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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타도 일본' 정신승리로는 경제 추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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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타도 일본' 정신승리로는 경제 추월 못한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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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한일 경제성장률 역전 전망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
이번에 꼭 재정, 노동, 교육, 정치, 연금 개혁해 체질 바꿔야
지난 1일 오전 부산항 일대가 안개로 말미암아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5월 통관기준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15.2% 줄어든 522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입은 14.0% 줄어든 543억4000만달러였고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로 15개월 연속 적자였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부산항 일대가 안개로 말미암아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5월 통관기준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15.2% 줄어든 522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입은 14.0% 줄어든 543억4000만달러였고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로 15개월 연속 적자였다. ⓒ연합뉴스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 이웃 나라 일본이 같은 기간 0.7% 기록했으니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양호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물론 그저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간 성장률 역전에 대한 경고는 이미 연초부터 계속 있어왔다. 연초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7%, 일본은 1.8%로 전망한 바 있다. 한일 경제성장률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만에 처음이다.

우리는 이러한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경제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잃어버린 30년으로 대변되는 장기 침체국 아닌가. 게다가 일본은 인구 감소가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 구조적으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일본보다도 경제성장률이 뒤처진다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인구감소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표면적으로는 주력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부진이 가장 커 보인다.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패권의 중심 이슈로 부상하다보니, 미국, 중국, 유럽 등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자유로운 무역이 제한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대만, 일본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쟁 환경도 격화되고 있다. 비단 예를 반도체 산업을 들어서 그렇지 우리나라 주력 산업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경제 침체를 극복할만한 방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십년간 고착화된 우리나라 산업구조, 주력 기업을 위협할만한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10대 그룹 순위는 20여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물론 기존 기업들이 너무 잘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건전한 경제라면 새로운 기업이 꾸준히 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 그러면 기존 기업이나 산업이 부진했을때 경제 전체가 대안없이 부진에 빠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21세기 들어 미국은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새로운 기업이 급성장하며 기존 기업들의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인구구조적으로도 좋지 않다. 2020년부터 우리나라 자연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고령화는 심해지고 있으며,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 미리 벌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까먹을 일만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는 이미 뒷걸음질 칠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정책 방안도 마땅치 않다. 지난 정부에서 하도 퍼주기 정책을 난사하는 통에 현재 나라 곳간도 여의치 않다. 조세, 재정 정책을 통한 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노동시장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안 그래도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밖에 안 됐는데, 노동시장마저 더 경직적으로 변해 생산성 격차는 더 벌어질 우려가 크다. 그나마 현 정부가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노조의 불법행위를 대체하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다.

규제는 더 말할 것도 없으니 긴 말 안하겠다. 단적으로 전 세계에서 합법인 우버 서비스도 우리나라에 오면 불법이다. 얼마 전 타다에 대해 법원이 무죄라 결론 내렸으나, 이미 사업은 다 접은 뒤다. 한국은 못하는 것이 많은 나라다. 현 정부가 규제개혁을 하고 싶어도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장벽에 막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온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의 위기 극복은 정부나 기업의 힘만으로 불가능하다. 국민들이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경제정책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다시는 일본을 넘어설 기회를 잃을지 모른다.

사실 우리만 부진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6년 전후로 일본을 넘어설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일본을 현실에서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기회에 국가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재정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정치개혁, 연금개혁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개혁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우리는 앞으로도 입으로만 반일과 타도 일본을 외치는 정신승리에만 만족하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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