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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조... 오징어 게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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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조... 오징어 게임의 가치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10.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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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작비 253억원의 42배 가치 창출 '대박'
K-문화 저력은 인정받았으나 실질적 수익은 '빈손'
ⓒ넷플릭스

[매일산업뉴스] 1조원. 넷플릭스는 요즘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우리나라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가치를 이렇게 추산했습니다. 제작비가 253억원이니 약 42배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한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사회에서 뒤처진 ‘루저’ 456명의 참가자들이 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넷플릭스의 내부 문건을 입수, 분석한 결과 오징어 게임의 가치를  8억 911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지난달 17일 공개한 이후 23일 만에 2분 이상 시청한 사람이 1억 3200만명에 달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총 구독자가 2억 900만명이니 절반 이상이 본 셈입니다. 이 중 8700만명은 마지막 9화까지 ‘정주행’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94개국에서 ‘오늘의 톱(TOP) 10’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공개한 비영어권 시리즈 중 최초로 21일 연속 ‘오늘의 톱 10’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까지 전 세계 시청자가 오징어 게임을 보는 데 소요한 시간을 모두 합치면 14억 시간에 이릅니다. 햇수로 따지면 15만 9817년이나 됩니다. 앞으로 이 수치들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겠지요.

이코노미스트는 ‘오징어 게임’이 31개 언어로 자막이 제공되고, 13개 언어로 더빙된 것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재미없었다면 그 작업들은 헛수고에 그쳤겠지요.

오징어 게임 덕분에 우리나라 원화도 유명세를 탔습니다. 미국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오미드 스코비는 “오징어 게임이 방영된 이후 한국의 원화가 구글에서 세계 두 번째로 가장 많이 검색된 통화가 됐다”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456억원을 각국 통화로 환산하면 미국 3887만 달러, 유럽연합 3336만 유로, 일본 44억 5000만엔, 중국 2억 4800만 위안, 인도 29억 1900만 루피, 태국 12억 9700만 바트, 베트남 8854억 3600만동 정도라고 합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이 흥행가도를 달리자 우리 대중문화의 저력에 놀라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한국 창작자들은 미국의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AFP는 "이 작품의 성공으로 방탄소년단(BTS)과 오스카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세계 대중문화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 한몫한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수익은 넷플릭스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투자금의 40배가 넘는 수익을 뽑아낸 데다 ‘오징어 게임’ 티셔츠, 녹색 체육복 등 MD상품 판매 권리까지 갖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 들일 것입니다. 정작 오징어 게임을 만든 국내 제작사는 사전 제작비만 받았을 뿐입니다. 지구촌을 뒤흔들만한 흥행 이후에도 인센티브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셈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요?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제작사들이 불공정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제작사 대부분은 제작비 마련이 어렵고 어렵사리 자금을 확보했다고 해도 흥행에 실패하면 쪽박을 차게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작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더라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오징어 게임이 ‘속빈 강정’꼴이 된 탓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들은 여야 의원들에게 혼쭐이 났습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넷플릭스가 IP(지적 재산권)를 독점하는 구조 탓에 흥행을 해도 달고나, 무궁화 게임 영희 인형 등 굿즈 수입은 모두 넷플릭스 것"이라며 "IP를 확보했더라면 넷플릭스가 아닌 제작사가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오징어게임' 출시로 인한 넷플릭스의 경제적 이익 추정치가 1천166배로 (투자 대비 수익이) 1천153배인 화천대유급"이라며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가 국내 콘텐츠산업과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온라인 OTT 사업자의 연 매출 중 20~25%를 자국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을 타산지석 삼아 '왕서방' 주머니만 불리게 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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