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계회의 등 대미(對美) 네트워크 활용해 미국내 우리기업 역할론 제시해야
철강에 이어 자동차도 미국의 관세폭탄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1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결정을 앞두고 한국 자동차업계에 대한 적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우리기업의 미국경제 기여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서울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컨퍼런스 센터에서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과 공동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전망과 한국 산업계 대응 방향’ 좌담회를 개최했다.
◆내달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한국 제외된다는 보장 없어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 3분기 성장률 악화 등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로 인한 관세 부과 우려까지 더해져 기업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제외에 대한 낙관론도 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실정으로 보다 정교한 전망과 대응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정인교 인하대학교 교수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신봉쇄정책의 일환으로서 여러 무역상대국과의 현안에 대한 압박용 지렛대라고 할 수 있다”면서 “10월에 타결된 미중 간 미니딜, 일본과의 무역협정, EU와의 갈등 고조 등이 미 행정부의 232조 조치에 있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고, 11월 중순 최종 결정이 예정돼있긴 하지만 다시한번 5월의 상황처럼 결정이 유예될 확률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 기업의 대미(對美) 경제 기여 역할 적극 알려야
김철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그간 자동차 업계 차원에서 실행한 232조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지난 한미FTA 개선협상을 통해 미국의 픽업트럭 관세 양허시점 연기,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차의 자국 안전기준적용 인정대수 확대 등 미국측의 자동차분야 핵심적 요구사항을 적기에 해소한 이후, 이러한 한국의 긍정적 조치에 대해 미국 의회, USTR 등 정부, 미국자동차정책협회(AAPC) 등을 상대로 아웃리치 활동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와같은 대미 아웃리치에 관한 중요성은 지난 11일 개최된 한미재계회의 총회(전경련, 미상공회의소 공동주최)에서도 수차례 언급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한미FTA 협상에 참여했던 양국 전직 대표들이 미국내 한국 기업의 역할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통계를 근거로 어필해야 공감얻어낼 수 있어
특히 한미재계회의에서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기업이 미국의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기업의 기여도를 사실이나 통계를 바탕으로 어필해야 현 미국 행정부에게 더 많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면서 “현재 미국의 조치가 “불공정하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 232조 적용을 받고 있는 한국 철강업계의 사례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입철강에 대한 232조의 적용이 결국 미국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결과가 있는 만큼 이에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입철강에 대한 232조 적용 직후 미국 철강 업체의 가동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지만, 6~7개월 이후부터는 오히려 가동률이 하락했으며 상품 품질의 문제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고충은 이만저만 아니다. 철강업체 A는 232조로 인한 쿼터(최근 3년 평균물량의 70%) 조치로 인해 미국 내 사업장(미국법인)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미 미국은 수입 철강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 등을 부과 하고 있는데 여기에 물량제한조치까지 겹치게 되면서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공장도 가동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산 철강이 아닌 경우 가격도 높고, 품질에도 문제가 많아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미국 내 몇 개의 공장은 가동률이 30%에 그치고 있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협력실장은 “전경련은 대미 아웃리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10월 초 대미사절단 파견 시 미 정부고위관료, 싱크탱크와의 면담을 통해 한국기업의 대미투자, 고용창출 성과 등을 내세우며 232조의 적용 배제를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며 “한국이 최종 제외 판정을 확보할 때까지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지속적으로 한국 경제계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