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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동물사랑 재조명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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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동물사랑 재조명받는 이유는?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3.09.20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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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안내견 사업 30주년
88올림픽 앞두고 '개 먹는 야만국' 이미지 개선…애견 문화 저변 확대
정치권에선 이른바 '김건희'법 발의 ... '개 식용 중단' 움직임 본격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생전 진돗개 순종 보존 사업을 추진하는 등 남다른 '동물 사랑'을 보였다. 사진은 이 선대회장이 진돗개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삼성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생전 진돗개 순종 보존 사업을 추진하는 등 남다른 '동물 사랑'을 보였다. 사진은 이 선대회장이 진돗개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삼성

[매일산업뉴스]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을 맞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 자택에서 진돗개 200마리를 키우며 순종 보존 노력과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란 국가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앞장섰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최근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서 이른바 ‘김건희법’으로 불리는 ‘개 식용 금지법’을 발의하는 등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이건희 선대회장의 이같은 노력이 재부각되고 있다. 

20일 삼성과 재계 등에 따르면 생전 자택에서 200마리의 개를 키울 정도로 애견가였던 이건희 선대회장은 어릴 때부터 반려견을 기르며 동물사랑을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삼성이 진돗개 순종 보존,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 애견문화 전파 등 여러 애견 사업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됐다. 애견문화 저변을 확대해 관련 산업이 창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첫 애견사업은 진돗개 순종 보존사업이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여러 품종의 개를 키우면서 진돗개를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개의 중요한 특성인 희생과 충성도 면에서 진돗개를 따를 만한 품종이 드물다고 봤다. 하지만 진돗개는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우수성이 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이건희 선대회장은 순종 진돗개 보존 사업에 뛰어들었다. 1960년대 말 직접 진도를 찾아 2박3일간 머물며 머물며 장터를 뒤지고 순종이 있다는 집들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거의 멸종 단계였던 진돗개 중 혈통이 보존된 30마리를 구입했다. 그리고 사육사와 하루종일 같이 연구하고, 외국의 전문가를 수소문해서 조언을 받아가며 순종을 만들어내려고 애썼다. 10여년의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다.  이후 직접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올려놓았다. 1975년에는 진돗개 애호협회를 설립, 초대 회장에 취임하며 진돗개 경연대회를 열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대형 냉장고를 1위 경품으로 내걸었다. 

진돗개 ⓒ삼성
진돗개 ⓒ삼성

이건희 선대회장은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데도 적극 나섰다. 이 선대회장은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서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를 등록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데 성공했다. 켄넬클럽(Kennel Club)은 1873년 품종 개선을 위해 설립됐다. 영국 왕실이 후원 켄넬클럽은 심사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며 '품종 및 혈통 보호가 잘 되어 있는 견종'으로 평가했다. 이후 진돗개는 국내 고유의 견종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진돗개에 대한 관심이 애견사업으로 확장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무렵이었다. 당시 올림픽을 전후해 우리나라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국내 보신탕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유럽 언론은 한국을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으로 소개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돼 갔다. 특히 영국 동물보호협회는 대규모 항의시위를 계획하기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국가 이미지 실추 뿐 아니라 한국 상품 불매운동으로 연결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민 끝에 영국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을 서울로 초청해 집에서 개를 기르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또 애완견 연구센터 등에 데리고 가 한국 '애견 문화'의 수준을 보여줬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영국 동물보호협회는 시위를 취소했고, 어떠한 항의도 없었다.

1993년에는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 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 학교로, 1993년 처음 설립된 뒤 30년간 총 280마리 안내견을 사회로 보내 시각장애인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 국내에 생소했던 안내견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도 힘썼다.

이 선대회장은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비록 지금은 현실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거나 바보라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10년이나 20년이 지난 다음에 우리가 옳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안내견 사업이 우리 사회의 복지 마인드를 한 수준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뒷줄 왼쪽 다섯 번째부터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삼성전자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뒷줄 왼쪽 다섯 번째부터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삼성전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삼성은 이후 인명구조견(1995년), 청각도우미견(2002년), 흰개미 탐지견(2003년) 등 개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확대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나는 아무리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서 자기의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취미를 통해서 남을 도와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에버랜드 테마파크 안에서 진돗개의 장애물 경주 모습을 선보이며 국내 애견 문화 저변 확대에 나섰다. 삼성은 시각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토대 마련을 돕기 위해 안내견 양성과 함께 안내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안내견 사업이 갓 시작된 1990년대 초반에는 안내견과 함께 식당을 찾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할 때 '개'라는 이유로 거부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도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함께 나서면서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도적인 변화가 이어졌으며, 안내견 양성을 위한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세계 속에 한국의 애견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섰다. 1993년부터는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권위 있는 세계적인 애견대회인 크러프츠 도그쇼를 후원했고, 2013년 대회에는 진돗개 '체스니'(Chesney)가 최초로 출전해 입상을 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스트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스트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은 2008년 일본에 청각 도우미견 육성센터를 설립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일본 명문 야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최고 선수로 꼽히는 나가시마 시게오 선수에게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선물로 주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이같은 노력은 애견과 관련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왕실은 이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과 애견 문화 확산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개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2년 안내견 사업과 관련한 노력을 인정받아 세계안내견협회(IGDF)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IGDF는 19일 열린 삼성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찾아 삼성에 감사패를 전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전날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게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삼성 안내견 30주년 행사에 참석해 "(이건희) 회장님이 봤으면 더 좋아했을 것"이라며 "(이 선대회장이) 생전에 굉장히 노력했고 지원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라 지금 30주년이 굉장히 감명 깊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행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시각장애인 파트너들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행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시각장애인 파트너들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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