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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공장에 안전제일 간판 걸고 구호 외친다고 안전경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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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공장에 안전제일 간판 걸고 구호 외친다고 안전경영인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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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잠재위험을 제거하고 작업 전과정의 위험성 평가
안전 설비와 장치에 과감하고도 예방적인 투자 필요
새 칼럼 ‘최규동의 ESG多’를 연재합니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은 한화그룹 석유화학계열사 엔지니어로 시작해 경영기획, 사업개발 임원 및 그룹의 환경안전총괄 업무를 담당하며 30여년간 다양한 실전경험을 쌓은 환경안전분야 전문가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화학물질 안전과 환경문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많은 기업들과 공유하며 기업경쟁력 향상에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의 경영화두로 떠오른 ESG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환경안전분야에 대한 기준은 더욱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새 칼럼에서는 필자의 실전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뿌리산업에 이르기까지 ESG관점에서의 지구환경과 산업경쟁력 확대를 위한 대응전략 등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여수국가산업단지 야경.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음 ⓒ여수시
여수석유화학산업단지 야경.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음 ⓒ여수시

기업의 환경안전보건(ESH) 업무 중 하나가 생산현장의 기계, 장치와 시설물 안전사고로 인한 화재, 폭발 등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손해보험을 가입하고 매년 갱신하는 일이다. 드물게 재무라인이나 총무라인에서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필자가 해당 업무를 담당할 때 여수석유화학산업단지 내 한 화학공장에서 사고가 났다. 중요한 기계 설비인 반응기와 압축기가 고장이 났던 것. 이로인해 해당공정이 불시에 가동정지되고, 연관 생산시설이 멈춰섰다. 그 공장에 다니던 친구를 통해 확인해 보니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재가동시까지 생산손실이 발생하고 해당 설비 교체를 위해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손해보험에 가입을 해 두었으니 당연히 보험금을 받아 처리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보험 처리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보험사 얘기로는 보험계약자인 공장이 종합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화재보험만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고원인이 화재로 인한 것이 아니라 기계설비 고장 및 파손으로 인한 경우, 피해는 보장범위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우발적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 그 원인이 화재인지, 기계장치의 고장과 파손인지, 가동을 못해 발생한 이익상실 인지, 사고로 인해 제3자에게 발생된 피해인지에 따라 각각의 손실을 보전하는 해당 보험을 각각 또는 모두 가입 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보험 또는 패키지보험이라고 부른다. 동일한 기계장치에 대해 화재피해와 기계적 손상 피해 (Mechanical Breakdown)에 대한 각각의 사고보장을 모두 고려해야한다. 당연히 보험료는 늘어난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이 일이 있은 얼마 후 당사 보험 갱신을 위해 국내 원수보험사와 우리가 가입한 보험증권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 하는 회의를 가졌다. 당연히 종합보험을 들고 있었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계약한 보험물건의 대부분을 해외 재보험사에 재 가입한다. 만약에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지급될 보험금으로 인한 금융위험을 회피하거나 분산하는 것이다. 인수하거나 보유한 위험의 집중을 해소하고 재무성과의 안정성을 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해외 재보험사의 보험가입계약 조건(Terms and conditions)과 요율이 중요하다.

해외 유수의 재보험사는 사고와 안전관리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와 자료는 물론 분야별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사한 공장이라도 제시된 보험요율이 다른 경우도 많다. 보험요율 증감에 따라 지불되는 보험료 차이가 커지므로 회사의 안전경영에 대한 의지와 안전사고 발생억제를 위한 노력과 실적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

런던의 금융시장인 로이드 마켓(Lloyd's Market)의 몇몇 재보험사와 재보험중개인을 만나 협의하던 중 이들은 '잘하고 있으니 보험료를 깎아 달라'는 수많은 보험계약자들의 요청에 경험과 원칙으로 대응해오고 있었음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들이 확인하고자 한 내용은 지금도 유효하며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ESG 경영이 화두인 이때 더욱 의미가 깊다. 근거자료 제시와 확인을 하는 것은 ▲안전경영에 대한 회사와 경영층의 의지 ▲안전작업절차, 안전작업허가, 위험성평가 등 사고·위험을 낮추고자 하는 규정· ▲안전예방,피해확산 방지장치와 소방설비 ▲안전교육·훈련을 통해 잘 교육된 구성원 유무, ▲그리고 이런 내용들이 이행되고 관리가 잘 되어 위험도나 사고가 감소하고 있는 경향을 데이터로 보고자 했다.

안전경영은 공장에 '안전제일(Safety First)' 간판을 걸고 구호를 외치는 것만이 아니다.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을 근절하여 잠재위험을 제거하고 작업 전과정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안전 설비와 장치에 과감하고도 예방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사람에 대한 투자는 그 효과가 더 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어떤 큰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그와 관련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차례의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1931년 미국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가 출간한 ‘산업재해예방(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Scientific Approach)’이라는 책에 수록된 것으로, ‘1: 29: 300 법칙'이라고도 한다. 평균적으로 1건의 큰 산업 재해 이전엔 29번의 작은 재해, 300번의 부상을 입을 뻔한 징후들이 있다는 법칙이다. 당시 하인리히는 미국의 한 보험사에서 손실관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수많은 산업재해 사례를 접할 수 있었던 그는 데이터분석을 통해 통계적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고 크고 작은 재해와 그 징후들은 무시되지 않고 사전에 조치가 잘 되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이 사고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고는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인리히 역시 사고의 직접원인으로 불안전한 행동을 지목했다.

제철소, 석유화학공장, 자동차산업, 건설현장 등 대형 산업현장, 이외 백화점,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등 우리의 생활환경 곳곳에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불안전한 행동들이 그냥 지나쳐질 경우 자칫 대형 재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공단 등 정부부처에서도 불안전한 행동에 의한 사고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교육과 관련자료 제공을 하고 있다. 

조리종사장의 불안전한 행동사례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조리종사자의 불안전한 행동사례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행동중심 안전관리(BBS: Behavior Based Safety)’라는 관리방법이 있다. 근로자, 작업자들의 행동을 잘 파악하고 분석해 사고 유발 행동을 즉시 멈추게 하고 재발방지차원의 대응을 하는 것이다. 교육훈련도 하고 절차를 개선하고 설비를 보완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엄격히 하여 잠재위험까지도 제거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같은 사고의 재발방지에 기여가 크다.

이미 산업현장의 여러 기업들이 작업특성과 작업환경, 다루는 설비, 화학물질 등의 특성을 고려해 반복된 안전교육과 훈련을 하고 눈에 보이는 관리를 위해 경고문구나 그림을 요소에 배치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안전 골든룰(Safety Golden Rules)을 제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안전관리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운용하고 있는 듀폰(DuPont)은 ‘STOP’제도를 활용해 일찌감치 행동기반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안전교육관찰프로그램인 ‘STOP(Safety Training Observation Program)’은 근로자들이 안전하지 않은 행동과 조건·환경을 인식하고, 안전 관행(절차준수)을 장려하며, 사전 예방적 안전문화를 실천함으로써 사고 예방을 하는 관찰 및 피드백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작업자들이 서로의 작업상태를 관찰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으로 안전위협요인을 파악하는 눈을 길러주며, 상호 의존적인 안전철학을 실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감독하고 규제하는 안전관리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식적 안전행동 후에 나타나는 무의식적 안전 단계인 것이다.

산업재해발생률이 낮거나 안전수준이 높은 조직일수록 상호의존적이고, 안전활동이 활성화된다. 산업재해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여러 정책적인 제도와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기업과 경영자, 근로자 모두 안전의식을 높이고 실천하는 안전경영문화를 구축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재해 발생 손해와 손실에 대해 보험으로 복구하려는 준비도 중요하다. 사실 보험사들도 계약자들의 사고발생률이 낮아지고 그로인한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해외 화재보험사들이 계약자인 기업들의 안전경영 시스템과 안전문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이러한 안전경영은 현장의 안전관리자, 현장 작업자들만의 의무와 실천 항목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문화를 이끌고 확산하고 개선하는 경영자의 리더십, 즉 안전경영리더십이다.

세계표준화기구(ISO) 안전경영시스템규격(ISO 45001)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안전문화는 ▲근로자의 적극적 참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과 의사소통 ▲안전보건 기회발견에 적극적 참여 ▲예방 및 보호조치의 효과성에 대한 확신으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한 공유된 인식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최고경영자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중요한 방법은 근로자가 사고나 위험요인, 리스크 및 기회를 보고하도록 격려하고, 이를 보고했을 때 근로자를 해고 위협이나 징계조치와 같은 보복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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