 신사업
"230 국ㅐ서 전기차 144만대 생산"
노조 반발도 고려한 듯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매일산업뉴스]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공장 신ㆍ증설, 연구개발, 충전인프라 확충 등 전 분야에 총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 35만대로 예상되는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44만대까지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의 45%에 달하는 물량으로,  현대차·기아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23만대로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대규모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투자분야는 전기차 생산 설비 확충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인프라구축, 연관 신사업 모색 등도 포함돼 있다. 

현대차∙기아는 우선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PBV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 3가지 계획을 내놓았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라인. ⓒ기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라인. ⓒ기아

이중 가장 가시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전기차 생산능력을 키우는 PBV전기차 전용공장 신설이다.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공장 6만6000㎡(약 2만평)의 부지에 수천억원을 투입해 신개념 목적기반차량(PBV)공장을 세운다.

PBV는 이름 그대로 사용목적이 뚜렷한 운송수단을 뜻한다. 기존 자동차가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PBV는 다지인과 실내공간을 변형할 수 있도록 제작한다. 차량이 스스로 이동하거나 여객을 운송하고, 물건을 배송하는 등 별도 목적이 존재하는 차량이다. 전기차 기반 PBV는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해 로보택시나 무인화물 운송 등 이동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기아가 국내 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생산능력은 양산 시작 시점에 연간 10만대이며, 향후 시장상황에 맞춰 최대 15만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공장은 미래 혁신 제조기술을 대거 적용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공장으로 구축된다는게 기아의 설명이다. 디지털 제조시스템 등 현대차·기아의 스마트팩토리 브랜드 '이포레스트(E-FOREST)'기술로 효율화·지능화도 추구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단기적으로 PBV신시장을 개적하고, 중장기적으로 전세계에 PBV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을 신설한다"고 설명했다.

기아 PBV라인업 콘셉트카. ⓒ기아
기아 PBV라인업 콘셉트카. ⓒ기아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생산혁신과 최적화를 위해 현대차그룹의 미래 제조 혁신기술 인큐베이터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유연 생산 시스템, 맞춤형 물류 시스템, 디지털 제조 시스템 등을 국내 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생산설비 확충 및 개선 뿐 아니라 21조원의 주요 설비 투자 범위에는 R&D가 포함돼 있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및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개발, 연구시설 구축 등이다. 협력사와 함께 국내 기술 개발도 활성화한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와 모터 등 PE(Power Electric)시스템 고도화, 1회 충전 주행거리(AER, All Electric Range) 증대 기술 개발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상품성을 강화한다.

차세대 플랫폼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eM’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제품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체계 아래 차급별 다양한 전용 플랫폼들을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초고속 충전 인프라 이피(E-pit).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 초고속 충전 인프라 이피(E-pit). ⓒ현대차그룹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3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출범시킨데 이어 올해 4월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 'E-CSP'를 론칭했다. 

향후에는 롯데그룹, KB자산운용 등과 함께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최대 200kW급 충전기를 임대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등 202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심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배터리와 충전,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등의 영역에서 국내외 파트너들과 함께 신사업에도 도전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태생기를 넘어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며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국내 투자와 연구개발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동화 가속화 등 자동차 산업 변혁기를 맞아 국내 부품 협력사의 효과적인 사업 전환을 돕기 위해 △내연기관 부품사의 신규 품목 육성 △신사업 입찰 기회 지원 △사업 전환 세미나 및 기술 컨설팅 △전동화 부품 전시회 등의 방안을 지속해서 마련하고 있다고 현대차그룹은 전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1조원의 막대한 투자금액에 대해 어디에 얼마만큼 투입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투입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기아의 화성 전기차 PBV전용공장 신설 건에 대해서만 '수천억원' 규모라고 밝혔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공장 신설 발표를 앞두고 국내 투자계획을 먼저 공개한 배경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전기차공장 설립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아직 확정된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최근 외신에서는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70억 달러(약 9조153억원) 규모의 전기차공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현지 주 당국과 협의중이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22일 방한에 맞춰 이를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와관련해 현대차·기아가 국내 전기차 생태계 발전을 위한 투자는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먼저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발표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취임 후 첫 행보로 이날 오후 기아 화성공장을 방문한 시점에 맞춰 이뤄졌다는 점도 이같은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가운데)이 18 기아 화성공장을 방문해 EV6 전기차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차그룹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가운데)이 18 기아 화성공장을 방문해 EV6 전기차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차그룹

여기에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이를 잠재우기 위한 것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7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사측의 일방적 미국 공장 설립 추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특히 "조합원 고용유지 방안과 국내 공장 투자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국내 공장 투자 유보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사측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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