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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우리 가게는 오늘이 아닌 지구의 내일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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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우리 가게는 오늘이 아닌 지구의 내일을 팝니다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12.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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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15) 알맹상점

세제 리필로 플라스틱용기 1년에 6만개분 절약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알맹상점 양래교 공동대표가 지난 24일 서울역점에서 천연 수세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중국산이고, 오른쪽은 국산이다.ⓒ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것은 20세기 버전이다. 21세기에는 새 ‘장르’가 만들어진다.

양래교, 고금숙, 이주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을 진행하던 이 세 여성은 몸살을 앓는 지구별을 위해 쌈짓돈을 털었다. 2020년 6월 망원시장에 ‘알맹상점’을 오픈, ‘한국형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숍’을 개척했다.

‘알맹상점’ 2호점인 서울역점에서 지난 24일 만난 양래교 공동대표는 “알맹상점은 이름 그대로 알맹이만 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인 동시에 자원회수센터이며, 환경과 관련된 교육과 캠페인을 펼치는 거점”이라고 소개했다.

ⓒ알맹상점
ⓒ알맹상점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마음들의 플랫폼’을 표방한 ‘알맹상점’은 세제, 샴푸, 스킨, 로션 등을 소비자들이 갖고 오는 용기에 담아가도록 하고 대나무칫솔, 수세미 등 친환경적인 제품과 비포장 제품들을 판매,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5월 알맹상점은 화장품 1151 리터, 세제 1740 리터를 판매했다. 이는100㎖ 플라스틱 병 기준 화장품은 1만 1510개, 세제는 1만7400개에 달하는 양이다.

양 대표는 "1년 동안 줄잡아 약 6만~7만개의 플라스틱 병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면서 "초창기에는 제품 발주 때 ‘비닐,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달라’는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업체가 많아 고생 좀 했다"고 털어놨다. 요즘은 어떨까. “정부가 탄소중립에 앞장서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 좀 편해졌다”고 한다.

알맹상점이 정성을 기울이는 자원회수는 선물공세를 통해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플라스틱 병뚜껑, 펼쳐 씻어서 말린 종이팩과 테트라팩, 말린 커피가루 등을 가져오면 쿠폰에 도장을 찍어 준다. 12개를 채우면 선물을 주고 있다.

망원점과 서울역점 모두 매니저들이 상점을 지킬 때가 적지 않다. 공동대표들은 분리수거방법 등 환경교육과 ESG 경영자문, 공공기관 협력, 환경 관련 캠페인 기획 등에 더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알맹상점 서울역점의 자원회수코너에는 소비자들이 갖고 온 재활용품들이 쌓여 있다.ⓒ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양 대표는 “요즘에는 전국 제로웨이스트 가게 연대모임 ‘도모도모’와 함께 펼치고 있는 ‘종이팩 재활용 체계를 마련하라‘는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종이팩 재활용률은 15.8%로 종이팩 재활용 의무율인 22.8%에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전량 수입한 천연 펄프로 만들어지는 종이팩은 화장지나 핸드타월을 만들 수 있는 귀한 자원이다.

양 대표는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없는 데다 재활용과정에서도 선별되지 않고 대부분 그대로 폐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도모도모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자체 156곳 중 68%가 종이팩 재활용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지난 7월 1일 서울역 옥상정원에 오픈한 서울역점은 망원점과는 좀 다른 모습이다. 양 대표는 “1호점이 제로웨이스트숍이라면 2호점은 리사이클이 콘셉트인 리스테이션숍”이라고 소개했다. 그러고보니 일회용품 없는 카페, 플라스틱 병뚜껑 체험코너 등 1호점에선 만나볼 수 없는 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을 쓰고, 텀블러를 갖고 오면 1000원을 할인해주고 있는 서울역점 카페는 여느 카페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10%도 채 안 나온다.

양 대표는 “일회용컵을 안 쓴다고 하면 그냥 나가는 손님이 있지만 '그래서 온다'는 손님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의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리스테이션숍이라고 해도 알맹상점의 얼굴격인 리필스테이션 코너가 없는 것은 아쉽다. 양 대표는 “내년 1월부터는 서울역점에서도 세제, 샴푸, 린스 등 씻어내는 제품의 리필스테이션은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필스테이션은 현행법상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가 있어야 운영가능하다. 망원점은 고 대표가 자격증을 갖고 있다. 알맹상점은 담당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리필스테이션은 조제가 아니라 단순 소분이므로 관리자 교육이면 충분하다고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자격완화를 요청, 받아들여졌다.

양 대표는 “샴푸 로션 등을 덜어가겠다고 통을 들고 오는 소비자들이 없었다면 알맹상점은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제로웨이스트숍이 편의점만큼 많아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알맹상점은 제로웨이스트숍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세제소분숍 안내서’와 강의를 통해 운영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도, NGO도 아닌 개인사업자들이다.  오픈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손익분기점을 넘었는지조차 잘 모른다. 매니저들의 월급은 꼬박꼬박 챙기지만 3명의 대표들의 월급은 들쭉날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로웨이스트숍 운영 노하우를 '미래의 경쟁자들'에게 공개하고 응원하는 것은 오로지 깨끗한 지구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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